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폰서 정씨를 통해 지금까지 알려진 검사들의 불법적이고 부도덕한 행각은 주로 금품과 향응 제공 및 성접대에 국한돼 있다. 그러나 〈시사IN〉이 제보자 정씨가 구속되기 전 전화 인터뷰 등을 통해 확인한 결과 일부 검사는 정씨를 시켜 불법적인 방법으로 외제품을 반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씨가 부산세관 직원의 협조로 들여온 물품은 고급 중국 주류였다고 한다. 수량은 한 번에 무려 20여 병이나 됐다.

이에 대해 정씨는 “박기준 검사장이 형사1부장으로 있던 2003년 부산지검 검사들 사이에는 중국술 바람이 불었다. 그 전에는 발렌타인 30년산 같은 고급 양주를 찾더니 갑자기 양주 대신 최고급 중국술을 찾기 시작했다. 공급이 모자라자 검찰에서 나에게 중국에서 술을 왕창 사들여 오라고 요구했다”라고 전했다. 당시 부산 검사들 사이에 유행한 고급 중국술은 중국인들 사이에서 ‘3대 미주’로 불리는 마오타이, 수정방, 우량혜 등이었다고 한다.

ⓒ시사IN 정희상‘스폰서 검사’ 사건의 주요 진상조사 대상이 된 부산지방검찰청.

“법적으로 외국 술을 두 병 이상 가져올 수 없다고 하자 박기준 검사가 세관에 미리 조처해둘 테니 걱정 말고 들여오라고 했다. 최고급 술을 20병 사서 김해공항에 도착했더니 이○○ 세관원이 나를 따로 불러내 검색 없이 빼내줬다. 그 술을 가지고 가거도 횟집에 가서 박기준 검사가 다른 검사들과 폭탄주를 만들어 마셨다.” 가거도 횟집은 스폰서 정씨가 부산과 창원, 울산 지검 검사들을 데리고 단골로 들르던 1차 접대장소였다.

정씨는 이곳에서 검사들을 “퍼펙트하게 대접했다”라고 표현했다. 웬만한 일반 횟집에서는 구경도 할 수 없는 최고급 자연산 옥돔과 전복 세트를 주문해 검사들 식탁에 올렸다는 것이다. 기자는 수소문 끝에 당시 검찰에서 연락을 받고 정씨와 다량의 밀수 주류를 빼줬다는 부산세관 직원 이○○ 씨를 찾았다. 그는 현재 김해세관에서 근무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이씨는 진상조사위가 정씨의 진정 사건 조사를 시작한 뒤 병가를 내고 사무실에 나오지 않고 있었다. 이틀에 걸쳐 휴대전화로 계속 통화를 시도했으나 4월30일까지 휴대전화는 꺼져 있었다.

기자명 정희상 기자 다른기사 보기 minju518@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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