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서 강릉단오제를 ‘참 재미있게’ 본 친구는 “무대가 없으면 축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예전 단오제는 거리에서, 마당에서, 시장에서 주민과 공연자들이 한바탕 어울려 신명나게 놀았다는 말이다. 돌이켜보면, 이 마을 저 동네에 그 같은 축제가 더러 있었다. 가끔 반공을 덧씌워 과격한 용어가 뒤섞였지만 축제 마당은 언제나 평평하고, 참가자들과 공연자들의 어깨 높이는 늘 엇비슷했다. 언제부터 무대가 높아진 것일까.

올 9월에서 내년 5월까지 열리는 축제 목록(문화체육관광부 자료)을 보니 관 주도 행사가 의외로 많았다. 그런 축제, 가보면 알지만 대부분 내빈 소개나 주최 측의 자화자찬이 뱀 꼬리처럼 길다. 무대는 또 어찌나 높은지…. 그래서 가능하면 소개 목록에 관 주도 축제는 빼고, 주민이나 활동적인 단체가 여는 축제를 더 많이 넣으려 애썼다. 그 과정에서 지역신문 기자들의 도움이 컸다. 그래도 아쉬움이 남는다. 직접 가보지 못하고 축제를 고르고, 소개하는 이 민망함.

원래 9~5월 축제 이야기는 지난해 가을에 나왔어야 맞다. 그렇지만 신종플루 탓에 지레 개최를 포기하는 축제가 많아 1년이 늦어졌다. 그래서 더 풍성해진 축제 이야기도 있고, 감질나는 축제담도 있다. 그렇더라도 감히, 각 축제 이야기를 읽을 때마다 발바닥이 근질대고 입에 침이 고이기를 바란다.


 
추천을 도와준 사람들
고미(제민일보 기자), 김상태(강원일보 기자), 김수영(대전일보 기자), 김형기(강원일보 기자), 도휘정(전북일보 기자), 박종순(경남도민일보 기자), 오석기(강원일보 기자), 이동관(매일신문 기자), 이용(대전일보 정치부장), 이형복(경기일보 기자), 정신(축제경영연구소장), 조두진(매일신문 기자), 조혁연(충북일보 대기자), 최민석(무등일보 기자)
기자명 오윤현 기자 다른기사 보기 nom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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