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읊노라니 감흥에 젖어라 정약용 강의, 추만호 감흥, 창해 펴냄 때는 1791년(정조 15년). 출제자는 정조, 답변자는 다산 정약용, 문제는 800개, 과목은 〈시경〉. 이를 220년 뒤 역사연구가 추자 추만호 선생이 채점했다. 군신의 문답을 꼼꼼히 채점하고 그는 평했다. “40세 정조는 소년처럼 물었고, 열 살 아래 다산은 노인처럼 답했다. 그러면서 슬쩍 정조는 요순우탕문무주 중국 7대 성인보다 더 위에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치고, 다산은 주자라고 존칭받는 주희보다 더 위에 선다는 자부심을 내걸었다”라고. 그 멋드러진 문답을 추만호는 해설이 아닌 ‘감흥’으로 풀어냈다. “시를 읊노라니 감흥에 젖는다”라며. 공자가 엮어낸 〈시경〉의 주옥같은 글귀를 저자는 2500년 전 노래방 애창곡 모음으로 해석한다. 그리고 지금 이 시대에 누가 읊조려도 생생하게 살아날 수 있다고 말한다. 삼십 줄에는 문채 나는 군자를 찬미하는 〈기욱〉을, 사십 줄에는 상대적인 것을 인정하는 〈학명〉을, 오십 줄에는 은둔의 즐거움을 노래한 〈고반〉을 읽으며 삶의 즐거움을 노래하라고. 지배계급과 그 주변의 모습을 담거나, 인간의 원초적 욕망인 사랑을 다루거나, 구원받고 싶은 바람을 담은 ‘풍아송(風雅頌)’ 305편 가운데 160편을 엮었다.

 

진보와 보수 미래를 논하다 이창곤 쓰고 엮음, 도서출판 밈 펴냄 소통이 화두였던 시기, ‘진보와 보수의 대표 선수들끼리 주제별로 치열하게 토론하는 소통의 장을 마련해본다’라는 기획을 〈시사IN〉에서 준비 중이었는데 벌써 발동을 건 곳이 있었다. 한겨레신문이었다. 창간 22돌 기념 기획 기사이면서 ‘한국 사회 미래를 말하다’라는 제목으로 올봄에 연재되었다. 흥미로웠다. ‘국가 비전’을 놓고 참여정부 경제수석이었던 이정우 경북대 교수와 박재완 고용노동부 장관(당시 정책기획수석)이, ‘사회 민주화’를 놓고 김기식 참여연대 정책위원장과 홍진표 시대정신 이사가, ‘정치 개혁’을 놓고 최재성 민주당 의원과 정태근 한나라당 의원이 맞붙었다. 빅 매치도 있었다.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와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이 ‘미래 논쟁’을 벌였고, 마지막으로 진보 세력의 대부 백낙청 창작과비평 편집인과 뉴라이트의 대부 안병직 시대정신 이사장이 진보가 보수에게, 보수가 진보에게 전하는 말을 담은 ‘특별 대담’으로 마무리했다.

총 16명이 벌인 논쟁 월드컵에 저자가 이해를 돕기 위해 논점을 풀어주고, 김호기 연세대 교수 등 7명이 해제를 달아주었다. ‘대담한 진보’니 ‘유연한 진보’니 하는 진보의 공허한 수사학과 ‘충성과 이권의 상호작용’에 의해 움직이는 보수의 천박한 속성 사이에서 어렵게 미래의 희망을 모색했다.

 

서울과 노동시 서울과 노동시 기획위원회 엮음, 실천문학사 펴냄 전태일 40주기(11월13일)를 기념해 노동시 ‘슈퍼스타K’가 펼쳐졌다. 심사 기간은 1년, 190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발표된 시 수천 편 가운데 서울(한성·경성)을 배경으로 한 시들이 검토되었다. 그렇게 해서 시인 138명이 쓴 노동시 320편이 한데 묶였다.

 

 

재생의 담론, 21세기 민족주의 정수일 외 지음, 통일뉴스 펴냄  ‘민족주의’는 이제 낡은 것일까? 신자유주의에 밀려 코너에 몰린 민족주의를 복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연구모임 ‘21세기 민족주의포럼’이 명예회복을 시도했다. 정수일 한국문명교류연구소장의 민족주의 담론을 비롯해 다양한 시각에서 민족주의를 들여다보았다.

 

 

아이다 미네르바 타벨 스티브 와인버그 지음, 신윤주·이호은 옮김, 생각비행 펴냄 1972년 워터게이트 사건을 폭로하고 ‘펜은 칼보다 강하다’는 것을 증명한 우드워드 기자와 칼 번스타인 기자는 하루아침에 스타가 되었다. 이보다 70년 전에 스탠더드 오일 사의 비리를 폭로하고 록펠러를 굴복시킨 전설의 여기자 아이다 미네르바 타벨의 전기가 나왔다.

 

 

순성의 즐거움 김도형 글·사진, 효형출판 펴냄 ‘도성을 한 바퀴 빙 돌아서 도성 안팎의 풍경을 구경하는 멋있는 놀이.’ 조선시대 실학자 유득공이 말한 ‘순성놀이’의 정의다. 소장 지리학자가 순성놀이를 재현했다. 이미 대부분의 성곽은 허물어진 터지만 4대문과 4소문을 경유하며 왕조의 흔적을 더듬었다.

기자명 시사IN 편집국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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