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톰을 택할까, 코난을 택할까
  • 표정훈 (출판 평론가)
  • 호수 16
  • 승인 2007.12.31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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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톰은 원자력을 사용해 움직이는 로봇이다. 반면 코난은 웬만하면 몸으로 해결하는 진정한 인간이다. 이 책은 우리에게 원자력이 대안이 아니라, 태양광·풍력 에너지가 ‘희망’이라고 말한다.
   
  <아톰의 시대에서 코난의 시대로> 강양구 지음 프레시안북 펴냄  
 
처음 책  표지와 제목만 슬쩍 봤을 때 대중문화에 관한 책인가 생각했다. 우주 소년 아톰과 미래 소년 코난을 핵심어 삼아 애니메이션을 논하는 책인가 싶었던 것. 그러나 표지를 살피니 ‘석유 없는 세상을 준비하는 에너지 프로젝트’라는 문구가 보인다. 이 책은 석유 시대가 저물고 있는 현실을 진단하고 분뇨 에너지, 식물 연료, 풍력 에너지, 태양광 에너지 따위의 현재와 가능성을 논한다.

먼저 눈길 가는 부분은 석유 에너지의 현실이다. 석유가스정점연구회(ASPO) 셸 알레크렛 의장은 석유를 샴페인에 견주면 인류가 샴페인 19병 가운데 11병을 비워버렸다고 말한다. 앞으로 새로 채울 수 있는 샴페인은 많아야 두 병 정도다. 미국 지질조사국은 20병 정도를 예상하지만 조사국 내부자들도 개인적으로는 ASPO의 전망에 동의한다.

석유가스정점연구회는 2010년에 석유 생산 정점이 오고, 이후 연간 2∼3%씩 공급량이 줄어들 것으로 본다. 원자력 발전이 대안일까? 우라늄 30t을 정제하려면 석유 80만t이 필요하다. 원자력 발전소를 많이 세울수록 필요한 우라늄 양도 늘어나니 우라늄 함량이 낮은 광석까지 캐내 정제해야 하며, 필요한 석유는 더욱 늘어난다. 원자력 에너지로 생산한 전기가 상대적으로 싸 보이지만 위험 예방 비용, 폐기물 처리 비용 따위가 발전 비용에서 빠져 있다. 예컨대 정부는 중저준위 폐기물 처리장을 유치하는 지방자치단체에 보상금 3000억원을 내걸었다.

그렇다면 재생 가능 에너지에 눈길을 돌려야 할 터인데, 사정이 만만치 않다. 우리 정부는 2020년까지 발전설비 비율에서 재생 가능 에너지 비중을 7%까지 늘릴 계획이지만, 이는 전체 발전량 대비 1.6%에 그친다. 관련 법규의 공장 지붕에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할 수 없다는 조항도 문제다. 국토 면적이 좁은 우리나라가 태양광 발전시설을 늘리려면 건물 지붕, 외벽 등 쓸모없이 노출되어 있는 공간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태양광 발전 시설을 더 늘리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태양광 발전, 우리나라는 안 해서 못한다?

관련 부처인 산업자원부가 정유 업계나 원자력 업계 등, 기존 에너지 업계의 이해관계와 무관하다고 보기 힘든 현실도 문제다. 더욱이 미국 에너지정보청의 정보에만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평균 일사량은 ㎡당 3042㎉로 네덜란드(2450), 독일(2170), 일본(2800)보다 많다. 그런데 이들 나라는 태양광 발전 선진국이다. 안 해서 못하지, 못해서 못하는 게 아니라는 걸 보여준다.

이러는 사이 중국산·인도산 부품(모듈)을 수입해서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하는 업체가 난립해 있다. 최근 미국·독일 기업들이 우리 시장을 공략하면서 태양광 발전기의 60%는 외국산이다. 태양광 발전 시장을 외국 기업에 내주게 될 가능성이 크다. 새로 들어설 정부가 에너지 문제에 완전히 새로운 차원에서 접근하지 않는다면, 석유를 전량 수입하는 우리나라는 조만간 심각한 위기에 빠질지도 모른다.

우주 소년 아톰은 원자력 에너지를 사용해 움직이는 로봇이다. 아톰의 무대도 원자력을 평화적으로 사용하는 가상의 나라다. 반면 미래 소년 코난은 웬만하면 몸으로 해결하는 건강한 인간이다. 라오 박사가 태양 에너지를 부활시킴으로써 인류는 새 희망을 찾게 된다. 아톰을 택할 것인가, 코난을 택할 것인가. 아톰과 코난을 탄생시킨 일본은 2010년까지 1000메가와트급 원자력 발전소 5기에 해당하는(4820메가와트) 태양광 발전기를 보급할 예정이다. 일본 기업 샤프(21%), 교세라(11%), 산요(8%) 등이 태양전지 세계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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