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은 나왔어? 혹시 가족이나 물론 친인척 포함해서…, 다시 말해 그쪽 집안 말인데, 내가 알 만한 그런 집안일 수 있을까?”
첫눈에 반한 상대에게 SBS 드라마 〈시크릿 가든〉의 재벌 3세 김주원(현빈)이 제일 궁금해하는 질문이다. 김주원은 자신의 결혼이 ‘비즈니스’임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가 여자에게 요구하는 건 단 한 가지. 곁에 있다가 거품처럼 사라지는 인어공주가 되어달라는 것. 원하는 건 다 가져야 하는 남자가 구애하는 방식이다.
요즘 브라운관에서는 ‘3세 열풍’이 분다. 〈시크릿 가든〉 〈욕망의 불꽃〉(MBC) 〈역전의 여왕〉(SBS) 등 아침·저녁, 주중·주말 드라마 가리지 않고 ‘신개념 재벌’이 등장한다. 2010년 재벌 3세가 주인공인 드라마에 더 이상 신데렐라는 없다. 행복 혹은 사랑이 물질 너머에도 있음을 보여주며 서민들에게 ‘판타지’를 심어주던 이전의 재벌 드라마와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이들 재벌 3세는 이전 드라마에서 돈에 혈안이 된 조부모 세대, 혹은 사랑에 눈이 먼 ‘철딱서니’ 없는 부모 세대의 주인공에게서는 찾아보기 힘들던 ‘교양’을 갖추었다. 아버지뻘 되는 회사 임원에게도 “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라고 윽박질러도 좋을 실력 역시 당연히 갖추었다.
그리하여 ‘컬럼비아 유니버시티 인 더 시티 오브 뉴욕’을 졸업한 김주원은 고민이 있을 때마다 책을 집어 든다. 그의 서재는 고민 상담소다. ‘왜 자꾸 그 여자 생각을 하지?’라거나, ‘월세 사는 여자 만나본 적 있어?’라는 고민을 그는 몸을 부딪쳐 알아내기보다 책을 통해 해소하려고 한다. 인종·종교·피부 색깔·성적 취향에 관대하며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에게 베푸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에 대한 관념도 확실하다.
1~2세대 재벌이 일부다처제를 공식·비공식적으로 어기면서(?) 양산한 재벌 3세들은 이미 그들끼리의 ‘이너서클’만으로도 충분히 사회생활이 가능할 만큼 수가 많아졌다. MBC 드라마 〈욕망의 불꽃〉의 재벌 3세들이 이를 잘 보여준다. 대서양그룹 창업주가 남긴 유산을 고스란히 물려받을 이들은 우리 사회의 ‘귀족’이다. 연예인까지 불러 즐기는 재벌 3세들의 파티는 ‘그들끼리’ 이뤄진다.
〈시크릿 가든〉의 김주원과 〈욕망의 불꽃〉의 김민재(유승호)는 그들의 조부모와 부모가 부를 얻기 위해 맞서야 했던 배반과 착취 그리고 불평따위를 알지 못한다. 곤경에 처해본 적 없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자신감은 차라리 순수하다. 이들에게 죄가 있다면 순수함이 때로 잔인함과 통할 수 있음을 모른다는 것, 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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