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이냐 스페인이냐
  • 김초희(자유기고가)
  • 호수 140
  • 승인 2010.07.13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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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 월드컵에서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를 꼽으라고 한다면 전문가들은 주저 없이 브라질과 스페인을 입에 올린다. 브라질은 역대 최다 우승국(5회)이다. 세계 각국 프로 리그에 선수를 공급하는 요람이며 지구촌 모든 축구대회에서 0순위 우승 후보다. 반면 스페인은 1950년 월드컵 4강이 역대 월드컵 최고 성적이다. 그러나 스페인은 2008 유럽축구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면서 메이저 대회 징크스를 확실히 떨어냈다. 내친김에 처음으로 월드컵 정상에 오를 기세다.

축구의 해가 지지 않는 나라, 축구 선수가 되고 싶다는 어린이가 골목마다 넘쳐나는 나라, 월드컵 개근상 수상국이면서 최다 우승국…. ‘영원한 우승 후보’ 브라질의 모습이다. 브라질은 월드컵 산증인인 동시에 월드컵 자체다. 역대 월드컵에서 단 한 번도 예외 없이 본선 무대에 출전한 유일한 나라다. 월드컵 사상 최다인 7차례 결승에 올랐고 월드컵에서 치른 경기도 92경기로 가장 많다. 64승으로 월드컵 통산 전적 1위다.

   
ⓒXinhua
2009년 6월28일 컨페더레이션스컵 결승전에서 미국을 3-2로 누르고 우승한 브라질 선수들이 우승컵을 들고 환호하고 있다.
브라질은 월드컵 기록 제조기

개인 기록도 브라질의 독차지다. 역대 최다(3회) 월드컵 우승을 맛본 선수는 브라질 영웅 펠레다. 역대 월드컵 최연소(17년 239일) 골 및 최연소(17년 244일) 해트트릭 기록도 펠레가 갖고 있다. 월드컵 통산 최다골(15골)을 넣은 선수는 호나우두다. 감독 관련 주요 기록도 브라질 몫이다. 월드컵 최다 연승(7연승)을 일궈낸 사령탑은 2002 한·일 월드컵에서 브라질을 이끈 펠리페 스콜라리 감독이다. 선수와 사령탑으로 최다(3회) 우승을 맛본 행운아도 마리우 자갈루 감독이다. 브라질을 빼고는 월드컵을 논할 수 없다.

브라질은 남아공 월드컵에서 2002 월드컵 이후 8년 만에 정상 탈환을 노린다. 브라질 멤버는 지구 올스타다. 월드컵 남미 예선에서 9골(11경기)을 뽑아낸 루이스 파비아누(세비야)를 비롯해 ‘하얀 펠레’ 공격수 카카(레알 마드리드)와 호비뉴(산토스), 수비수 더글라스 마이콘과 루시우(이상 인터 밀란), 미드필더 질베르투 실바(파나티나이코스)와 엘라누(갈라타사라이), 골키퍼 줄리우 세자르(인터 밀란) 등 모든 포지션에서 세계 최고 선수들이다.

브라질은 월드컵을 치를 때마다 똑같은 논란에 휩싸여왔다. 성적과 흥미 중 어느 것을 택하느냐다. 성적을 추구하다보면 지루한 수비축구가 돼 브라질만의 특색이 사라진다. 반대로 흥미롭고 화려한 플레이만 좇다가 우승을 놓친 적도 많았다. 브라질 둥가 감독은 현실적인 노선을 택했다. 재미가 없어도 일단 이기는 축구를 하겠다는 것이다.

브라질은 이번 월드컵에서 북한·코트디부아르·포르투갈과 같은 G조에 속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경쟁자 3명, 16강 티켓은 2장’이라는 G조 전망 글에서 “브라질이 조 선두를 차지하고 코트디부아르와 포르투갈이 남은 1장을 놓고 싸울 것이다”라고 예상했다. 브라질이 월드컵 2라운드 진출에 실패한 마지막 대회가 1966 잉글랜드 월드컵(11위)이었다. 그 후 브라질은 대회마다 10위(1990 이탈리아 월드컵) 이상 성적을 거뒀다.

   
ⓒReuter=Newsis
월드컵을 3회 우승한 브라질의 펠레.
과거 비유럽 대륙에서 열린 8차례 월드컵에서 우승한 국가는 모두 남미 국가였다. 남미와 세계 축구를 양분하는 유럽은 준우승만 6차례 하며 ‘남미 잔치’에 들러리를 섰다. 유럽을 대표해 이 기록을 깨겠다고 나선 주자가 스페인이다. 정확한 쇼트패스, 촘촘한 팀플레이, 세밀한 기술축구,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는 조직력. 남미식의 화려한 개인기와 빈틈없는 유럽식의 조직력을 겸비한 팀. 그게 바로 스페인이다. 1978 아르헨티나 월드컵부터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는 스페인은 과거 12차례 월드컵에서 브라질·이탈리아·독일·아르헨티나·우루과이·프랑스·잉글랜드와 달리 한 번도 정상에 서지 못했다. 네덜란드·체코슬로바키아·헝가리·스웨덴처럼 2인자 자리도 밟지 못했다. 월드컵 사상 가장 불운한 팀이라는 꼬리표를 떼어낼 기회가 지금이다.

스페인 전력, 브라질과 막상막하

스페인 대표팀은 브라질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포지션별로 세계 최고 선수들이다. 공격수 페르난도 토레스(리버풀)와 다비드 비야(발렌시아), 미드필더 사비 알론소(레알 마드리드)와 안드레 이니에스타(바르셀로나), 수비수 푸욜과 제라드 피케(이상 바르셀로나), 골키퍼 카시야스(레알 마드리드) 등이 주축이다. 이들은 남아공 월드컵 유럽 예선에서도 네덜란드와 함께 전승(10승·28득점 5실점)으로 월드컵 티켓을 따냈다.

스페인은 이번 월드컵에서 온두라스·칠레·스위스와 H조에 속했다. 16강 진출이 무난하다는 예상이다. 스페인은 그러나 초반 고비를 맞는다. 스페인이 조 1위로 16강에 오르면 G조 2위와 8강을 다툰다. 그런데 G조 2위는 브라질·코트디부아르·포르투갈 중 한 팀이 될 게 확실하다. 스페인이 이들을 꺾고 8강에 오르면 우승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브라질 그늘 아래에서 ‘월드컵 2인자’로 밀린 독일도 우승 후보국 중 하나다. 독일은 역대 월드컵 4차례 승부차기에서 모두 승리한 유일한 팀으로 ‘토너먼트의 강자’로 불린다. 독일은 ‘녹슨 전차’라는 비아냥 속에서도 메이저 대회에서는 굵직한 성적을 내왔다. 월드컵에서 3회 우승했고 유럽선수권에서도 역시 3차례 정상에 올랐다. 최근 메이저 대회 중에서는 2006 독일 월드컵에서 개최국으로 3위에 올랐고, 2008 유럽선수권에서도 준우승했다. 세련되고 화려하지는 않아도 강한 힘과 끈질긴 근성으로 기어코 이기고야 마는 실리 축구의 결과물이다.

   
ⓒXinhua
강력한 우승 후보 스페인의 공격수 페르난도 토레스.
프리미어리그라는 현재 세계 최고 프로 축구판을 벌이는 ‘축구 종가’ 잉글랜드도 1966년 자국에서 열린 월드컵 이후 두 번째 우승에 도전한다. 그런데 잉글랜드의 적은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 있다. 바로 자만심이다. 자신들이 세계 최고 선수라는 자부심이 너무 큰 나머지 폼만 잡고 어깨에 힘을 주다가 실패한 경우가 많았다. 현재 잉글랜드 사령탑은 잉글랜드 역사상 첫 외국인 감독인 파비오 카펠로(이탈리아)다. 잉글랜드가 얼마나 월드컵 우승을 원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잉글랜드가 1966년 대회 우승 이후 거둔 최고 성적은 4강(1990 이탈리아 월드컵)이다.

세계 최고 수비를 자랑하는 ‘디펜딩 챔피언’ 이탈리아도 우승권 전력을 보유했다. 이탈리아는 브라질과 함께 역대 월드컵에서 2회 연속 우승한 기록을 가진 국가다. 스포츠계에서는 “공격력이 화려한 팀은 한 경기는 이길 수 있어도 큰 대회에서 우승하려면 수비가 강해야 한다”라는 말이 있다. 그 말을 가장 잘 실천하는 나라가 이탈리아다.

‘오렌지 군단’ 네덜란드는 두 차례 준우승에 머문 아픔을 딛고 첫 우승을 노린다. 네덜란드는 스페인과 함께 남아공 월드컵 유럽 예선에서 전승으로 월드컵 진출권을 따냈다. 네덜란드 축구 하면 떠오르는 것이 화려한 공격력이다. 세계에서 가장 매력적인 축구를 하는 나라를 꼽으라면 전문가 10명 중 8~9명은 네덜란드를 꼽는다. 팬들은 주워 먹는 10골보다 멋진 8골을 원한다. 그게 네덜란드의 장점인 동시에 약점이다. 멋있고 보기 좋은 것은 서로 하려고 하지만 궂은일은 서로 미룬다. 네덜란드로서는 해외파 위주로 꾸려지는 정상급 공격진, 국내파 중심인 수비진을 어떻게 월드컵 첫 우승이라는 목표 아래 하나로 묶는가가 관건이다.
1986 멕시코 대회에서 두 번째 월드컵 정상에 오른 아르헨티나는 현존 최고 공격수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의 활약상에 따라 희비가 갈린다. 메시가 바르셀로나에서 보여준 만큼 대표팀에서 활약해준다면 아르헨티나도 최소 4강까지는 오를 수 있다. 현재 메시는 아르헨티나에서는 영웅 대접을 받지 못한다. 프로에서만 잘할 뿐 국가대표로서 보여준 게 부족하기 때문이다. 메시가 아르헨티나의 영웅 마라도나의 진정한 후계자가 되려면 월드컵 우승이 필요하다.

   
ⓒAP Photo
현존 최고 선수인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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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차군단 독일을 지휘하는 미드필더 미하엘 발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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