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 입성한 이범, “진보교육감 성공시키겠다”
  • 장일호
  • 호수 148
  • 승인 2010.07.16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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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대 연봉의 잘 나가던 스타강사에서 교육평론가로, 또다시 서울시 교육청 별정직 공무원으로 변신을 거듭한 이가 있다. 주인공인 이범씨(42). 그는 7월16일부터 서울시 교육청으로 출근한다. 직책은 서울시 교육청 정책보좌관이다. 재야에서 온몸으로 사교육과 전쟁을 치른 그의 제도권 입성을 두고, 벌써부터 학원가가 긴장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그는 인터뷰 내내 “진보 교육감의 성공”과 “교육의 체질 개선”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이는 그가 서울시 교육청 정책 보좌관으로 꼭 이루고자 하는 목표이기도 하다. 자녀 네명의 학부모이기도 한 이씨의 바람은 이뤄질까? 출근을 하루 앞둔 지난 15일 그를 만났다. 이씨는 인터뷰를 끝내자마자 초등학교 2학년인 첫째 아들의 학교 운영위원회 회의에 참석했다.   

   
ⓒ한향란
스타강사에서 교육평론가로 다시 별정직 공무원으로 변신을 거듭한 이범씨
교육평론가에서 서울시 교육청 정책 보좌관으로 변신 한 것은 좀 의외다.
다들 왜 이렇게 놀라는지 모르겠다. 들어가야겠다라거나, 들어가지 말아야겠다고 특별히 생각한 적은 없었다. 서울시 교육청에서 일 할 기회가 되면 나에게도 좋은 경험이 되고, 일정 부분 기여할 수 있는 기회도 되지 않겠냐는 원칙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취임 전 날 곽노현 교육감으로부터 같이 일하자고 전화 왔을 때 흔쾌히 수락했다. 항상 궁금했던 게 교육행정에 관한 것이었기 때문에 기대가 많이 된다. 중요한 일을 결정하는 관료들이 어떤 식으로 업무를 처리하고, 어떤 생각으로 일하는지 바로 옆에서 지켜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물론 제일 중요한 것은 진보 교육감을 성공시키는 일이다. 

정책 비서관으로 어떤 일을 하게 되나.

일단 당면한 문제들이 있다. 일제고사는 지나갔지만 곽 교육감의 핵심 공약 중에 혁신학교와 무상급식 같은 것들도 있고. 바로 2학기에 이슈가 될 특목고 입시, 고교 선택제 같은 산적한 일이 한 두 개가 아니다. 업무분장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일들을 어느 정도 분업하고 협의하는 일을 하게 될 것 같다. 특히 현재 공교육이 사교육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일이 많이 있고, 이와 관련해서 일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또 교육감이 대입정책과는 무관하지만 초·중·고등교육 책임자로서 사회적 발언을 할 필요도 있다고 생각한다. 장기적이고 전략적으로 교육감이 짚고 가야 할 일에 대해 보좌를 하게 될 것이다. 

곽노현 교육감 유세를 열심히 지원했는데.

서울이 가진 대표성이 있지 않나. 서울이 안 될 것 같아서 절박한 심정이었다. 주로 대치동, 강남역, 삼성역에서 유세했다. 솔직히 서울이 안 될 줄 알고 무척 속이 상해 있었다. 유세하면서도 너무 힘들었고. 내가 이렇게 목놓아 외친들 과연 당선시킬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공식 선거운동 기간 초반에는 짝숫날은 경기도 교육감 유세에, 홀숫날은 서울 교육감 유세에 나섰다. 나중에는 서울이 밀린다고 판단해서 계속 서울에 있었다. 뒷짐 지고 있어서는 안된다는 그런 마음이 있었다. 대학시절에 학보사 기자로 있으면서 재개발 현장에 간 적이 있다. 철거단원이 식칼을 들고 주민을 위협하고 있다는 연락을 받고 갔는데 가만히 있느냐, 맞서 싸우느냐를 선택해야 했다. 가만히 있는 것 자체가 어느 한쪽을 편들게 돼 버리는 상황이었다. 모든 순간이 그렇지는 않지만, 그런 결정적인 순간이 있는 것 같다. 그 경험이 내 뇌리 속에 굉장히 오랫동안 각인 돼 있다. 이번 선거에도 과감하게 뛰어든 게 뒷짐을 지고 나서 나중에 후회할 일을 만들지 말자는 생각 때문이었다. 

최근 서울시 교육청은 일제고사 지침을 두고 왔다갔다 했다는 비판이 있다.

경기도나 강원도는 처음부터 입장을 정확하게 정하고 밀어붙인 편이었는데, 서울은 교육감도 교과부도 혼란이었던 것 같다. 앞으로 계속 이런 일이 있을 것이다. 어쩔 수 없는 운명으로 받아들여야 하지 않겠나. 개인적으로는 일제고사에 대해 꼭 거부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거부할 수 있는 권리는 있어야 한다고 본다.
일제고사에 대한 논란이 많은데, 실제 학교별 평균 학력을 알아보는 건 과거에 했던 표집평가로도 충분하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전수평가를 통해 기초학력미달인 학생을 가려내 도움을 주겠다고 하는데, 정말 그런 용도로 시험이 쓰이려면 지금보다 시험 난이도나 문제 수에 있어 훨씬 간소화 해야 한다. 실제 결과 통지도 기초미달이냐 아니냐를 가르는 게 아니라 ‘기초미달-기초-보통-우수’ 네 단계로 학생에게 통보된다. 이 때문에 교장은 단순히 기초미달 학생을 없애려는 노력을 하는 게 아니라 보통과 우수를 높이기 위해 무한경쟁을 하게 된다. 일제고사가 최고학력을 위한 경쟁도구로 활용되고 있는 셈이다. 객관식으로 빨리 답 맞추는 시험으로 최고학력을 가린다는 건 시대에 맞지 않는 일 아닌가?

곽 교육감의 주요 공약 중 하나가 ‘혁신학교 300개’다.

어떻게 보면 무상급식보다 혁신학교가 중요하다. 무상급식은 예산 지원이 안 되면 교육감 혼자 할 수 없는 일이다. 쉽게 말해 무상급식이 안 된다고 하면 예산 핑계를 댈 수 있지만, 혁신학교는 안 되면 교육감 탓이 된다.
얼마 전 강연을 갔던 경기 지역의 혁신학교를 보니 부모들이 이 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벌떼같이 이사를 와 주변 집값이 올라갔다고 하더라. 그만큼 학생의 참여도를 높이는 혁신학교가 굉장히 효과가 있다는 걸 부모들은 이미 알고 있는 것이다. 경기도와 달리 혁신학교를 추진하는 데 서울이 어려운 점이 많다. 경기도는 농촌도 있고, 신도시도 있어 혁신학교도 새로 생기는 학교를 중심으로 시작해볼 수 있었다. 그런데 서울에는 그런 지역이 없다. 그럼에도 혁신학교는 포지티브하게 성공시켜야 할 중요한 과제 중 하나이다. 

   
ⓒ시사IN 조남진
지난 교육감 선거에서 이범씨는 주로 곽노현 교육감 유세를 지원했다.
지난 대선에서 정동영 지지연설, 심상성 국회의원 선거운동, 곽노현 교육감 선거운동까지 계속해서 정치적으로 명확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데.

정치를 잘 활용해야 한다. 우리나라 교육 문제를 해결하는 리더십은 교육계 자체에서 나올 수도 있지만, 중요하게는 정치 쪽에서도 나와줘야 한다. 헌법에 교육은 정치적으로 중립적이어야 한다고 나와 있지만, 교육문제 해결을 위한 리더십은 정치에 상당부분 기대할 수밖에 없다.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게 내가 직업 정치인을 준비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18대 총선에서 비례대표 제안을 받기도 했다. 그런데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정치인이 내 인생의 목표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도 적성이 맞아야 하는 거지. 내 기준에서 정치인의 삶을 들여다보면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지금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데. 정책보좌관을 맡게 되면 약간 고생길로 접어들긴 하겠지만(웃음). 

4년 후 서울교육에 대한 그림을 그려본다면.
희망적으로 본다. 곽 교육감 스스로의 역량이 상당한 수준이고, 그만한 의지를 갖고 있다. 바꿔야 겠다라는 의지와 행정적 합리성에 대한 감각이 균형을 잘 이루고 있는 분이다. 잘 될 거라고 생각한다. 진보 교육감으로서 4년 간 성공적으로 업무를 수행해 재선시키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8년 정도의 시간이면 교육의 체질을 바꿀 수 있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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