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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늘리고 주민 삶도 개선하는 사회서비스공단

보육교사·간호사·생활체육지도사 등 ‘사회복지 비정규 노동자’를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고용하자는 ‘사회서비스공단’ 설립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비정규 일자리 문제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이오성 기자 dodash@sisain.co.kr 2010년 09월 01일 수요일 제15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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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1:대학 졸업 후 사설 교육기관에서 2급 보육교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민간 어린이집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김 아무개씨(30)는 요즘 일할 맛이 난다. 구청 산하인 ‘사회서비스인력공단’(사회서비스공단)의 직원 신분이 되었기 때문이다. 전에는 하루 12시간 근무에 최저임금 수준인 월 90만원 남짓 받았는데 공단 소속이 되면서 하루 8시간 근무에 4대보험·퇴직금도 보장받게 되었다.

무엇보다 교사 네 명이 영·유아 19명을 돌보며 허덕이던 노동량에서 벗어났다. 사회서비스공단에서 매주 보건교사·영양사·사회복지사를 순회 파견하기 때문이다. 이들 인력이 어린이 손발 씻기는 물론, 식사지도·학부모 상담을 전문적으로 맡아주어 일이 한결 수월해졌다. 아이가 아프면 무조건 부모에게 전화해 나오라고 하거나, 매번 식단 짜기에 골머리를 썩이던 것에서 벗어나면서 아이들 돌보기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부모들의 만족감이 높아진 건 두말할 나위 없다.

   
ⓒ시사IN 포토
어린이집 교사(위) 상당수는 불안정 노동에 시달린다. 사회서비스공단은 이들을 정규직원으로 고용하게 된다.

장면 2
:대학에서 사회체육을 전공한 박 아무개씨(40)는 은평구 주민체육센터에서 ‘생활체육지도사’로 일한다. 주민체육센터에서 지역 주민들에게 수영 등 기초체력 운동을 지도하면서, 1주일에 세 번씩 지역 근린공원에서 배드민턴을 가르친다. 전문가가 지도하는 만큼 생활체육 프로그램에 대한 동네 주민의 호응도는 높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박씨의 직업은 ‘치킨집 사장님’이었다. 대학 졸업 뒤 시내 헬스클럽 트레이너로 주 1일 휴무에 하루 12시간씩 일했지만, 월급은 고작 80만원이었다. 결국 몇 년 다니지 못하고 주변에서 돈을 빌려 치킨집을 열었다. 처음에는 잘되는 듯했지만, 동네에 우후죽순 생겨나는 치킨집 경쟁에 밀려 2년 만에 장사를 접고 말았다.

김씨의 업무 환경이 나아지고, 박씨가 자신의 ‘전공’을 살려 다시 일할 수 있게 된 것은 ‘사회서비스공단’이 출범했기 때문이다. 공단은 생활체육지도사·어린이집 보육교사·노인 대상 방문간호사 등 사회복지 관련 비정규 노동자를 공단의 정규 직원으로 고용해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한다. 급여도 차츰 오르고 있어 공단에 취직하려는 이들의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울산 북구 등 적극적 논의 시작

위의 이야기는 ‘가상’이다. ‘사회서비스공단’은  아직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기관이다. 그렇다고 너무 허탈해할 필요는 없다. 실제로 이와 관련한 대략의 마스터플랜이 수립되었고, 이를 적극적으로 검토 중인 기초자치단체들이 있기 때문이다. 사회서비스공단이 현실화할 경우 우리 사회의 비정규 일자리 문제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사회서비스공단은 쉽게 말해 사회복지 업무를 맡은 노동자를 고용하는 ‘회사’이다. 구의회가 조례를 제정하고 구청이 설립한다. 지역의 생활체육·문화시설을 관리하는 시설관리공단처럼 공공 부문 서비스 업무에 종사하는 노동자를 ‘준공무원’ 형태로 고용해 급여를 지급하고, 일자리를 보장한다. 보육교사뿐 아니라 간병도우미·장애인활동보조인 등을 주민이 필요로 하는 곳에 파견한다. 이들 대부분은 불안정 노동에 시달려온 비정규 노동자이기도 하다.

결국 사회서비스공단이 우선 고용하려는 이들은 ‘자격증을 가진 비정규 노동자’라 할 수 있다. 사회서비스공단 계획을 처음 구상한 복지 연구 단체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조사에 따르면, 현재 우리 사회에는 사회복지 관련 자격증을 취득한 ‘유휴 인력’이 넘쳐난다. 간호사 14만명, 보육교사 12만명, 영양사 6만명 등이다. 한 해 1만여 명씩 쏟아지는 체육 분야 졸업생도 90% 이상이 전공과 상관없는 곳에 취업한다. 공단 운영을 통해 비정규 노동과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게 복지국가소사이어티의 포부다.

   
ⓒ미디어 제주
4월 말 열린 ‘복지국가와 6·2 지방선거 의제 마련 토론회’(위)에서 사회서비스공단 논의가 공식 제기됐다.

문제는 역시 ‘돈’이다.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측은 기초단체마다 평균 연봉 2000만원을 받는 사회서비스 인력 1000명을 고용하는 것을 목표로 잡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매년 200억원이 소요된다. 이런 돈을 어디서 충당할 수 있을까. 답은 과도한 건축·토목 관련 예산의 절감에 있다. 예컨대 경기도 안산시의 경우 앞으로 5년 동안 도로·보도 포장(152억원), 도로시설물 설치(115억원) 등 교통 분야에만 1093억원의 예산이 수립돼 있다. 여기에 도로 신설 공사 1928억원, 중앙로 녹지화 사업에 1552억원 등 각종 토목 사업에 앞으로 5년간 모두 8273억원의 예산이 배정되어 있다. 이런 예산 10%만 절감해도 공단의 운영재원이 확보되리라는 게 복지국가소사이어티의 주장이다.

토목 예산 10%만 삭감해도 예산 확보 가능

물론 이 일이 쉽지는 않다. 당장 지역 토목·건축 사업자의 반발이 예상된다. 이상구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사무처장은 “한 번에 다 하자는 게 아니다. 공단 설립 초기에는 급여를 크게 올리기보다 정규직 고용을 1차 목표로 하면 기초단체의 재정 부담은 크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기존 이해관계자의 반발을 최소화하면서 차근차근 해나가자는 이야기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돈이 아니라 단체장의 ‘의지’라고 이 사무처장은 지적한다. 이 사무처장은 “지자체 공무원들은 수십년 동안 토목 사업만 연구해온 이들이다. 사회서비스공단을 만들겠다고 하면 이들은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처음부터 난색을 표할 것이다. 이들에게 휘둘리지 않도록 단체장이 강력한 의지로 밀고 나가는 게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사회서비스공단 계획은 6·2 지방선거 전 복지국가소사이어티의 제안을 경기도 안산시 등 몇몇 기초단체장 후보자가 받아들이면서 가시화했다. 현재 가장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이는 곳은 민주노동당이다. 인천 동구·남동구, 울산 북구 등 6·2 지방선거에서 민주노동당 소속으로 당선한 세 기초단체장이 사회서비스공단 설립과 관련해 복지국가소사이어티와 논의를 시작했다.

특히 울산 북구(구청장 윤종오)의 경우 구청 내 모든 행정 부문 비정규직(30여 명)을 정규직화하는 것을 1차 목표로 공단 설립을 검토 중이다. 정영희 울산 북구청장 비서실장은 “모든 비정규 직원을 구청이 직접 고용하고 싶지만, 공무원 정원에 묶여 어려웠다. 사회서비스공단을 포함한 여러 고용안정 정책을 논의 중이다. 이를 통해 보다 안정적인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리라 본다”라고 말했다. 이를 위한 ‘가용 재원’은  전시행정 축소 및 폐지 등을 통해 마련할 계획이다.

사회서비스공단의 좋은 점 중 하나는 지역 주민이 그 혜택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고용이 안정된 만큼 숙련된 보육교사·간병도우미·생활체육지도사 등이 지속적으로 주민 편의를 도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상구 사무처장은 “사회서비스공단의 궁극적인 목적은 결국 일자리 창출과 주민 삶의 질 개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있다. 사회서비스공단이 현실에서 잘 정착되면 다음 지방선거에서는 ‘무상급식’처럼 중요한 사회적 의제로 떠오를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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