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이 옳다는 말에 동의하지만 대중은 천재이자 바보다. 바보 쪽으로 결론이 날 때도 많다. 나는 예능하는 광대이고, 딴따라다. 관객은 한 번도 틀린 판단을 한 적이 없다. 그 당시보다는 긴 세월 속에서 사람들의 판단을 믿는다. 본인이 정치적인 얘기를 한 적은 없는 것 같다. 그런데 정치적으로 본다. 부담스럽지 않나? 이해는 하지만 동의할 수는 없다. 어떤 사람들은 내가 숨만 쉬어도 정치적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전에도 마찬가지였고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내 상식에 기반한 웃음에 대한 의지를 포기할 수 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 노제 사회를 잘 봐서 그렇게 된 것 아닌가? 노제 사회를 잘 본다는 표현 자체는 적절치 않은 것 같다. 정치적인 행사가 아니었다.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었고, 국민장이었다. 국민들이 강요받지 않고 슬퍼할 수 있는 자리 아닌가. 꽃을 바칠 수 있는 사람이 헌화할 수 있어야 하고, 슬프지 않은 사람은 애도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 적어도 나에게는 정치적 이념은 없다. (그는) 16대 대통령이었던 사람이다. 돌아가셨다. 그 사람과 은혜가 있었건, 원한이 있었건 삼일장을 치르면서 상갓집에서 술 마시고 ‘이제 가면 언제 오나’ 이러는 거다. ‘슬픈 자리에서 슬퍼하는 게 정치적인 거냐’고 반문하고 싶다.
노제 사회 이후, 진행하던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그만두어야 했다. 통상적인 개편에 의한 것도 있었다. 그런 부분까지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는 게 굉장히 부담스럽다. 다만 〈스타 골든벨〉의 경우, 통상적인 절차를 벗어났다. 그것은 나한테 물어보면 안 된다. 97~99%의 원인은 항상 자기 안에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산을 올라가면서 힘들면 체력 단련이 덜 된 거다. 나름 열심히 만들었지만 완벽한 프로그램, 누구도 손댈 수 없는 프로그램을 만들지 못했다. 내부 요인을 충분히 찾고 만일 외부 요인이 있다면 그것을 촉발시킨 분들한테 여쭤보시라. KBS 고위 관계자는 “위에서 싫어해서 어쩔 수 없다”라고 하던데? 외압이었다고 한다면… 아, 그렇게 믿고 싶지 않다. 내부로부터의 처절한 반성, 내가 지켜야 하는 것들에 대해 그 반성부터 선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초심을 잃은 부분이 많았다. 요즘 솔직히 행복하다. 인생의 전성기다. 역설적으로 하고 싶은 일을 다 하고 있다.
권력 주변에서는 ‘대구면 되고 안 대구면 안 되는, 경상도는 무조건 가능한 시대’라고 한다. 그쪽 출신인데 지인들이 나서지 말라는 이야기를 하지 않는가? 연예인 인터뷰가 아닌 것 같다(웃음). 이런 질문에 대해 답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되어야 한다고 본다. 예전부터 연예인의 사회참여에 대해 시선이 곱지 않았다. 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돈을 받고 정파나 정당의 이득, 계층의 이익을 위해 일한 적 없다. 어떤 정당이나 정치 집단의 이해관계에 관여한 적이 없다. 그런데 자꾸 그렇게 해석되어서 대단히 부담스럽다. 내가 무얼 했다고. 돌아가신 분 제사에 가서 마이크를 들었을 뿐이다. 이번에도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제에) 간다. 신념이다. 누구에게나 신념을 표출할 자유가 있다. 웃겨야 할 사람들에게 정치적 색깔 입히는 거 그것이 가장 가슴 아프다. 그것 때문에 웃음이라는 최고 가치를 뒤에 두어야 할 때가 있다. 속은 상하지만 그래도 가야겠다. 최고의 가치가 웃음이라는 건 신념에 바탕을 두었기 때문이다. 물론 편하게 사는 법을 안다. 그러나 그것이 더 편하게 사는 길이 아니다. 잘 때 불편할 것 같다.
가족이 많이 걱정할 듯하다.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에서 마이크를 잡았다. 정당 행사가 아니다. 17대 대통령 취임식 아닌가. 거기 있는 사람들 재밌게 해줬다. 마음에 내키지 않았지만 찬물을 끼얹을 순 없지 않은가. 파란색 머플러 흔들고 했다. 대통령 되신 분 축하하는 자리 아닌가. 적어도 그 자리에서는 축하해야 한다. 하버드 대학에 갔을 때 외국 학생이 그랬다. “당신도 참 파란만장한 삶이다. 대통령 취임식 때 사회 보고 전직 대통령 추모제 사회 보나?” 내가 파란만장한 게 아니라 우리 사회에 파란만장한 일이 생겼다. 신념·지조의 문제가 아니고 대통령 취임식 사회는 성향이 다르지만 가서 축하해줄 일 아닌가. 앞으로 잘 해 달라고. 지금도 똑같은 생각이다. 이 정권을 위해서가 아니라 사람들을 위해서.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노 전 대통령 재임 때 나도 난리 났던(비판했던) 사람이다. 초등학교 때 웅변대회에서 1~2등 한 것 같다. 고 육영수 여사에 관해 울컥해서 울면서. 그때도 진심이었다. 그 어떤 정치적 견해를 떠나서 사람이 죽지 않았는가. 고등학교 때 존경하는 사람으로 박정희 대통령 적었다. 대학 가서도 마찬가지다. 그걸 무지했던 세월이라고 말하지 않겠다. 정치적 자유고 개인 잣대였다. 돌아가신 분이 가지고 계셨던 각론이 아니라 총론에 대해 인간적으로 존중한다. 다만 각론에 반대할 수는 있다. 그것까지 안 된다면 숨쉬지 말라고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면 레크리에이션 강사 시절에 존경하는 사람을 박정희 대통령이라고 적은 것도 정치적인 것인가? 최근 이미 녹화된 〈김제동 쇼〉 방영이 미뤄지고 있는데. 6월 개편 때문에 상황이 그런 것 같다. 나는 녹화를 했다. 방송사도 사정이 있나보다.
요새 뭐 하고 지내는 걸 좋아하나? 등산. 산에 업히러 가고, 야구하고, 친한 사람과 가금씩 술 먹고 그게 제일 좋다. 잠자는 거 고통스러웠는데 그것도 견뎌야 한다. 불면증이 생겨 수면제를 먹기도 하고.
언제부터 먹었나? 6~8개월 정도 됐다. 1~2주 먹다가 안 먹기도 했다. 불면증이 있는데 비행기 타면 잘 잔다. 내 옆에 잠들지 않은 누군가가 있기 때문이다.
외로워 보인다. 여자는 안 만나나? 여자들이 날 그렇게 싫어하지 않는다. 만나보면 대놓고 못생겼다고 안 한다. 진지한 만남을 가진 적도 있다. 사람들 사이 어깨동무, 연대, 함께 있음. 나는 이게 가장 중요하다. 사람들이 나를 큰 사상 가진 사람으로 여기는데 나 개차반이다. 눈 마주치면 시비도 붙고 그게 사람 사는 거 아닌가. 피 철철 흘리면서 경찰서 가서 화해하고, 철퍼덕 앉아서 다시 친하게 얘기하고. 그렇게 산다. 내면의 불안함, 우울한 정서. 그런 이면이 있다. 누나 아들이 아기를 낳아서 할아버지가 됐다. 경상도 사나이라 표현은 못했지만 어찌 그리 예쁜지…. 애 낳고 싶어 죽겠다. 한번도 아빠를 부른 적이 없어서 그런지 아이가 나한테 아빠라고 부르는 거 듣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