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행정부가 핵무기 감축을 실현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로 여기는 나라가 있다면 단연 이란이다. 북한 핵문제도 상당히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지만, 당장은 이란에 더 관심을 쏟는 분위기다. 특히 오바마 행정부는 이란의 핵 개발을 저지하지 못할 경우 중동 전체가 핵확산 지대로 변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갖고 있다.

이란에 대한 미국의 압박은 주로 이란의 핵 개발에 돈줄 노릇을 해온 혁명수비대와 이란 국영 석유회사 등을 정조준한다. 실제로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주된 외화 획득원인 이란의 국영 선박회사가 미국의 경제제재로 두 달 전 5억 달러에 달하는 채무를 이행하지 못했다. 이 회사는 선박을 모두 140척 보유하고 있지만, 그 가운데 5척이 채무 불이행으로 압류되어 경매 처분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압박에도 불구하고 이란은 여전히 자신들의 핵 개발이 평화적 목적이며 핵무기를 생산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고 버티고 있다. 이란은 2009년 10월 처음으로 미국과 직접 담판을 시도해 나름의 합의를 이끌어낸 적도 있다. 즉 의료용 원자로에 필요한 핵연료를 조달하기 위해 농축 우라늄을 이란이 아닌 제3국에서 처리하기로 한 것이다.

ⓒAP Photo핵시설을 둘러보는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가운데).
그러나 이 같은 합의를 놓고 이란 정치권에서 내분이 일면서 합의는 휴지 조각이 되었고, 그때부터 이란은 다시 핵 개발을 가속화했다. 그 결과 현재 이란은 저농축 우라늄 7000파운드와 20%까지 농축한 우라늄 약 73파운드, 그리고 원심분리기 4800개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 이란을 압박하기 위해서는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와 중국의 협조가 절대적이지만 여의치 않은 상태다. 특히 중국은 이란에 대한 강력한 제재에 미온적이라 오바마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나서 후진타오 주석에게 협조를 요청했을 정도다.

오바마 행정부가 이미 핵실험을 마치고 핵무기를 배치한 우방 파키스탄과 인도에 대해서는 어떤 태도를 취할지도 궁금하다. 오바마 행정부는 두 나라를 압박하기 위해 내년 중 모든 형태의 핵실험을 금지하는 ‘포괄핵실험금지조약(CTBT)’ 비준안을 연방 상원에 공식 제출할 계획이지만, 공화당이 득세한 상원이 순순히 응해줄 리 만무하다. 핵무기에 관한 한 오바마 대통령의 앞길은 말 그대로 산 넘어 산이다.

기자명 워싱턴·권웅 편집위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