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장한 산세에 맥이 뚜렷한 소백산맥을 따라 선비의 충절과 숨결이 살아 숨쉬는 경북 영주시. 이곳에서는 매년 4월 선비문화축제가 열린다. 축제가 열릴 즈음이면 영주시 선비촌 일원에서 흥미로운 풍경이 연출된다. 엿장수의 가위 소리 장단에 춤을 추는 동네 꼬마들, 아슬아슬 물동이를 인 아주머니, 향피리·해금 등을 연주하는 초로의 할아버지, 떡메를 높이 치켜든 장정들, 한국 전통 혼례, 어린아이의 돌상 등등.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선비의 시대로 날아온 느낌이다.

과거 영주에서는 중국의 주자학을 처음 들여와 전파한 문성공 안향, 〈관동별곡〉 〈죽계별곡〉의 작가 근재 안축, 소수서원의 시초가 된 백운동서원의 창건자 신재 주세붕 같은 선비들이 다수 배출되었다. 선비문화축제는 바로 그들, 선비들의 생활철학이 담긴 정신과 문화를 재조명하고 그들의 지혜를 재발견하는 기회이다. 이 축제를 통해 우수한 한국 전통문화와 선비의 혼이 깃든 ‘韓스타일’을 창조하고 있다.

 
 
올 4월에 열린 축제의 주제는 ‘선비의 신바람! 춤으로 한(韓)을 담아내다’였다. 춤으로 韓스타일을 표현한다는 주제에 걸맞게 선비정신을 상징하는 학춤 페스티벌이 특히 눈길을 끌었다. 학의 날갯짓을 형상화한 학춤은 선비의 충절과 고매한 정신세계는 물론 선비의 풍류를 한껏 풍겼다. 다문화 사회를 소개하는 공간을 마련한 것도 2010 축제의 특징 중 하나.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다문화 가정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깨고 문화를 알림으로써 더불어 사는 사회 구현에 앞장선다는 취지에서였다.

이 외에도 인간의 생로병사와 희로애락을 담은 김영임 孝 대공연, 옛 정취와 현대적 감각이 어우러진 한복 패션쇼, 전국 신바람! 영주가요제, 마당놀이 풍자극 〈이춘풍 난봉기〉, 2010 도전! 영주 선비문화 골든벨, 문화 자연 염색 전국 공모전 시상, 순흥 도호부사 행렬, 의소세손 태봉출 및 봉안 행렬, 선비촌 기로연(조선시대 70세 이상의 원로 문신들을 위로하고 예우하기 위해 봄·가을에 정기적으로 나라에서 베푼 잔치), 도립국악단 초청 공연 등 다양한 부대 행사가 눈길을 끌었다.

선비정신 함양을 위한 학술대회, 우리말 경연대회, 한시백일장, 죽계백일장 등과 당시의 생활상을 체험할 수 있는 서당 체험, 선비 부채 그리기, 꽃가마 체험, 전통 엿 맛보기, 캐릭터 탈 만들기 등 이색적인 행사도 인기 만점이었다. 내년 4월에는 또 어떤 행사들이 인기를 끌지 자못 기대된다. 참, 선비의 고장 영주에서 놓치지 말고 보아야 할 유형문화재들이 있다. 천년 고찰 부석사, 최초의 사액서원 소수서원, 무섬 전통마을 등이 그것이다. 문의 www.seonbifestival.com 054-639-6064.

기자명 허미선 (자유기고가)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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