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 조지 부시 행정부는 미국의 진보적 다큐멘터리 감독 마이클 무어(56)를 정말 싫어하고 무서워했던 것 같다. 영국 〈가디언〉이 ‘위키리크스’ 설립자 어산지가 공개한 외교 전문을 인용한 보도(12월22일)에 따르면 그렇다.

조지 부시 행정부 시절이던 2004년 7월 뉴질랜드 주재 미국 대사관은 그 나라 환경부 장관 마리안 홉스가 마이클 무어의 다큐멘터리 〈화씨 9/11〉 상영을 주관하려 한다는 소문을 입수했다. 〈화씨 9/11〉은, 2001년 ‘9·11 사태’에 ‘부시 정부의 음모가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 것으로 유명한 영화다.

ⓒReuter=Newsis
주 뉴질랜드 미국 대사관은 발칵 뒤집혔다. 이 사태를 ‘망할 짓(potential fiasco)’이라고 부르며 이 영화의 상영 저지에 나섰다. 버넷 부대사는 뉴질랜드 총리 사무실에 거푸 전화를 넣었는데, 무안하게도 총리실은 ‘그런 일에 대해 들어본 적도 없다’는 반응이었다.

나중에 밝혀진 바에 따르면 홉스 장관은 〈화씨 9/11〉 상영을 주관한 것이 아니라, 지역구의 ‘노동당 정치자금 모금’ 행사에 참석했을 뿐이다. 그러나 버넷 부대사는 본국에 보낸 외교 전문을 통해 “우리의 전화 항의 때문에 ‘망할 짓’의 계획을 바꿨을 것이다”라며 씩씩거렸다.

이 소식을 들은 마이클 무어 감독은 12월21일 저녁 〈레이첼 매도 쇼〉에 나가 “〈화씨 9/11〉에 담긴 진실이 두려워서, 내가 모르는 곳의 상영회까지 따라다닌 것 아니냐”라며 웃었다. 마이클 무어 감독은 어산지의 보석금 마련을 위해 2만 달러를 기부한 바 있다.

기자명 이종태 기자 다른기사 보기 peek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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