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잡지’, 아이패드 날개 달고 훨훨?
  • 강지웅 (문지문화원 사이 프로그래머)
  • 호수 145
  • 승인 2010.06.30 14: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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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개 독립잡지 제작자가 한자리에 모여 ‘무엇을 어떻게 이야기하는지, 왜 종이로 발행하는지, 독립 잡지를 무엇이라 정의하는지’ 토론했다. 이들 중 누구도 스스로 ‘독립 잡지’라 칭하지 않았다.
이제 독립 잡지는 더 이상 출현 자체에 의미를 두는 독특하거나 희귀한 변종이 아닌, 하나의 장르로 자리를 잡아가는 듯하다. 비록 서울에 제한되어 있지만 독립 잡지에 서가를 내어주는 서점이 꾸준히 늘고 독립 잡지만을 다루는 서점도 생겨났다. 지역에 구애받지 않는 온라인 서점도 있고, 제작자들이 온라인을 통해 판매를 직접 챙기기도 하니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어렵지 않게 독립 잡지를 접할 수 있다.

그런데 독립 잡지란 무엇일까? 이전에 비해 친숙해졌지만 여전히 독립 잡지의 정확한 의미는 정의된 바 없다. 통상적으로 독립 잡지는 다양한 주제를 자유로운 형식으로 다루는 작은 규모의 잡지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때로 수식어인 ‘독립’에 준해서 그 의미를 설명하기도 하는데, 상업성으로부터 독립하고, 표현 제약으로부터 독립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하지만 이러한 해석은 기존 잡지들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어떠한 의미에서 ‘독립’이라는 수식어 자체가 ‘무엇으로부터의 독립인가?’ 내지는 ‘무엇에 기대거나 속하지 않으려는 것인가?’라는 주류 매체의 시선을 반영하는 것이다. 더불어 독립 잡지란 무엇인지 그 의미에 대해 이야기한 바도 없었다. 자연스레 따르는 궁금증. 독립 잡지라는 명칭은 누가 부여한 것일까? 독립 잡지 제작자들은 독립 잡지라는 명칭에 동의할까? 독립 잡지 제작자들은 독립 잡지의 의미를 무엇이라 정의할까? 

   
5월29일 문지문화원 사이가 개최한 ‘아이앰 콘퍼런스(iam Conference)-Magazine Matters’ (위)에는 10개 독립잡지 제작자가 참석했다.
한국 잡지 시장은 1997년 외환위기를 계기로 전환점을 맞이했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잡지 시장의 축소다. 금융위기로 인한 불황이 지속되면서 높아진 환율 때문에 종이·인건비 등 잡지 제작에 들어가는 비용이 증가했다. 여기에 소비자들의 문화 영역에 대한 지출이 감소하고, 기업들의 광고까지 줄면서 기존 매체가 상당수 폐간되고 매체 창간마저 주춤하게 됐다.

2000년대에 접어들며 차츰 경기가 회복되면서 잡지 시장의 상황도 다소 호전되었다. 이때 두 가지 현상이 새롭게 등장했다. 하나는 빠르게 구축된 통신망을 기반으로 한 ‘웹진’의 등장이고, 다른 하나는 이전에 다루지 않았던 주제의 다양한 잡지가 작은 규모로 등장하게 된 것이다. 상반된 두 가지 매체의 출현에 대해 웹진의 우세를 예상했으나 결과적으로 두 매체는 상호보완 구실을 하게 되었다.

이 시기에 등장한 잡지는 대부분 ‘문화 잡지’ 성격을 표방했으며, 무가지에서 유가지로 전환하는 데 성공한 <페이퍼(paper)>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특히 당시 팽창하던 이동전화 사업자가 주요 고객층인 젊은 사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사업의 일환으로 문화 잡지를 경쟁적으로 발간함으로써 다양한 잡지의 등장을 가속시켰다. 하지만 이러한 흐름은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비용이 많이 들고 경쟁이 심해졌기 때문이다.

창간과 폐간의 반복은 모든 잡지의 숙명이지만, 이후의 잡지들은 더욱 세분화되고 전문성을 띠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주목할 만한 현상은, 디지털 인쇄 방식의 대중화로 인해 적은 인력으로 소규모 잡지를 발간하게 된 것이다. 과거 잡지 제작에 필요한 비싼 비용을 감당할 수 없었던 제작자들에게 웹진이 일종의 유일한 차선책이었다면, 디지털 인쇄 방식은 잡지를 만들고자 하는 이의 뜻대로 잡지를 제작할 수 있는 해결책이 된 것이다.

독자를 찾아나서는 잡지 제작자들

이 시기의 잡지 제작자들은 단지 잡지를 제작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적극적으로 독자를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이들은 온·오프라인 서점에 입점하거나 자신들의 홈페이지 또는 블로그를 통해 잡지를 직접 판매하기도 한다. 이러한 움직임은 지속 가능성에 대한 고민과 실천의 측면으로 읽힌다. 몇 차례 출판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잡지가 유통되고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려는 노력을 통해 지속적으로 잡지를 발간할 수 있는 동력을 마련하려는 것이다.

   
독립 잡지라 불리는 잡지(위)에는 기존 잡지와 다른 ‘독립적인’ 요소가 없었다.
다시 조성되고 있는 전자책(e-book) 시장은 독립 잡지들에게는 또 다른 기회다. 대규모로 유통되는 기존 잡지의 유통망에서는 독립 잡지 유통에 분명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으며, 제작과 유통에 관한 더 많은 시도는 더 많은 비용 발생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또한 전자책은 독립 잡지 제작자들에게 인쇄하는 데 따르는 비용 및 유통에 필요한 비용을 함께 절감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5월29일, 문지문화원 사이가 개최한 ‘아이앰 콘퍼런스(iam Conference)-Magazine Matters’는 이러한 배경에서 치러졌다. 의미 있는 문화현상을 만들어가는 문화 생산자들이 자신들의 작업에 대해 직접 소개하고 이야기함으로써 현상에 대해 깊이 있게 이해하려는 콘퍼런스의 취지에 맞추어 <가짜잡지> <싱클레어> <헤드에이크> <SSE Project> <스트리트 H> <maps> <유어마인드> <매거진 원> <나진> <너무 벌써 화요일 Zine> 등 10개 독립 잡지 제작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크게 세 가지 이야기를 했다. ‘우리는 무엇을/어떻게 이야기하는가?’ ‘우리는 왜 종이로 발행하는가?’ ‘우리는 독립 잡지를 무엇이라 정의하는가?’

참여한 팀들의 대답은 서로 달랐다. 하지만 그 가운데 공통점도 있었다. 그들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한다. 그 주제는 기존 잡지가 다루는 것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 그들이 이야기하는 방식은 기존 잡지가 사용하는 방법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 그들이 종이로 발행하는 이유는 종이를 좋아하며, 매체로서 종이가 갖는 매력과 장점을 활용하기 위해서이다. 종이가 아닌 다른 방법에 대해서는 고민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공통점은 제작자들 중 누구도 스스로 ‘독립 잡지’라 칭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들이 소개한 잡지 중 어디에도 기존 잡지와 두드러지는 ‘독립적인’ 요소는 없었다. 당연했다. 그들이 만들고 있는 것은 ‘잡지’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제작자들이 언제 어디서든지 시도할 수 있는 제작 시스템을 갖추는 방법을 고민하고 독자들과 소통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모색 중이었다. 또한 그 수가 적을지언정 자신들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호응할 수 있는 독자들을 더 많이 만날 방법을 찾고 있다. 다만, 무작정 광고를 게재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성격에 부합하는 광고와 손잡을 방법을 찾고 있었다. 어떠한 의미에서 이들은 기존 잡지보다 더 나은 방법들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독립 잡지가 무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돌아온 답 중 하나는 “생각해본 적 없다”였다. 그 대답에 객석은 웃음바다가 되었지만 다들 마음 어딘가의 선입관이 뜨끔한 표정이었다. 순간 우리가 대다수의 방법과 다르거나, 혹은 그 규모가 작거나 수가 적다는 이유로 너무 쉽게 ‘독립’이라는 칭호를 붙이는 것은 아닌가 생각했다. 그리고 잡지를 보고 읽는, 그리고 고르는 중요한 원칙을 새삼 떠올렸다. 중요한 것은 모양새나 규모가 아니라 메시지 그리고 취향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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