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팬들의 피가 서서히 뜨거워져간다. 세계 축구의 제전인 남아공 월드컵이 열릴 날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대륙의 축구 실력은 이미 월드컵을 개최하고도 넘친다. 그렇더라도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점이 있다. 왜 하필이면 개최지가 남아프리카공화국일까? 

2010년 월드컵 개최지가 남아공으로 결정된 것은 정치와 돈에 한없이 약한 듯 보이는 축구가 아직도 순수한 열정을 간직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미국 미주리 대학 역사학과 교수인 척 코어와 희곡 작가인 마빈 클로스가 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게임(More than just a game)〉(생각의 나무, 2009)은 축구가 가진 힘에 의지해 혹독한 수형생활을 이겨내고 조국의 민주화를 이뤄낸 사람들의 이야기다. 이 책은 아프리카에서 ‘변방 중의 변방’ 취급을 받은 남아공에서 어째서 이번 월드컵이 열리게 됐는지 잘 설명한다.

미국의 역사학 교수 척 코어와 희곡 작가 마빈 클로스는 로벤섬 정치범들이 기록한 수십년간의 자료를 뒤져 이 책을 썼다.

넬슨 만델라는 로벤섬에 도착하기 전까지 축구에 큰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수감자들에게 축구가 얼마나 큰 의미가 있는지 알게 되면서 그는 스포츠에 사람들을 통합하는 힘이 있다는 교훈을 얻게 된다. 그는 축구에 광적일 정도로 집착하는 아프리카너(남아프리카 태생의 백인을 가리킨다. 특히 네덜란드계가 많다)가 그들의 인종차별 정책으로 말미암아 국제 축구계에서 고립되는 것을 뼈아프게 생각한다는 점을 정치투쟁에 적절하게 활용했다. 만델라는 대통령에 취임한 뒤 흑인이 백인 스포츠라고 해서 지독하게 싫어했던 럭비를 거꾸로 좋아하게 되는 일이 벌어진다면 흑백 화합에 도움이 되리라고 판단했다. 그는 백인인 럭비 국가대표팀 주장을 불러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이루어달라고 주문한다. 세계 최고 수준과는 한참 차이가 있었던 남아공 럭비 국가대표팀은 그로부터 2년 만에 월드컵 우승이라는 기적을 이루어낸다. 최근 개봉한 영화 〈인빅터스〉가 바로 이 얘기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1960년대 초 남아공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 정책) 정권은 로벤섬에 정치범 수천 명을 가두었다. 정치범들은 이곳에서 영양가라고는 없는 옥수수죽을 먹으며 아침부터 밤까지 노예처럼 일했다. 그런 가운데서도 독방에 갇혔던 넬슨 만델라와 같은 지도자들에게서 메시지가 전달되었다. 내용은 로벤섬을 투쟁의 대학으로 변모시키자는 것이었다. 오래지 않아 저녁마다 감방 전체가 많은 종류의 교육과 여가 활동으로 활기에 넘쳤다.

반목했던 운동권 세력이 축구 통해 단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