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뢰 신고 받고도 1년간 방치한 군부대
  • 정희상 기자
  • 호수 152
  • 승인 2010.08.16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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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확인 지뢰지대에 방치된 대인지뢰는 끝없이 억울한 피해자를 낳는다. 지뢰 발견 제보를 받고 현장을 찾아 수거 과정을 들여다보았다.
지난 7월24일 낮, 경기도 가평의 한 초등학교에 근무하는 김기현 교사는 강원도 양구군에 자리한 한 산속으로 기자 일행을 안내했다. 동행자는 <시사IN>과 연합뉴스, EBS 취재팀, 그리고 한국지뢰제거연구소 김기호 소장이었다. 김 교사는 1년 전 자연산 송이버섯을 따기 위해 산길을 걷던 중 길가에 묻힌 대인지뢰를 발견하고 군부대에 신고했다고 한다. 하지만 1년이 다 되도록 수거하지 않고 있어서 민간인 피해가 우려된다며 그 현장을 확인하기 위해 언론과 동행했다. “해마다 봄가을이면 이곳에 자연산 송이버섯을 채취하려는 사람들이 몰려든다. 사람이 많이 다니는 길목에서 지뢰를 발견하고 깜짝 놀라서 군부대에 신고했지만 알았다고만 하고 아직까지 아무런 반응이 없다.” 김 교사가 안내한 지점은 강원도 양구군 양구읍 상무령리의 일명 성곡령 자락이었다. 어느 정도 능선을 올라가 정상을 앞둔 지점에서 지뢰제거연구소 김기호 소장이 김 교사의 기억을 더듬어 지뢰 탐지기를 대자 ‘삐~익’ 하는 신호음이 요란하게 들렸다. 바닥에 쌓인 낙엽을 조금 긁어내니 피뢰침처럼 생긴 핀 3개가 낙엽 위로 머리를 내밀었다. 인마 살상용 M3 대인지뢰였다.

   
ⓒ시사IN 정희상
강원도 양구에서 대인지뢰를 발견한 한국지뢰제거연구소 김기호 소장.

일행은 그 자리에 ‘임시 지뢰 표지판’을 붙이고, 휴대전화로 인근 경찰서와 21사단 군부대에 신고했다. 김 교사가 신고한 지 1년 다 되도록 지뢰를 방치했던 부대는 이번에는 서울에서 기자들까지 현장에 내려왔기 때문인지 득달같이 달려와 서둘러 취재진 일행이 신고한 지뢰를 수거해갔다.

“산에 들어가 죽은 사람 부지기수”

지뢰가 발견된 지점의 산자락 아래서는 감자 수확이 한창이었다. 밭 주인인 할머니는 “그동안 산에 불나면 지뢰 터지는 소리가 뻥뻥 들리고, 송이 따러 가거나 나물 캐러 산에 들어갔다가 죽은 사람도 부지기수다”라고 말했다. 이곳은 후방지역임에도 그동안 군당국에서 단 한번도 지뢰 매설 실태를 조사하거나 제거한 적이 없다고 한다. 한국군이 아니라 미군이 매설한 지뢰지대였기에 자료도 남아 있지 않다.

양구군 일대에 있는 지뢰지대는 이곳 산자락만이 아니다. 양구를 흐르는 유명한 하천인 수입천에는 해마다 M14 발목지뢰가 떠내려와 여름철 물가를 찾는 관광객의 안전을 위협한다. 그동안 수입천에서 발목을 잘린 지뢰 피해자도 여럿이고, 송아지가 지뢰를 밟아 죽기도 했다. 최근에는 양구군 방산면 주민 전 아무개씨가 수입천의 일명 ‘파스탕’ 지역에 놀러갔다가 M14 대인지뢰를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해 수거한 일도 있다. 이처럼 미확인 지뢰지대는 지금도 전국 곳곳에 방치돼 억울한 민간인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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