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일 대로 꼬여버린 한·미 FTA 국회 비준
  • 박형숙 기자
  • 호수 170
  • 승인 2010.12.24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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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이번 한·미 합의가 재협상이 아니라 ‘추가 협상’이라며 기존 비준 동의안과 별도로 국회에서 심의·의결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헌법 등에 따르면, 이번 합의만 따로 비준 동의 절차를 밟을 수 없다는
야당은 그렇다 치고, 여당 안에서도 쉽지 않게 생겼다. 재협상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 한·미 FTA 국회 비준에 난항이 예상된다. 내용·시기· 절차, 어느 것 하나 간단치 않다. ‘이익의 균형’을 둘러싼 내용 공방은 논외로 하자(야당과 평행선이다). 한 점도, 한 획도 고치지 않겠다며 재협상 불가론을 공언해온 정부의 거짓말도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의 사과로 넘어갈 수 있다 치자.

거기에 한 가지가 더 겹쳤다. 향후 국회 심의·의결 과정에서 비준동의안 처리 절차에 심각한 하자가 발생했다. 해당 상임위인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남경필 위원장(한나라당)은 〈시사IN〉과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생각하는 비준 동의 절차는 원천적으로 문제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기존안 폐기 뒤 새 동의안 제출해야 가능”

재협상 논란을 비켜가고 싶은지 정부는 이번에 타결된 한·미 양국의 합의 내용을 줄곧 ‘추가 협상’이라고 표현한다. 그 때문에 정부는 처리 형식도 기존 협정문을 수정해 반영하지 않고, 일종의 ‘부속서’ 형태로 별도 문서화할 예정이다. 현재 국회에는 2008년 10월 국회에 제출되어 지난해 4월 외통위에서 강행 처리된 비준동의안이 법사위와 본회의 통과 절차를 남겨둔 상태다. 여기에 추가 협의된 내용에 대한 비준동의안을 제출해 2개의 비준동의안을 국회에서 심의·의결하면 된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시사IN 조남진
2010년 12월8일 전국 농민대회에 참가한 농민단체 회원들

하지만 부속서의 법적 지위와 관련한 한·미 FTA 규정(제24.1조)에 따르면 ‘이 협정의 부속서, 부록 및 각주는 이 협정의 불가분의 일부를 구성한다’. 다시 말해 기존 협정문과 별개의 합의나 조약으로 볼 수 없다는 뜻이다. 한·미 FTA ‘전체’에 대한 비준 동의가 필요하다.
조약의 체결·비준에 대한 국회 동의권을 규정한 헌법 제60조 1항에 따르더라도 논란거리가 상당하다. 국회에서 수정 동의안을 표결해 기존 안과 합치는 통상적인 법률안 처리라면 문제 될 게 없다. 하지만 비준동의안은 다르다. 남 위원장의 말이다. “조약에 대한 국회의 수정은 불가능하다. 국회는 가부만 판단할 수 있다. 방법은 있다. 우선 정부가 기존안 폐기 요청을 해야 한다. 그리고 상임위에서 폐기에 동의하면 정부는 기존 협정문과 부속서를 합쳐서 새로운 한·미 FTA 비준 동의안을 국회에 다시 제출해야 한다. 절차가 간단치 않다.”

국회 입법조사처의 판단도 이와 비슷하다. 한·미 FTA에 반대하는 천정배 민주당 의원이 의뢰해 작성한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부속 서한이나 부속 협정만 따로 비준동의 절차를 밟아서는 안 되고, 협정문 전체에 대한 동의 절차를 새로 밟아야 한다고 적시했다.

가뜩이나 재협상에 대한 야당 반대가 거센 마당에 폐기 절차가 한 번 더 얹혔으니 국회 비준은 꼬일 대로 꼬였다. 어쩌면 자업자득인지도 모른다. 여당은 우리가 먼저 비준안을 처리하면 미국을 압박할 수 있다는 점을 ‘선(先)비준론’의 명분으로 내세웠었다. 하지만 이는 곧 우리의 착각으로 드러났고 국회는 꼴이 우스워졌다. 남 위원장은 “나도 (비준안 강행 처리에) 참여한 의원으로서 반성의 뜻도 담겼고, 행정부도 이게 얼마나 지난한 과정인지 알아야 한다”라며 비준안 처리를 서두르지 않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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