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홍보성 5천억원, 보육시설 신축엔 겨우 46.5억원
  • 박형숙 기자
  • 호수 166
  • 승인 2010.11.22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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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아동 10명 중 1명만 국공립 시설 이용하는데..
ⓒ시사IN 유옥경

‘줄서기 알바’. 인터넷 육아 카페 등에 들어가면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구직 정보다. 이즈음 11월, 12월이 특히 그렇다. 어린이집과 유치원들이 원아모집을 하는 시즌. 요새는 대개 추첨이나 대기 순번에 따라 이뤄지지만 여전히 선착순을 고수하는 어린이집들이 있기 때문이다. 

서울의 어떤 어린이집은 아예 ‘줄서기 날’을 정해 담요, 따뜻한 보온병, 등산용 양말, 텐트, 손난로, 김장비닐, 스키복 바지 등을 준비물로 알리고 아빠와의 교대 줄서기도 가능하다는 친절한 안내문을 내걸기도 한다. 출산율 세계 최하위 나라의 기막힌 현실이다. 

그 중에서도 최저 수준인 서울시의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 수)은 채 1명이 안된다. 2009년 기준 0.96명으로 전국 광역지방자치단체 중 부산(0.94명)에 이어 두 번째로 낮다. 그러한 점을 감안해 오세훈 시장도 ‘여성이 행복한 도시를 만들겠다’며 보육 정책에 각별한 의지를 보여 왔지만 엄마들이 소원하는 ‘국공립’ 시설 확충과는 방향이 달랐다.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 부위원장 박양숙 의원(민주당·성동4)이 'e-보육포털'과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에 거주하는 아동 10명 중 1명만이 국공립 보육시설을 이용하고 있으며, 아동 8명 중 1명은 국공립 보육시설 입소를 위해 대기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 전체 아동 수는 53만922명. 이 가운데 국공립 보육시설 이용 아동은  54,095명으로 10.2%에 불과했다. 자치구 중에서 아동 수 대비 국공립 시설 정원이 가장 많은 구는 중구(29.0%), 가장 적은 구는 은평구(5.2%)였다. 종로(27.8%), 강남(15.0%), 성동(13.6%), 마포(12.9%), 동작(12.1%)구 등이 그나마 상황이 나았고, 도봉·영등포(7.7%), 성북·강서(7.9%)구 등은 평균치를 밑돌았다(위 도표).

    
박양숙 의원은 “서울시는 ‘서울형 어린이집’을 전면 시행하면 국공립 어린이집 입소를 위해 7∼8만명이 대기했던 불편이 사라질 것이라고 했지만 그렇지 않다. 학부모들이 원하는 건 ‘오세훈 홍보용 어린이집’이 아니라 보육료 부담이 적고 아이를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국공립 어린이집이다”라고 비판했다. 

서울형 어린이집은 서울시가 지난해 4월부터 운영하는 것으로, 국공립과 민간 보육시설 중 일정한 기준과 조건을 갖춘 곳을 평가해 보육료와 보육교사의 인건비 등 운영비를 국공립 수준에 맞춰 지원하겠다는 ‘준공영’ 형태의 시설이다. 하지만 내년도 서울시 예산안을 보면 서울형 어린이집 예산도 2010년 1296억원→2011년 1243억원으로 53억원이 줄었다. 그리고 국공립 신축 등 공공보육시설 39개소(2010년엔 15개)를 늘리겠다고 했지만 편성된 예산은 46억5천만원(2010년엔 24억4900만원)에 불과하다. 통상 국공립 시설 한개 당 신축비용이 20억원이 넘는데 어떻게 그 돈으로 39개를 확충하겠다는 것일까? 이는 아파트단지 내 공동주택에 운영비를 보조하거나 기존 시설의 리모델링까지 모두 합쳐 산정한 수치였다. 신축비를 들이지 않고 신축 효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인 셈이다. 

서울시의 사정도 이해는 할만하다. 정부가 보육료 전액 지원 대상을 현재의 소득인정액 하위 50%에서 2011년에는 70%로 확대함에 따라 지자체 부담금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서울시의 경우 700억원 증가). 또한 정부가 서울시의 서울형 어린이집을 벤치마킹한 ‘공공형 어린이집’ 정책을 신규 편성함에 따라 지자체의 추가 부담금(23억원)이 발생했다. 문제는 보육 예산의 절대 금액이 늘어나지 않는 상황에서는 이런 식의 ‘아랫돌 빼내 윗돌 괴는 식’의 악순환이 계속되리라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시의 홍보, 전시성 예산은  5천억원이나 책정됐다. 서울시의회 예결위 부위원장인 김생환 의원(민주당)은 2011년 서울시 예산안과 관련해 불요불급한 홍보,전시성 사업의 예산을 대폭 삭감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가령 서해뱃길사업(766억원), 한강르네상스사업(400억원), 아리수 홍보강화 등 신뢰도 제고사업(4963억원) 등의 예산을 삭감해 무상 보육, 무상 급식, 공공요금 동결 등 실질적인 복지 예산으로 돌리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서울시 공무원 자녀들을 대상으로 한 시청직장어린이집에 대한 예산도 5억2900만원→5억5200만원으로 2300만원이 증가했다(195명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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