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튤립축제는 ‘먼 바다의 섬에서 열리는 꽃 축제’라고 할 수 있다. 신안군은 크고 작은 섬 1004개로 이루어져 있다. 그래서 ‘천사(1004)의 섬’으로 불린다. 이런 섬 중에서 신안튤립축제가 열리는 임자도는, 예전에는 목포에서 배로 수시간 동안 항해해야 겨우 닿을 수 있는 먼 곳이었다. 물론 근래 들어서는 교량의 설치로 통행이 간편해졌다.

임자도는 원래 새우젓과 대파의 주산지로 유명한 곳이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풍부한 일조량, 적절한 해풍, 비옥한 토양 등의 천혜적 조건에 따라 튤립 구근의 생산 적지로 선정되었다. 2010년 현재 이 섬에서 튤립의 재배면적은 14ha에 이른다. 전국 최대 규모다. 이와 함께 임자도에는 전국 해수욕장 중 가장 길고 넓은 대광해수욕장이 있다. 길이 12km에 이르는 백사장은 가도 가도 끝이 없다. 신안튤립축제는 이 같은 자연조건과 지역산업으로까지 성장한 튤립 재배를 결합한 행사라고 할 수 있다.

 
신안튤립축제는 봄꽃이 개화하는 매년 4월 열린다. 역사는 길지 않다. 2008년 봄에 첫 축제를 열었다. 올해 연 축제(4월16~25일)는 세 번째다. 대광해수욕장에 닿아 있는 튤립공원에서 튤립재배단지에 이르는 공간이 주 행사장으로, 전국 튤립의 50%에 이르는 50종 600만 송이가 화려하게 피어났다.

튤립축제는 ‘보는’ 행사다. 그래서 볼거리의 화려함으로 따지면 전국의 어떤 축제에도 비할 바 아니다. 튤립공원에 세워진 전망대에 올라 해변 쪽을 바라보면, 색깔별로 무지개 대열을 구성한 튤립들이 그림처럼 풍차를 에워싸고 있다. 조로·젤란디아·요코스·옐로스타·시에스타…. 이 울긋불긋한 화려함의 배후에는 황해가 장중하게 누워 있다. 파도소리를 들으며 광대한 꽃밭을 조망하는 기회는 그리 흔치 않다.

튤립공원에서 2km 정도 떨어진 튤립재배단지에도 전망대가 설치되어 있다. 전경을 둘러본 후에는 튤립 화분이나 구근을 구입하거나 예약할 수 있다. 튤립공원에서 재배단지로 가는 길에는 곳곳에 크고 작은 전망대와 원두막, 벤치 따위가 있다. 새우젓, 대파, 천일염 등 신안군의 특산품을 시중보다 싸게 구입할 수 있는 매점도 설치되어 있다.

축제 기간에는 다양한 체험 행사가 열린다. 아무래도 ‘튤립 꽃 따서 벽화 만들기’ ‘튤립화분 만들기’ ‘생활원예 체험관’ 등 튤립 관련 행사들이 돋보인다. 그런데 전국에서 가장 큰 해변을 끼고 있다는 자연조건을 활용한 행사가 많다. 대광해수욕장 해변에서는 호랑이, 코끼리, ‘튤립 든 손’, 풍차 등의 모래 조각품이 전시되고, ‘트랙터로 모래밭 여행’ ‘승마 체험’ 등의 행사도 열린다. 임자도에는 국내 최초·유일의 국제해변승마장이 있다.

이곳에는 튤립축제를 즐긴 뒤 그냥 돌아가기는 섭섭한 자연경관이나 역사문화 유물도 많다. 대광해수욕장 외에도 고운 모래로 유명한 어머리 해변, ‘용이 난 동굴’이라는 의미의 용난굴, 화산단(조선 말, 임자도 유학자들이 위정척사파들을 기리기 위해 만든 단), 조선 문인화 명인인 조희룡 유적지 등이 있다. 문의 www.shinantulip. co.kr 061-240-8146~8.

기자명 이종태 기자 다른기사 보기 peek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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