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뤽 고다르, 프랑수아 트뤼포…. 이른바 영화사의 ‘거장’들을 만날 수 있는 장소가 있다. 상업적 목적보다 문화적 필요성에 의한 영화를 상영하는 그곳, 서울 종로구 서울아트시네마. 박예하양(18)은 그곳을 제 집처럼 드나든다. 영화 프로그래머가 꿈인 박양에게 시네마테크는 입시학원의 다른 이름이었다. 수시 전형으로 대학에 일찌감치 합격한 덕분에 고3 생활의 대부분은 극장에서 이뤄졌다. 전공은 프랑스어로 결정했다. 언어를 익혀 영화사·영화이론에 관련된 자료들을 더 자유롭게 보기 위해서이다.

ⓒ시사IN 안희태

무언가를 ‘좋아한다’는 말처럼 설명하기 힘든 말도 없다. 박양이 고1 때부터 시네마테크 상영 영화를 보러 다닌 것도 딱히 이유를 대기 어려운 이끌림 때문이었다. “사람들이 고전 혹은 예술영화라고 부르는 영화들이 궁금했다. 그리고 이해하고 싶었다.” 그는 최근 〈청소년을 위한 영화 만들기〉라는 책도 번역했다. 5분짜리 단편영화 제작 안내서이다.

관객으로만 드나들던 서울아트시네마에서 본격적으로 일을 돕기 시작한 건 올해 초 터진 ‘시네마테크 사태’ 때문이었다. 서울아트시네마가 영화진흥위원회의 공모에서 탈락하면서 문 닫을 위기에 처하자 박양을 비롯한 관객들이 모금운동에 나섰다. 현재는 자원봉사자로 서울아트시네마의 행사 진행 따위를 돕고 있는 박양은 내년에 서울아트시네마 소식지 〈시네마테크(cinematheque)〉의 관객 에디터로도 활동한다.

기자명 장일호 기자 다른기사 보기 ilhosty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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