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연 죽게 한 ‘스폰서 문화’의 속살
  • 유지나 (영화평론가·동국대 교수)
  • 호수 138
  • 승인 2010.05.10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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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공개된 ‘검사와 스폰서’의 유착 실태는 검찰뿐 아니라 우리 사회에 만연한 성접대·성상납 관행의 속살을 보여준다. 그리고 한 여배우의 죽음을 떠올리게 한다. ‘미제’ 사건으로 묻혀가는 장자연 사건.
한건설업자의 문건으로부터 야기된 MBC 〈PD수첩〉 ‘검사와 스폰서’ 편이 충격적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국의 유흥문화와 결합된 성산업 양태와 규모에 비추어보건대, 1차 밥(고기) 먹고, 2차 술 마시고, 3차 몸 파는 여자들과 성행위를 즐기는 코스에서 그 정도 성산업 이용은 놀라울 일도 아니라는 생각을 가진 이들이 있을 것이다. 드러나지 않으면 남성 권력자가 누릴 만한 관행적 향락이었건만, 정작 유흥 풍경이 공론화되니 매우 당혹스러울 것이다. 그리하여 그간 내부고발자가 오히려 피해를 보는 또 다른 권력지향적 관행을 되새기며 잠시 소나기를 피하면 될 것이라는 자기 위안을 할지도 모른다.

반면 이런 관행을 흘려들었던 이라면, ‘검사와 스폰서’에서 가늠되는 과다하고 타락한 접대 양상, 특히 필수 코스로 언급된 성접대가 포함된 그들의 유흥문화를 보며 법이 내세우는 정의로움이라는 가치의 파괴, 몰양식한 유흥형태에 대해 어이없음과 분노 등이 얽힌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이 사태를 접하며 두 가지 상황이 떠올랐다. 하나는 〈검사와 여선생〉이라는 옛날 영화였고, 다른 하나는 장자연 문건으로 야기된 검찰 조사의 면죄부식 봉합이다.

   
ⓒ뉴시스
지난해 5월22일 ‘침묵을 깨는 아름다운 사람들’이 여성 연예인 인권지원 서포터스 선언식을 하고 있다.

마지막 변사 신출씨의 무대공연으로 본 〈검사와 여선생〉에서 검사는 정의의 수호자로 나온다. 매우 가난했던 아이는 공부를 잘했다. 그 시절 그에게 통장까지 주며 상급학교에 진학하게 해준 여선생이 있었다. 훗날 그는 검사가 되었는데 그가 맡은 사건의 피의자가 살인혐의를 쓴 과거 여선생이었다. 검사는 법적인 공정한 추적을 통해 여선생의 정의로움을 회복시켜주는 해피엔딩을 선사한다. 이번 문건 작성자에 따르면, 그의 접대, 특히 성접대를 거부한 검사가 한 명 있었다기에 이 영화가 떠올랐을지도 모른다. 이승만 정권 시절인 1958년에 제작한 영화인데, 부패한 시절에도 검사를 의인 영웅화하는 드라마가 만들어진 것이 새삼 궁금해진다. 왜냐하면 그 후 조폭영화의 코믹화를 보여준 〈넘버3〉(1997) 등에서는 조폭 같은 검사 캐릭터가 나오는데, 영화를 통해서 검사에 대한 시대인식의 변화가 드러나기 때문이다.

사라지지 않은 ‘여배우 접대론’

장자연 문건과 검사의 관계는 더 강력하게 재구성된다. 지난해 이 시기에 터진, 문건을 동반한 장자연 자살사건은 경찰 수사를 거쳐 수원지검으로 이송되었다. 접대 문화의 절정인 성접대 관행을 여성 연예인 인권문제로 제기한 이 사건은 국민의 공분을 샀다. 참고로 여기에서 관행이라고 한 것은 1937년 1월5일자 조선일보 기사에 실린 나운규의 발언, 즉 ‘(여배우를 매춘부처럼 대하는) 포주처럼 감독을 해야 한다’ 같은 여배우 접대론이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뉴시스
검찰의 장자연씨(위) 자살사건 수사는 부실했다는 비판이 많다.
그 여파로 인권·종교·여성 분야를 망라한 단체와 개인이 동참해 여성 연예인 인권지원 서포터스 모임인 ‘침묵을 깨는 아름다운 사람들’을 결성했다. 세간의 공분을 반영한 듯 훌륭한 검사님들이 사건을 맡는다기에 정의로운 수사를 기대하며 성폭력상담소가 주관한 ‘UCC 행동단’에서는 ‘성역 없는 수사 촉구! 여성 연예인 인권 확보!’를 인터넷 카페 소제목으로 띄웠다. 그러나 결과는 경찰 수사보다 못한 것이었다. 그해 8월 발표된 수사 결과는 문건에 기록된 성상납 대상자 20명 중 언론인 6명 불기소로, 범죄 혐의를 입증할 만한 증거 부족이 이유였다. 이런 미완의 결과에 대해 ‘검찰 덕에 편히 잘 수 있게 된 혐의자들’ ‘수사 의지 찾아볼 수 없는 검찰의 장자연 수사’ 같은 표현이 언론에서 나오기도 했다. ‘검사와 스폰서’가 먼저 터졌다면 장자연 사건에 대해서도 다른 수사 주체를 통해 다른 수사 결과가 나왔을 것이라는 심증이 간다. 그러나 아직도 늦지 않았다. 공론화된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으면 검찰이 수사를 종결했다 하여 문제가 끝나지 않는다는 소중한 사실을 우리는 현 사태에서 배우는 중이기 때문이다.

지난 4월27일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발표한 ‘여성 연예인 인권침해 실태조사’는 공적 기관에서 최초로 여성 연예인 성상납 현황을 힘겹게 연구 조사한 결과물이다. 이번 조사는 여성 연예인의 인권침해가 특히 성문제에서 발생하는데, 연예인 수급구조 불균형과 가부장적 성문화가 근본 원인이라는 점을 밝히고 있다. 그 결과 제도 개선을 통한 대안장치도 있지만 중요한 대목은 여성 연예인 인권침해가 발생하는 스폰서와의 파행적 관계 청산, 연예인 단체와 개인의 자구 노력 부분이다.

한국 사회는 가족의 신성한 가치가 유지되며, 따라서 (법적 성관계인 결혼제도를 유지하기 위한?) 간통죄가 존재하는 순결한 결혼 중심 성도덕이 유지되는 곳 같지만, 실제 현실은 다르다. 이 사회는 성산업이 범람해 가격별로 성을 살 수 있는 곳으로 한국 밖에서도 알려져 있다. 제도와 현실 사이의 거대한 간극, 왜곡되고 이중적인 성인식, 거기에 남성 성본능 판타지 과잉이 결합하고 있다. 밀실에서 거래되는 성욕 해소, 즉 접대와 상납으로서 쾌락을 즐기는 사디스트적 성행위 중독을 남성의 본능으로 치환하는 병적인 온정주의가 타락적 관행의 주범이다. 이것은 유지시킬 관행도 아니며 남성의 본능에 대한 대응도 아니다. ‘사랑은 아무나 하나’라는 유행가가 드러내듯이 사랑거부증·사랑포기증의 공허함과 억압된 성욕망을 성산업을 이용해 해소하는 것이야말로 타락이다(이 노래를 만들고, 부른 가수에 대한 유감은 전혀 없다. 오히려 우리의 사랑공포증을 대변하는 뛰어난 현상 관찰이라고 여긴다).

성을 권력 과시·출세용으로 이용

성산업이라는 범주가 아니더라도 국제사회에서 경제력으로 따지면 15위권 내에 속할 정도로 상위권에 드는 한국이지만, 유독 젠더 관련 통계로 넘어가면 하위권으로 추락한다. 성산업 규모에서 세계 정상급에, 성평등 지위 134개국 중 115위, 여성 연예인 연쇄자살 건과 성상납 관행, 검사가 등장하는 성접대 관행. 이런 현상은 연결된 것이다. 그 밑그림에는 양성 간 성에 대한 오해와 위선적인 성도덕으로 인해 성을 권력 과시용과 출세용으로 이용하며 성본능으로 정당화하는 무지와 폐해가 은닉되어 있다.

서로 다르지만 소통 가능한 양성에 대한 인식 증진의 밑그림이 당장 마련되기는 힘들더라도 그 길로 가는 과정은 꼭 필요하다. 그 과정은 시시각각 터져나오는 성상납·성접대 문제가 법의 수호자로서 정의로움을 회복해야 하는 검찰의 성 인식을 개선하고, 여성 연예인이 개인 여성으로서 인권을 확보하는 선례와 사례로 다져가야 한다. 이런 사안들에 대한 정당한 수사와 그 결과에 대한 처벌이 이루어져야 ‘(한국) 남자만 유독 몰래 성을 사야 할 정도로 강력한 성본능에 지배를 받는다’라는 온정적인 관행론에 기댄 악순환이 끊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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