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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운관에도 ‘재벌 3세’ 열풍

장일호 기자 ilhostyle@sisain.co.kr 2011년 01월 07일 금요일 제17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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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은 나왔어? 혹시 가족이나 물론 친인척 포함해서…, 다시 말해 그쪽 집안 말인데, 내가 알 만한 그런 집안일 수 있을까?”

첫눈에 반한 상대에게 SBS 드라마 <시크릿 가든>의 재벌 3세 김주원(현빈)이 제일 궁금해하는 질문이다. 김주원은 자신의 결혼이 ‘비즈니스’임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가 여자에게 요구하는 건 단 한 가지. 곁에 있다가 거품처럼 사라지는 인어공주가 되어달라는 것. 원하는 건 다 가져야 하는 남자가 구애하는 방식이다.

요즘 브라운관에서는 ‘3세 열풍’이 분다. <시크릿 가든> <욕망의 불꽃>(MBC) <역전의 여왕>(SBS) 등 아침·저녁, 주중·주말 드라마 가리지 않고 ‘신개념 재벌’이 등장한다. 2010년 재벌 3세가 주인공인 드라마에 더 이상 신데렐라는 없다. 행복 혹은 사랑이 물질 너머에도 있음을 보여주며 서민들에게 ‘판타지’를 심어주던 이전의 재벌 드라마와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드라마 <시크릿 가든>의 재벌 3세 김주원(현빈).
이들 재벌 3세는 이전 드라마에서 돈에 혈안이 된 조부모 세대, 혹은 사랑에 눈이 먼 ‘철딱서니’ 없는 부모 세대의 주인공에게서는 찾아보기 힘들던 ‘교양’을 갖추었다. 아버지뻘 되는 회사 임원에게도 “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라고 윽박질러도 좋을 실력 역시 당연히 갖추었다.

그리하여 ‘컬럼비아 유니버시티 인 더 시티 오브 뉴욕’을 졸업한 김주원은 고민이 있을 때마다 책을 집어 든다. 그의 서재는 고민 상담소다. ‘왜 자꾸 그 여자 생각을 하지?’라거나, ‘월세 사는 여자 만나본 적 있어?’라는 고민을 그는 몸을 부딪쳐 알아내기보다 책을 통해 해소하려고 한다. 인종·종교·피부 색깔·성적 취향에 관대하며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에게 베푸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에 대한 관념도 확실하다.

1~2세대 재벌이 일부다처제를 공식·비공식적으로 어기면서(?) 양산한 재벌 3세들은 이미 그들끼리의 ‘이너서클’만으로도 충분히 사회생활이 가능할 만큼 수가 많아졌다. MBC 드라마 <욕망의 불꽃>의 재벌 3세들이 이를 잘 보여준다. 대서양그룹 창업주가 남긴 유산을 고스란히 물려받을 이들은 우리 사회의 ‘귀족’이다. 연예인까지 불러 즐기는 재벌 3세들의 파티는 ‘그들끼리’ 이뤄진다.

<시크릿 가든>의 김주원과 <욕망의 불꽃>의 김민재(유승호)는 그들의 조부모와 부모가 부를 얻기 위해 맞서야 했던 배반과 착취 그리고 불평따위를 알지 못한다. 곤경에 처해본 적 없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자신감은 차라리 순수하다. 이들에게 죄가 있다면 순수함이 때로 잔인함과 통할 수 있음을 모른다는 것, 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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