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함평군이 매년 늦봄에 개최하는 행사가 있다. 바로 함평나비대축제다. 다른 지역과 달리 그냥 축제가 아니라 ‘큰(大)축제’다. 큰 대(大)자를 붙인 이유는 그리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보통 4월 말에서 5월 초에 열리는 이 행사는 최근 2년 동안 17일간 진행해 다른 지역축제보다 훨씬 길었다. 심지어 2008년에는 45일 동안 열었다. 그리고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생태·전통문화·스포츠·학술대회에 이르기까지 많고 광범위하다.

함평나비대축제는 1999년에 날개를 폈다. 지난 4월23일~5월9일에 연 행사가 12회째였다. 최근에는 3년 연속 문화관광부 최우수축제로 선정되기도 했다. 나비축제가 열리는 공간은 어떻게 보면 함평군 전체다. 함평엑스포공원·수변공원·함평자연생태공원 등이 주요 무대지만, 거리행진·마라톤 등을 감안하면 함평군의 어느 구석도 축제에서 소외되지 않는다.

 
함평나비대축제의 백미는 실내외를 통틀어 조성되어 있는 각종 전시행사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어린이에게 인기가 많다. 가장 대표적인 나비곤충생태관에서는 유채꽃·안개꽃·꽃창포 등 봄꽃이 어우러진 가운데 날아다니는 나비와 다른 곤충을 만날 수 있다. 각종 나비의 애벌레에서 성충에 이르는 성장 과정을 한꺼번에 볼 수 있다. 지난 축제 당시에는 실내외의 행사장에 25종 10만여 마리 나비를 방사했다고 한다. 농업의 세계관도 만만찮은 볼거리다. 친환경 농작물 150여 종의 재배 과정뿐 아니라 초가집에서 토끼·닭·병아리를 키우는 옛 풍경을 실감나게 재현한다. 자연생태관에서는 다람쥐·조류 따위 애완동물은 물론이고 말조개·다슬기·개수리 같은 조개류, 새우·말똥게·거북 따위 파충류와 갑각류도 구경할 수 있다. 황금박쥐생태관에서는 순금 162kg으로 만들어진 황금박쥐 조형물이 위세를 떨친다. 친환경 지역이라는 브랜드를 달고 있는 함평은 세계의 멸종위기 동물 1호인 황금박쥐의 집단 서식지이기도 하다. 다육식물(사막이나 높은 산 등 수분이 적고 건조한 날씨의 지역에서 살아남기 위해, 땅 위의 줄기나 잎에 많은 양의 수분을 저장하고 있는 식물)을 2500여 종이나 한꺼번에 볼 수 있는 다육식물관도 있다.

체험 프로그램 또한 다양하다. 어린이에게 가장 인기를 끄는 프로그램은 곤충생태학교다. 이 과정에서 어린이들은 도시에서 느끼기 힘든 곤충의 영상이나 소리를 익히고, 표본 제작을 배우며 즐긴다.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나비 캐릭터를 직접 그려보기도 한다. 행사장의 청보리밭에는 여기저기 장작불이 타고 있다. 가족들이 둘러앉아 갈퀴나무로 지핀 장작불에 보리와 완두를 구워 먹으며 보리피리를 분다. 부모가 아니라 할아버지 세대들이 하던 놀이를 재현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가축(토끼와 아기 멧돼지) 몰이, 민속놀이(투호놀이·공기놀이·굴렁쇠 굴리기), 전통 생활용품(다듬이·멍석·돌절구 등) 체험도 관객을 모은다.

이와 함께 각종 공연도 열린다. 지난 4~5월의 12회 축제 때는 타악 퍼포먼스, 환경연극, 관광객들이 함께 퀴즈, 동요 바꿔 부르기, 장기자랑 등에 참여하는 ‘열린무대’, 요리 경연대회, KBS 〈전국노래자랑〉이 진행되었다. 문의 inabi.or.kr 061- 320-3733.

기자명 이종태 기자 다른기사 보기 peek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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