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좀 보소/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 동지섣달 꽃 본 듯이 날 좀 보소/ 아리아리랑 쓰리쓰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고개로 날 넘겨주소.”

밀양아리랑은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흥얼대는 민요이지만, 그에 얽힌 비화(悲話)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조선시대 밀양 사또의 외동딸 아랑은 영남루로 달구경을 갔다가 젊은 하인에게 겁탈당한다. 아랑은 끝까지 저항했지만 결국 칼을 맞고 대숲에 버려진다. 밀양 사람들은 그녀의 죽음을 슬퍼하며 ‘아랑, 아랑’ 하고 노래를 불렀고, 그 노래가 바로 우리나라 3대 아리랑 중 하나인 밀양아리랑이다.

그녀의 넋이 잠들어 있는 영남루 일원과 남천둔치에서 매년 4월 말~5월 초 밀양아리랑대축제가 열린다. 임진왜란 때 나라를 구한 사명대사의 충의(忠義) 정신, 조선시대 성리학의 태두 김종직 선생의 지덕(智德) 정신, 순결의 화신 아랑 낭자의 정순(貞純) 정신을 기리는 이 축제는 1957년 처음 열린 뒤 반세기 넘는 역사를 이어왔다. 2011년 행사는 54회. ‘경상남도 우수 문화축제’로 지정받을 만큼 내용도 알차고 주민 참여도  적극적이다.

 
개막 전날 표충서원·예림서원·아랑서당에서 채화한 3대 정신의 불씨를 단군 선조께 봉헌하는 고유제를 지내고, 개막일 성화에 불을 붙이는 것으로 축제는 막이 오른다. 야외공연장에서 열리는 초야제 ‘밀양아리랑의 밤’에서는 팝오케스트라와 퓨전 국악단의 협연 및 각종 퍼포먼스가 신명나게 어우러진다.

그리고 굽이쳐 흐르는 밀양강을 배경으로 나흘간 △아랑 규수 선발대회 △밀양강 전국 민속연날리기 대회 및 창작연 시연  △밀양아리랑 전국 민요경창대회 △밀양아리랑 가요제 등 다양한 볼거리가 펼쳐진다. 특히 10여 년 역사를 자랑하는 ‘밀양아리랑 가요제’는 이 지역 출신으로 〈굳세어라 금순아〉 〈신라의 달밤〉 등을 작곡한 가요계의 거장 고 박시춘씨를 기리는 행사다. 전국의 아마추어 가수 지망생들이 문을 두드리는 ‘신인가수 등용문’으로 유명하다.

밀양 지역 특유의 색을 음미하려면 밀양백중놀이·밀양새터가을굿놀이·감내게줄당기기·신선바위학춤·밀양풍물굿 등 밀양 대표 무형문화재를 한자리에 모은 ‘무형문화재 축제한마당’을 놓치지 마시라. 지역의 이야기꾼들이 구수한 밀양 사투리로 재치 있는 입담을 펼치는 ‘사랑방 이야기 여행’도 호응이 좋다. 체험·관람 행사도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다.

전통 민속놀이 마당, 다문화가족 어울 마당, 세대공감 테마 체험마당 등 가족 단위로 즐길 만한 행사가 많다. 장작가마·공예품의 전시 및 제작 시연과 전통차 시음회를 비롯해 밀양시청의 친환경 농산물 브랜드 ‘미르피아’가 내놓는 농산물도 볼거리다. 그뿐 아니다. 전국에서 온 이들이 한글 백일장·한시·휘호대회 등 각종 경연대회에서 역량을 겨룬다. 밀양장사씨름대회·영남궁도대회·게이트볼친선대회 같은 스포츠 행사도 구경할 만하다. 그야말로 친목의 장, 문화의 장이다.

돌아오는 봄에는 돼지국밥과 산채비빔밥, 은어튀김이 유명한 경남 밀양으로 오시라. 밀양아리랑의 굽이치는 가락에 어깨 들썩이며 한바탕 놀아보세, 얼쑤! 밀양문화제집전위원회가 주최한다. 문의 www.arirang.or.kr 055-353- 3550.

기자명 전혜원 인턴 기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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