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재능’을 어찌하오리까
  • 주진우 기자
  • 호수 140
  • 승인 2010.06.25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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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중 혼자서 운동장을 빠져나가야 하는 참담한 기분, 생각만 해도 씁쓸하다. 그 기분을 가장 잘 아는 선수가 있다. 프랑스의 시릴 룰. 그는 프랑스 리그 350경기에 출전해 레드카드 21장, 옐로카드 154장을 받았다. 프랑스 리그 최고 기록이다. 빅 리그에서 한 선수가 가장 많이 레드카드를 받은 기록은 이탈리아 세리아A 13장,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18장,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13장 이다. 그는 ‘섹스, 마약 그리고 시릴 룰’이란 문구의 티셔츠를 유행시키며 프랑스에서 악동으로 유명하다.

싱가포르 대표팀 공격수 노 알람 샤 선수는 축구선수로 활약하기 전 싱가포르에서 가장 유명한 폭력조직에 몸담았다. 그는 공보다 사람을 차는 것에 능한 모습을 보여주곤 했다. 그는 경기 중 가끔 상대팀 선수를 때려 기절하게 만든다. 2007 싱가포르컵 대회 결승전에서는 다니엘 베넷의 안면에 니킥을 작렬해 기절시켰다. 베넷은 팀 동료였다. 퇴장당해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길에는 사진기자를 폭행하려고 달려들기도 했다. 그는 경기장에서 ‘조폭 본능’을 숨기지 못했다.

   
ⓒReuter=Newsis
이탈리아 축구 천재 카사노(위)는 괴팍한 성격과 기행 탓에 대표팀에 승선하지 못했다.

악동 기질 때문에 월드컵 출전이 좌절된 선수가 있다. 축구 팬으로서는 대단히 아쉬운 일이다. 이탈리아 최고의 축구 재능을 가진 안토니오 카사노(27)가 대표팀에서 탈락했다. 2000년대 초반 그를 영입하기 위해 AS 로마는 청소년 선수 몸값 사상 최고가를 지불했다. 카사노는 레알 마드리드 데뷔전에 투입된 지 3분 만에 골을 넣기도 했다.

경기 전날 밤샘 파티, 시합은 대충대충

카사노는 뛰어난 재능에도 불구하고 괴팍한 성격과 기행으로 이탈리아에서 ‘악마의 재능’으로 불린다. 이 악동은 감독이 나무라면 “그럼 당신이 대신 뛰어!”라며 대든다. 감독이 쫓아가면 바로 도망간다. 쫓아간 감독은 레알 마드리드 시절 카사노의 기행을 눈감아주며 가르치려 했던 파비오 카펠로 감독(현 잉글랜드 대표팀)이다. AS 로마의 동료 토티와 함께 방송에 출연했는데 카사노는 토티 출연료의 80%를 받았다. 이 때문에 둘은 다투었고 결국 카사노는 팀을 옮기게 됐다. 또 카사노는 축구 경기에 거액을 베팅하기도 했다. 더 큰 문제는 카사노가 직접 그 경기들을 뛰었다는 것이다.

카사노는 경기 전날까지 여자들과 파티로 밤을 보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카사노 스스로 “경기에서 50%밖에 힘을 안 쓴다. 너무 많이 희생할 필요 없다. 삼프도리아(팀)를 선택한 것도 대충 뛰어다녀도 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 발언이 문제가 되자 카사노는 “그래서 어쩌라고? 나는 내 재능 덕분에 왕처럼 산다”라고 덧붙였다.
그의 행실은 지저분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그라운드 위에서의 천재성은 감탄을 자아낸다. 그는 듣도 보도 못한 패스를 한다. 만약 그의 동료 선수들이 카사노의 완벽한 패스를 절반만 처리했다면 도움왕은 그의 몫이다.

   
ⓒReuter=Newsis
‘제2의 호나우두’로 불리던 아드리아누(위)는 ‘악동계의 교과서’가 되었다.
카사노의 재능을 사랑하는 팬들은 ‘카사노를 대표팀에 뽑아달라’고 시위를 벌이기도 한다. 경기장 곳곳에는 그의 복귀를 원하는 플래카드도 걸렸다. 하지만 팀 분위기를 해친다는 이유로 이탈리아 대표팀 마르첼로 리피 감독은 꿈쩍하지 않는다. 대표팀에 발탁되지 못하자 카사노는 “월드컵이 한창인 6월19일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고 미룰 생각이 전혀 없다”라고 맞불작전을 벌이고 있다.

아드리아누, 알코올 중독·우울증에 시달려

‘악동계의 교과서’ 아드리아누(27·브라질)도 남아공행 비행기에 오르지 못했다. 브라질 선수의 기술에 브라질 선수답지 않은 뛰어난 신체적 재능을 갖추어 단숨에 브라질 차세대 골잡이에 등극한 아드리아누. 2004년 코파 아메리카에서 7골을 넣어 득점왕과 최우수 선수(MVP)에 올랐고, 이듬해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는 5골을 뽑아내 득점왕에 오르면서 ‘제2의 호나우두’라는 찬사를 얻었다.

하지만 그는 2006년 아버지의 죽음 이후 무너지기 시작했다. 알코올 중독과 우울증은 극심한 슬럼프를 몰고 왔다. 운동장보다 나이트클럽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고 팀 훈련을 빼먹기 시작했다. 소속팀 인터 밀란이 임대 형식으로 아드리아누를 브라질 클럽 상파울루에서 뛰게 했다. 하지만 고향 브라질은 축구에만 집중하기 어려운 환경이었다. 그는 계속해서 가십난에 얼굴을 들이밀었다. 약혼녀와의 결별, 과체중 논란, 알코올 중독, 대형 교통사고를 연달아 일으키더니 지난해 4월에는 인터 밀란을 배신하고 돌연 은퇴를 선언했다. 그리고 불과 얼마 후, 아드리아누는 고향 팀 플라멩고에 입단해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브라질 대표팀 둥가 감독은 “아드리아누와 관련한 여러 소문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브라질에는 그를 대체할 만한 축구 선수가 수두룩하다는 게 아드리아누에게는 슬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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