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발표되었지만 역시나 알맹이는 빠졌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난 12월29일 발표한 구조조정안을 두고 나오는 대체적인 평가다. 지난해 6·2 지방선거 직후 이른바 ‘성남시 지불유예 선언’ 사태로 지자체와 공기업 부채 문제가 공론화되면서 LH 부실은 논란의 핵으로 등장했다. LH는 손실보전법의 국회 통과를 촉구하며 강력한 구조조정안 제출을 공언한 바 있다. 하지만 그 파장을 걱정한 정부와 정치권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 구조조정안 발표는 계속 미루어져왔고 해를 넘기기 직전에야 발표되었다. 그것도 가장 관심을 모았던 부분, 곧 사업이 취소되거나 재조정되는 개별 사업장에 대한 발표는 빠진 채였다.

ⓒ연합뉴스지난해 8월 ‘경영위기 극복 대회’에서 이지송 사장(가운데) 등 LH 임직원이 손을 잡았다.
현재 전국의 LH 사업지구는 414곳(595㎢·1억8000만 평, 411조원 규모). 그중에서 이미 착공해 사업이 진행 중인 212곳을 빼고, 아직 보상에 착수하지 않은 신규 사업지구 138곳에 대해서는 사실상 손을 떼거나 연기하기로 했다. 아울러 보상은 완료되었지만 착공하지 않은 64곳은 착공 연기 등을 통해 재조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보금자리주택이나 세종시 등 정부 국책사업은 예정대로 진행된다.

반응은 차갑다. 김진애 민주당 의원은 “지난 10월 국정감사 업무 보고와 수차례 보고되었던 재무개선 대책 방안 내용에서 순서와 표현만 달리했을 뿐이다”라고 일갈했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도시지역계획)는 부채 발생의 근본 원인에 대한 대책이 없다고 지적했다. “LH에 수익성 개발 사업을 허용한 까닭은 그 이익금으로 국민임대주택과 같은 비수익 사업을 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이 정부 들어 세계경제 불황, 부동산 경기 위축 등으로 전면 재고가 필요한 상황이다. 그런데 국토 개발에 관한 한 모든 일을 할 수 있는 LH의 사업 확장을 제어할 장치가 없다.” 홍헌호 연구위원(시민경제사회연구소)은 부채 악순환과 정치적 외풍을 막기 위해서는 지배구조 개선이 필수라고 지적했다. 외부 전문가 그룹이나 시민사회 견제를 받기 위한 의사결정 기구를 구성해 공익적 기능을 늘리고 세금 낭비 요소를 줄여나가자는 주장이다.

기자명 박형숙 기자 다른기사 보기 phs@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