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6일 첫 방송될 예정이었던 Mnet 〈김제동 쇼〉 방영이 또다시 연기됐다는 뉴스가 나온 5월20일 밤 9시. 김제동씨(36·사회자)는 인하대학교 축제 무대에 있었다. 마이크 하나로 학생들과 어깨동무하고 숨쉬고 웃고…. 행복해 보였다. 객석에서 “힘내세요”라는 목소리가 들렸다. 김제동씨는 “그렇게 얘기하면 내가 지금까지 힘내서 공연한 게 뭐가 되느냐”라며 웃었다.   어떻게 지내는가? 생각이 많을 것 같다. 생각은 많은데 실천하지 못해 문제다. 계획을 세워서 실천하려고 추진하는 단계다. 요즘 사는 방식에 관해 여러 가지로 생각이 많다. 내가 사는 방식이 아니라 해석의 문제인 것 같다.

ⓒ시사IN 윤무영5월20일 밤 인하대학교 축제장의 한쪽 간이주점에서 김제동씨(위)를 만났다.
김제동씨는 여전한데 바라보는 사람들이 달라진 것 같다. 그걸 탓할 수 없다. 고객은 왕이다. 고객은 언제나 옳다. ‘사람’은 틀릴 수 있다고 해도 ‘사람들’은 틀릴 수 없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모여서 기본적으로 이뤄진 공감대에 기초한 건 옳은 방향으로 진화한다고 믿는다.

대중이 옳다는 말에 동의하지만 대중은 천재이자 바보다. 바보 쪽으로 결론이 날 때도 많다. 나는 예능하는 광대이고, 딴따라다. 관객은 한 번도 틀린 판단을 한 적이 없다. 그 당시보다는 긴 세월 속에서 사람들의 판단을 믿는다. 본인이 정치적인 얘기를 한 적은 없는 것 같다. 그런데 정치적으로 본다. 부담스럽지 않나? 이해는 하지만 동의할 수는 없다. 어떤 사람들은 내가 숨만 쉬어도 정치적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전에도 마찬가지였고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내 상식에 기반한 웃음에 대한 의지를 포기할 수 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 노제 사회를 잘 봐서 그렇게 된 것 아닌가? 노제 사회를 잘 본다는 표현 자체는 적절치 않은 것 같다. 정치적인 행사가 아니었다.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었고, 국민장이었다. 국민들이 강요받지 않고 슬퍼할 수 있는 자리 아닌가. 꽃을 바칠 수 있는 사람이 헌화할 수 있어야 하고, 슬프지 않은 사람은 애도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 적어도 나에게는 정치적 이념은 없다. (그는) 16대 대통령이었던 사람이다. 돌아가셨다. 그 사람과 은혜가 있었건, 원한이 있었건 삼일장을 치르면서 상갓집에서 술 마시고 ‘이제 가면 언제 오나’ 이러는 거다. ‘슬픈 자리에서 슬퍼하는 게 정치적인 거냐’고 반문하고 싶다.

노제 사회 이후, 진행하던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그만두어야 했다. 통상적인 개편에 의한 것도 있었다. 그런 부분까지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는 게 굉장히 부담스럽다. 다만 〈스타 골든벨〉의 경우, 통상적인 절차를 벗어났다. 그것은 나한테 물어보면 안 된다. 97~99%의 원인은 항상 자기 안에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산을 올라가면서 힘들면 체력 단련이 덜 된 거다. 나름 열심히 만들었지만 완벽한 프로그램, 누구도 손댈 수 없는 프로그램을 만들지 못했다. 내부 요인을 충분히 찾고 만일 외부 요인이 있다면 그것을 촉발시킨 분들한테 여쭤보시라. KBS 고위 관계자는 “위에서 싫어해서 어쩔 수 없다”라고 하던데? 외압이었다고 한다면… 아, 그렇게 믿고 싶지 않다. 내부로부터의 처절한 반성, 내가 지켜야 하는 것들에 대해 그 반성부터 선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초심을 잃은 부분이 많았다. 요즘 솔직히 행복하다. 인생의 전성기다. 역설적으로 하고 싶은 일을 다 하고 있다.

권력 주변에서는 ‘대구면 되고 안 대구면 안 되는, 경상도는 무조건 가능한 시대’라고 한다. 그쪽 출신인데 지인들이 나서지 말라는 이야기를 하지 않는가? 연예인 인터뷰가 아닌 것 같다(웃음). 이런 질문에 대해 답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되어야 한다고 본다. 예전부터 연예인의 사회참여에 대해 시선이 곱지 않았다. 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돈을 받고 정파나 정당의 이득, 계층의 이익을 위해 일한 적 없다. 어떤 정당이나 정치 집단의 이해관계에 관여한 적이 없다. 그런데 자꾸 그렇게 해석되어서 대단히 부담스럽다. 내가 무얼 했다고. 돌아가신 분 제사에 가서 마이크를 들었을 뿐이다. 이번에도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제에) 간다. 신념이다. 누구에게나 신념을 표출할 자유가 있다. 웃겨야 할 사람들에게 정치적 색깔 입히는 거 그것이 가장 가슴 아프다. 그것 때문에 웃음이라는 최고 가치를 뒤에 두어야 할 때가 있다. 속은 상하지만 그래도 가야겠다. 최고의 가치가 웃음이라는 건 신념에 바탕을 두었기 때문이다. 물론 편하게 사는 법을 안다. 그러나 그것이 더 편하게 사는 길이 아니다. 잘 때 불편할 것 같다.

가족이 많이 걱정할 듯하다.

어머님이 그랬다. “이번에 네가 가면 죽는다. 또 가면 죽는다.” 팔순 노모다. 어떤 압력이 아니라 어머니가 부담스러워한다. 살아 있는 권력이 아니라 죽은 권력 아닌가. 정승의 권력을 좋아한 게 아니라, 정승을 실제 인간적으로 좋아했던 사람이라면 가야 하는 것 아닌가. 그게 죄인가? 사람과 사람 사이의 도리, 거기에 무슨 정치가 있는가? 도리를 다하고자 하는 것이다.
ⓒNEWSEN2009년 5월 노무현 전 대통령 노제에서 김제동씨가 추모사를 읽고 있다.
입바른 소리 하고 사는 것, 신념대로 세상을 사는 게 쉽지만은 않다.
거기에 동의할 수 없다. 민감한 문제지만 우리 조카가 해군을 갔다 왔다. 나는 독자이기 때문에 신체가 건강했지만 방위 갔다. (천안함에서) 생때같은 애들이 죽었다. 원인이 어디 있든 삼촌 같은 사람들이 제일 먼저 나가서 싸워야 할 것 아닌가. 조카가 맞았는데. 북한이든 중국이든 어느 나라든. 문제는 조카가 누구에게 어떻게 맞았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나는 민족주의자에 가족을 중시하는 아주아주 전형적인 경상도 놈이다. 다만 우리 조카들을 무방비 상태에서 죽어나가게 한 사람들이 먼저 사과해야 하는 것 아닌가. 통솔하겠다고 해서 수련원에 보낸 것 아닌가? 다치게 한 보호자들이 사과해야 한다. 오늘 누구(북한)를 비난하라고 발표했다. 보호하지 못한 잘못에 대한 사과와 반성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게 삼촌 마음 아닌가? 정말 봐야 할 건 이 아이들의 죽음이다.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 북한이 때렸다면 북한이 책임져야 한다. 때리게 만든, 허술하게 울타리 쳐놓은, 몇십 년간 국방비 쓰고 어깨 힘주던 사람들 도대체 뭔가. 그 사람들이 사과해야 한다. 그 다음에 보복을 하든, 뭐든 할 수 있다. 사람들을 낭떠러지로 이끈 인솔자들이 낭떠러지로 민 사람들만 욕할 수 있는가? 적어도 그 낭떠러지 앞으로 데려가지 말았어야 하는 것 아닌가? 김제동은 단순한 연예인이 아니다. 트위터에 글 한 줄만 쓰고, 한숨만 쉬어도 난리가 난다. 나는 돈이 많다. 상상하는 이상으로 돈이 많다. 먹고사는 데 전혀 지장이 없다. ‘지켜주겠다’고 하는 말을 들을 때마다 얼마나 미안한지. 고마움이 격해지면 미안함이 된다는 걸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나는 야한 영화를 보면 환장하고 돌아버리겠다. 예쁜 여자를 보면 좋고, 가슴속에서 울컥하면 울기도 한다. 이 모든 게 나의 얼굴이다.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시라. 이제 관심 많이 받았으니 돌려드릴 때다. 나에 대한 걱정을 거두어달라. 방송에 안 나온다고 죽은 거 아니다. 어머니는 일 끊겼다고 설에 떡 안 뽑겠다고 하는데 걱정하지 마시라. (나는) 보시는 것만큼 불쌍한 사람 아니다. 최근 문재인 변호사님 인터뷰한 거 봤다. ‘김제동씨 일 끊어질까 걱정이라고 꼭 써달라’ 했더라. 나도 이 말 꼭 써달라. “걱정하지 마시라 제발. 그런 걱정 하는 게 걱정이다. 변호사님이나 잘 하시라”고. 변호사님보다 훨씬 돈 많고 잘살 것이다. 경제적 조건만 보면 나는 기득권 중의 기득권이다. 이게 어디서부터 온 건지 다 알고 있다. 다 내줘도 큰 손해 없고 이기적인 생각도 있어서 받은 거 이상으로 돌려줄 생각도 없고, 적당히 돌려주고 칭찬받으며 살 것이다. 오늘도 아무것도 없이 1시간30분 동안 얘기했다. 사람들하고 학생들하고 강한 연대감·유대감을 느낀다. 나는 사람들만 있으면 된다. 나는 충분히 웃길 자신이 있다.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에서 마이크를 잡았다. 정당 행사가 아니다. 17대 대통령 취임식 아닌가. 거기 있는 사람들 재밌게 해줬다. 마음에 내키지 않았지만 찬물을 끼얹을 순 없지 않은가. 파란색 머플러 흔들고 했다. 대통령 되신 분 축하하는 자리 아닌가. 적어도 그 자리에서는 축하해야 한다. 하버드 대학에 갔을 때 외국 학생이 그랬다. “당신도 참 파란만장한 삶이다. 대통령 취임식 때 사회 보고 전직 대통령 추모제 사회 보나?” 내가 파란만장한 게 아니라 우리 사회에 파란만장한 일이 생겼다. 신념·지조의 문제가 아니고 대통령 취임식 사회는 성향이 다르지만 가서 축하해줄 일 아닌가. 앞으로 잘 해 달라고. 지금도 똑같은 생각이다. 이 정권을 위해서가 아니라 사람들을 위해서.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노 전 대통령 재임 때 나도 난리 났던(비판했던) 사람이다. 초등학교 때 웅변대회에서 1~2등 한 것 같다. 고 육영수 여사에 관해 울컥해서 울면서. 그때도 진심이었다. 그 어떤 정치적 견해를 떠나서 사람이 죽지 않았는가. 고등학교 때 존경하는 사람으로 박정희 대통령 적었다. 대학 가서도 마찬가지다. 그걸 무지했던 세월이라고 말하지 않겠다. 정치적 자유고 개인 잣대였다. 돌아가신 분이 가지고 계셨던 각론이 아니라 총론에 대해 인간적으로 존중한다. 다만 각론에 반대할 수는 있다. 그것까지 안 된다면 숨쉬지 말라고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면 레크리에이션 강사 시절에 존경하는 사람을 박정희 대통령이라고 적은 것도 정치적인 것인가?   최근 이미 녹화된 〈김제동 쇼〉 방영이 미뤄지고 있는데. 6월 개편 때문에 상황이 그런 것 같다. 나는 녹화를 했다. 방송사도 사정이 있나보다. 

요새 뭐 하고 지내는 걸 좋아하나? 등산. 산에 업히러 가고, 야구하고, 친한 사람과 가금씩 술 먹고 그게 제일 좋다. 잠자는 거 고통스러웠는데 그것도 견뎌야 한다. 불면증이 생겨 수면제를 먹기도 하고.

언제부터 먹었나? 6~8개월 정도 됐다. 1~2주 먹다가 안 먹기도 했다. 불면증이 있는데 비행기 타면 잘 잔다. 내 옆에 잠들지 않은 누군가가 있기 때문이다.

외로워 보인다. 여자는 안 만나나? 여자들이 날 그렇게 싫어하지 않는다. 만나보면 대놓고 못생겼다고 안 한다. 진지한 만남을 가진 적도 있다. 사람들 사이 어깨동무, 연대, 함께 있음. 나는 이게 가장 중요하다. 사람들이 나를 큰 사상 가진 사람으로 여기는데 나 개차반이다. 눈 마주치면 시비도 붙고 그게 사람 사는 거 아닌가. 피 철철 흘리면서 경찰서 가서 화해하고, 철퍼덕 앉아서 다시 친하게 얘기하고. 그렇게 산다. 내면의 불안함, 우울한 정서. 그런 이면이 있다. 누나 아들이 아기를 낳아서 할아버지가 됐다. 경상도 사나이라 표현은 못했지만 어찌 그리 예쁜지…. 애 낳고 싶어 죽겠다. 한번도 아빠를 부른 적이 없어서 그런지 아이가 나한테 아빠라고 부르는 거 듣고 싶다.

기자명 주진우·임지영 기자 다른기사 보기 ac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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