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투표를 안 해봐서 모르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생선은 고등어가 아닐까. 고등어 노래가 세 곡이나 되는 것도 그 덕이 아닌가 싶다. 실제로 고등어는 값이 싸고 영양이 풍부해 예로부터 서민이 많이 먹어온 생선이다. 특히 DHA와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해 남녀노소 모두에게 인기 만점이다. 가수 루시드 폴은 그 고등어를 이렇게 노래한다.

고등어의 ‘희생’을 돌아보다

“나를 원하는 곳으로 헤엄치네, 돈이 없는 사람들도 배불리 먹을 수 있게, 나는 또 다시 바다를 가르네, 몇 만원이 넘는다는 서울의 꽃등심보다, 맛도 없고 비린지는 몰라도, 그래도 나는 안다네 그동안 내가 지켜온, 수많은 가족들의 저녁 밥상, 나를 고를 때면 내 눈을 바라봐줘요, 나는 눈을 감는 법도 몰라요, 가난한 그대 날 골라줘서 고마워요, 수고했어요 오늘 이 하루도.”  

 
부산시 서구청도 고등어의 맛과 영양소 그리고 ‘희생적인 일생’을 돌아보고 싶었나보다. 2008년 10월부터 고등어축제를 개최하고 있으니 말이다(사실 부산 서구는 국내에 유통되는 고등어의 80% 이상이 거래되는 곳이다). 이맘때 부산에서는 천고마비(天高馬肥)를 ‘천고어비(天高魚肥)’로 바꿔 말해도 어색하지 않다. 그만큼 생선의 살과 지방이 통통히 올라 고소한 맛이 배가되기 때문이다. 

10월29~31일 송도해수욕장에 가면 그 날렵하고 통통한 고등어를 떼로 만날 수 있다. 고등어축제의 일환으로 수조에 고등어를 한가득 풀어놓고 ‘고등어를 잡아라’ 행사를 여는 것. 물속에서 움직이는 고등어의 속도와 힘은 장정들도 잡아 올리기 버거울 정도로 굳세다. 그래서일까. 맨손으로 날렵하고 탱탱한 고등어 한 마리 움켜쥐면 손맛·눈맛·입맛이 황홀해진다.    

고등어를 비롯한 생선을 경매하는 ‘수산물 깜짝 경매’도 놓치면 아쉬운 행사. 직접 경매에 참여해 프로들처럼 손바닥 칠판에 금액을 적어가며 가격 흥정을 할 수 있다. 고등어 요리 경연대회에는 고등어 살로 만들 수 있는 조림, 회, 찜, 구이, 튀김, 절임 요리가 모두 등장한다. 상식에 자신 있는 사람에게는 ‘도전, 고등어 골든벨’이 제격이다. 고등어 상식을 ○×로 푼 뒤 우수한 성적을 올리면 푸짐한 상품을 받을 수 있다. 상식은 없고 노래를 잘 부른다면 고등어 가요제에 도전해볼 수도 있다. 

생선을 테마로 한 축제에 음식이 빠질 리 없다. ‘추억의 고갈비 화덕구이’ 행사에 참여하면 기름이 자르르 흐르는 싱싱한 고등어구이를 원없이 먹을 수 있다. 축제장을 거닐며 사이사이 맛보는 고등어 회와 고등어 튀김 맛도 일품이다. 한 가지 부탁할 점은 고등어 요리를 먹을 때 ‘눈 감는 법을 모르는’ 고등어에게 잠시나마 감사함을 전하라는 거다. 고등어 만세! 문의 culture.bsseogu.go.kr 051-240-4064.

숭어 앞에서 “으허” “어이쿠”

숭어는 크게 가숭어와 참숭어로 나뉘는데 가숭어는 4~6월에, 참숭어는 11~3월에 더 차지고 맛있다고 알려져 있다. 바람에 훈훈한 기운이 뒤섞이는 시기, 부산 강서구 가덕도 주변에서 잡히는 숭어는 참숭어일까 가숭어일까. 부산 강서구청이 4월이나 5월에 ‘숭어는 봄이 제철로, 육질이 부드럽고 향긋한 단맛이 일품’이라며 가덕숭어들이축제를 여는 것으로 봐서는 가숭어가 아닐까 싶다.

가숭어건 참숭어건, 숭어는 옛날부터 음식으로서뿐만 아니라 약재로도 널리 쓰였다. 그 맛과 약효가 얼마나 뛰어난지 〈동의보감〉과 〈향약집성방〉에는 이 같은 구절이 나온다. “숭어를 먹으면 위를 편하게 하고, 오장을 다스리며, 오래 먹으면 몸에 살이 붙고 튼튼해진다. 이 물고기는 진흙을 먹으므로 백약(百藥)에 어울린다.” 특히 오뉴월 보리가 피어나는 시기에 잡히는 ‘보리숭어’가 좋다고.

 
가덕도에서 숭어들이축제를 여는 까닭은 하나. 이곳 대항마을 어부들이 숭어들이라는 160여 년 전통의 숭어 잡이를 고수하고 있어서이다. 숭어들이란 봄철이 되면 숭어들이 눈이 멀어 수면 위로 떠오르는데, 산 중턱에서 망을 보던 어로장이 ‘후려랏!’ 하고 호령하면 바다 길목에서 기다리던 소형 무동력선 여섯 척이 그물을 내려 이 숭어 떼를 포위해 잡는 방식이다. 어로장이 먼 산 위에서 숭어 떼를 발견하는 과정은 거의 신기에 가깝다(숭어 떼가 많으면 바다 물빛이 발그레하게 보인다고). 

운이 좋으면 대항마을 방파제에서 열리는 숭어들이축제에서 그 과정을 실제 볼 수도 있다. 축제 때마다 매번 시연을 하는 덕이다. 고등어축제처럼 숭어들이축제 역시 ‘먹고 잡는 행사’가 주를 이룬다. 먼저 숭어요리 시연 및 시식이 여행자의 입맛을 다시게 만든다. ‘인공 풀’에 숭어를 풀어놓고 맨손으로 숭어를 잡는 행사는 매년 인기 최고이다. 숭어도 유영 속도와 요동치는 힘이 고등어에 뒤지지 않아, 운 좋게 숭어를 잡은 사람들의 입에서 “으허!” “끄응!” “어이쿠!” 소리가 절로 나온다.

이 외에도 숭어회 정량 달기, 피에로 쇼, 각설이 타령, 마술 공연, 놀이·장기 경연대회 등이 잔치 분위기를 한껏 돋운다. 내년 가덕숭어들이축제 개최 시기가 4월이라 아직 먼 일 같지만, 서리와 눈 내리고 나면 어느새 훈훈한 봄바람 불어오리라. 문의 visit.bsgangseo.go.kr 051-970-4482.

기자명 오윤현 기자 다른기사 보기 nom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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