2010년 출판시장의 인문·사회과학 열풍을 두고 혹자는 ‘1980년대’를 떠올리기도 하지만 그건 과장이다. 하지만 ‘착시’할 만한 상황은 존재했다. 〈정의란 무엇인가〉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가 소설을 누르고 대형 서점가의 베스트셀러 1, 2위를 다투었기 때문. 하지만 그뿐이다. 몇몇 대박 서적의 쏠림 현상으로 도리어 사회과학 시장의 기반은 축소되었다는 게 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의 평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직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까지 사회는 고정불변이라는 ‘절망적’ 분위기 속에서 대중이 근본에 대한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는 점은 반가운 현상이다. 김대중·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 관련 서적이 잘 팔리는 것도 비슷한 맥락. 하지만 사회과학이란 모름지기 복잡한 사회현상을 깊게 보는 법을 도와줘야 한다는 점에서는, 지나치게 인물의 유명세에 의존하고 유사 실용서처럼 질문을 단순화시킨다는 점은 우려할 만하다. 국내 서적을 우선순위에 두고자 한 〈시사IN〉의 주문에 추천위원들은 난색을 표했지만 숨은 보석은 있었다. 박상훈 대표는 〈일본의 불안을 읽는다〉와 〈대한민국 금고를 열다〉를, 책 많이 읽기로 소문난 ‘시골의사’ 박경철씨는 올해 끝자락에 〈거의 모든 것의 미래〉를 건진 게 유일한 수확이라고 말했다. 정태인씨는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 대안을 논한 〈스티글리츠 보고서〉를 권했다. 이밖에도 〈공화국을 위하여〉 〈다시, 민주주의를 말한다〉 〈주권의 너머에서〉 〈하우스 푸어〉 〈생명의 윤리를 말하다〉 〈새로운 세대를 위한 세계사 편지〉 〈공감의 시대〉 등이 언급됐다.

추천위원:박경철(시골 의사), 박상훈(후마니타스 대표), 정태인(경제평론가)

기자명 박형숙 기자 다른기사 보기 phs@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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