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16일 일기 예보에 따르면 중부지역 날씨는 흐릴 것으로 예상 됐다. 이날 남양주시 팔당 유기농 단지 농민들은 흐린 날보다 차라리 비가 오길 바랐다. 남양주 시청에서 서울 청와대까지 3박4일 간 세상에서 가장 평화로우면서도 더딘 ‘수행’을 계획했기 때문이다. 바로 세 걸음 딛고 한 번 온몸으로 평화를 기원하는 3보1배 ‘수행’이다. 시위라기보다는 수행에 가까운 3보1배를 앞둔 터라 농민들은 폭염보다는 차라리 온몸을 적셔줄 장대비를 원했다.
오전 9시 30분, 남양주 시청 본관 앞에 무릎 보호대와 목장갑이 담긴 상자가 도착했다. 챙이 넓은 밀짚모자도 준비됐다. 3보1배용 수행 용품이다. 팔당공동대책위는 시작에 앞서 ‘4대강 사업 중단과 팔당유기농지 보존 촉구 팔당농민 삼보일배’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환경단체·종교인·대안학교 학생들 40여 명과 기자회견을 했다. 마이크를 잡은 유용훈 위원장은 “팔당 농민들이 또다시 길을 나선다. 지방선거에서 민심은 분명히 4대강 중단을 말했는데 생각을 굽히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는 “문수 스님이 소신공양을 했고 신부, 목사들은 (릴레이) 단식을 150일 넘게 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어디까지 국민들의 희생을 강요할 것인가”라고 물었다.
기자회견 마지막, 팔당공대위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내는 호소문을 발표했다. ‘더 이상 이명박 대통령의 독단적인 국정운영과 반환경적인 국토 파괴 행위를 좌시할 수 없기에 온몸으로 맞서고자 한다. 뜨거운 아스팔트에 엎드려 가장 낮은 곳의 민심을 보여주려 한다. 제발 국민의 소리를 들으시라.’
오전 10시40분께 30여 명이 3보1배를 시작했다. 몇 발짝 나가지도 못하고 경찰이 막았다. 경찰은 집시법 위반이라며 3보1배 수행을 막았다. 남양주 경찰서장은 “3보1배는 절에 가서 하는 것 아니냐. 둘 이상이 모여서 의사표현을 하려면 집회 신고를 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농민들은 “종교행위는 집회, 시위가 아니기 때문에 신고를 안 해도 된다”라고 맞받았다. 경찰의 경고 방송이 있고 나서 결국 유용훈 위원장 혼자 3보1배를 시작했다. 경찰 병력 스무 명은 남아 집에 귀가하려던 농민들을 막아서 30여분간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팔당공대위는 구리와 청량리, 명동성당을 지나 청와대까지 3보1배 릴레이를 이어가기로 했다. 16일엔 구리 돌다리 공원에서 노숙을 한다. 3박4일 동안 저녁마다 4대강 토론마당을 연다. 청와대에 도착하는 19일 저녁 8시엔 서울 조계사 마당에서 문수 스님 추모제에 참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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