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사업 저항지, ‘두물머리’ 고사에 나선 정부
  • 팔당·김은남 기자
  • 호수 138
  • 승인 2010.05.12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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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권력 투입은 없었다. 그러나 고립은 더 심해졌다.

5월11일 화요일, 경기도 양평군 양서군 팔당 일대 일명 두물머리 유기농 단지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경기도가 4대강 사업 구간인 이곳에서 이날부터 토지 측량과 감정 평가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공권력 투입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돌았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지난달 28일 국토해양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주민 반발로 감정평가를 하지 못하고 있는 두물머리 지구에 대해 사업일정을 고려해 최대한 빨리 감정평가를 실시하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날 공권력 투입은 없었다. ‘농지보존 친환경농업 사수를 위한 팔당상수원공동대책위원회’ 방춘배 사무국장은 “어젯밤 경기도에서 전화를 걸어와 6·2 지방선거 때까지 강제적인 측량은 실시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혀왔다”라고 말했다. 사실상 선거 이후로 공권력 행사를 유보한 셈이다.

   
ⓒ시사IN 백승기
트랙터 2대를 앞세우고 두물머리 유기농 단지를 출발한 농민·소비자·종교인·환경시민단체 활동가들은 곧바로 경찰 버스의 벽에 부딪쳤다.
대신 시작된 것이 두물머리 고립 작전이었다. 경찰은 이날 아침 이른 시각부터 두물머리로의 차량 진입을 통제했다. 두물머리는 지형상 진입로 한 군데만 차단하면 외부로부터 완벽하게 고립되는 특성을 갖고 있다. 경찰의 차단작전으로 4대강 사업 강행 방침에 항의해 이날 경기도청까지 ‘농기계 도보 순례’를 벌이려던 팔당 농민들의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봄철을 맞아 딸기 체험을 하러 온 유치원생 등 양수리로 나들이를 온 상춘객들도 덩달아 불편을 겪었다.

오전 9시 37분, 트랙터 2대를 앞세우고 두물머리 유기농 단지를 출발한 농민·소비자·종교인·환경시민단체 활동가들의 연합 대오는 100m도 전진하지 못한 채 좁은 농로를 가로막은 경찰버스의 벽에 부딪쳤다. 맨 앞에 선 트랙터를 몰던 노태환씨가 브레이크를 밟았다. 그는 ‘팔당 댐이 들어서기 전 강변에 있던 모래사장을 기억하는 마지막 세대’임을 자처하는 팔당 토박이다. 평소 순한 모습을 보이던 그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왜 농기계 다니는 길까지 막고 난리여!”

그러나 트랙터는 끝내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부릉부릉, 엔진 소리로 울분을 터뜨리던 트랙터는 십여 분만에 인간 대오 뒤로 퇴각했다. 대신 성난 농민들이 경찰버스 양옆으로 우회해 도보로 행진할 조짐을 보이자 이번에는 여경 한 개 소대가 이들을 막아섰다. 농민들이 멈칫했다. 앳되어 보이는 20대 여경들을 힘으로 밀어붙일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하다하다 이젠 별별 짓을 다한다.” “왜 이런 일에 여자들을 들러리 세우는 거냐.” 소비자로서 팔당 농민들을 지원하러 온 팔당생명살림 ‘아줌마’ 조합원들이 대신 나서 울부짖었지만 벽을 돌파할 수는 없었다.

양측의 대치가 이어지는 가운데 휴대용 스피커를 잡은 유영훈 팔당생명살림 회장은 “우리는 지금 마지막 낭떠러지에 몰려 있다”라고 말했다. “땅을 지키기 위해 우리들이 지금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습니다. 아무, 수단이 없습니다….” 호소하던 그는 결국 터져 나오는 울음에 말을 제대로 끝맺지 못했다.

   
ⓒ시사IN 백승기
여경 한 개 소대가 농민들을 막아서자, 소비자로서 팔당 농민들을 지원하러 온 팔당생명살림 ‘아줌마’ 조합원들이 나섰다.
팔당은 사실상 4대강 사업 구간 중 마지막 남은 농민들의 저항지라 할 수 있다. 두물머리 일대가 이른바 ‘한강살리기 사업 제1공구’에 편입된 것을 알게 된 지난해 8월 이래 이곳에서 유기농에 종사하던 농민들은 기약 없는 싸움을 이어오고 있다. 5월10일 명동성당에서 대규모 시국미사를 마친 천주교 신부들, 두물머리 인근 송촌리(남양주시 소재)에 막사를 짓고 46일째 단식 기도를 이어가고 있는 개신교 목사들, 일상 업무를 접고 4대강 저지를 위한 총력 투쟁에 매진할 것을 선포한 환경단체 활동가들, ‘큰 집’이 힘든 일을 당했는데 나 몰라라 할 수는 없다며 달려온 생협 소비자들. 다양한 사람들이 두물머리 농성장에 모여들고 있다지만 이들을 외부로부터 고립시키려는 시도는 갈수록 집요해지고 있다.

“팔당 문제는 서울시민의 상수원이 걸린 문제이기도 하다”라는 환경운동연합 김종남 사무총장은 “신양수대교 건너는 길에 팔당 농민들이 내건 현수막과 선전탑이 보이면 운전자들이 격려의 경적이라도 울려 달라”라고 당부했다. 이것만으로도 일 년째 지독한 외로움 속에서 싸우는 팔당 농민들에게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책위는 5월10일~14일을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한 집중 투쟁 주간'으로 정하고 두물머리에서 농성을 이어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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