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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발명가가 뿔난 사연은?

오윤현 기자 noma@sisain.co.kr 2010년 05월 01일 토요일 제13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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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종현 회장(66·주식회사 그래미)은 비교적 성공한 발명가로 꼽힌다. 기발하고 창의적인 국내 특허 18건, 해외 특허 17건이 그 증거다. 지난 16년간 그는 그 특허로 제네바·러시아·불가리아·피츠버그 국제발명전 등에서 대상·금상을 16번이나 받았다(국내 발명가로는 최고 기록이다). 또 한국표준협회(KSA)로부터 ‘나비상’을 2005년부터 5년 연속 수상했는가 하면, 제43회 발명의 날에는 금탑산업훈장도 받았다. 그는 기업가로도 성공했다는 평판을 듣는다. 숙취 해소용 천연 차(여명808)와 스태미나 증진 천연 차(다미나909) 등으로 지난해에만 300억원 이상(2009년) 매출을 올린 것이다.

이런 그가 요즘 ‘발명가로서 헛산 것 같다’며, 발명 청사진 대신 엉뚱한 문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바로 고소장이다. 16개월 전에 자신의 강원도 철원 군탄리 회사와 공장에 들이닥쳐 문서와 컴퓨터 등을 압수해간 세무 공무원 8명을 법정에 세우겠다며 노심초사하는 것이다. 이유가 무엇일까. 왜 앞만 보고 달리던 발명가가 이렇게 남에게 ‘독기’를 품게 된 것일까. 세금을 너무 두드려 맞아 억울해서? 아니다. 아직도 2008년 8월21일 이후 98일 동안 벌어졌던 일을 생각하면, 그의 얼굴은 벌겋게 달아오른다.

   
ⓒ시사IN 안희태
남종현 회장(위)은 “기업가로서 발명가로서 늘 떳떳하게 살아왔다”라고 말했다.
그날 아침 남 회장은 여느 날처럼 사무실에서 업무 준비 중이었다. 8시30분께 직원이 다급하게 뛰어들며 보고했다. “△△지방국세청에서 세무조사를 나왔습니다!” 서둘러 나가보니 세무서 직원(세무원) 40여 명이 회사를 둘러싼 채 들이닥쳤다. 한 세무원이 세무조사 통지서를 내보이며 “귀 업체의 신고 내용을 분석한 결과, 수입 금액을 과소 신고한 것으로 평가되어 신고 내용의 적정 여부를 검증하기 위해서 조사 대상자로 선정했다”라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국세 기본법 제81조 7의 1항 규정에 의하여 세무조사 사전 통지를 하지 않았다고 기별했다. 이어 청렴 서약서와 수령증을 내밀며 서명하라고 몰아세웠다.

남 회장은 탈세한 적이 없었으므로 “81조 7의 1항을 받아들일 수 없다. 법원의 압수수색 영장을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세무원들은 그의 요구를 묵살한 뒤 사무실로 밀고 들어와 문서와 컴퓨터 등을 압수했다. 그들은 항의하는 남 회장과 사원들에게 탈세 조사에 순순히 응하지 않으면 ‘회사를 없애버릴 수도 있다’라는 협박조의 말까지 던졌다. 심지어 한 세무원은 사원들에게 손을 들고 서 있으라고 명령했다.

세무원들은 꿋꿋하게 버티는 남 회장이 미웠는지 그를 8시간 동안 사무실에서 나가지 못하게 막았다. 대명천지에 이같이 무례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현실이 믿기지 않았으나, 남 회장은 입술을 깨물며 참았다. 그러나 회사 장부와 컴퓨터 등을 함부로 들고 나가는 세무원들의 등을 보자 모멸감과 분노감·절망감이 들끓었다. 발명가로서 자신이 걸어온 세월이 주마등처럼 떠오르며 ‘내가 도대체 뭘 잘못했기에…’ 하는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그는 이제껏 기업을 하며 은행 대출 한 번 받은 적이 없고, 어음으로 결제해본 적도 없다고 말했다). “가시밭길을 오래 걸었지만 그런 치욕감은 처음이었다”라고 남 회장은 말했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이후 98일 동안 강도 높은 세무조사가 진행되었다. 친척의 통장까지 샅샅이 뒤지는 혹독한 조사였다. 그러나 아무리 털어도 그와 회사 주변에서 탈세의 흔적이 발견되지 않자, 세무서는 엉뚱한 사안을 물고 늘어졌다. 꽤 오랫동안 불우 청소년 200여 명에게 남몰래 매달 25만원 안팎의 도움을 주었는데, 그것이 증여라며 세금을 부과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골프 안 치고 술 안 마시며 모은 돈을 어려운 청소년들에게 나누어준 게 어떻게 증여가 되는지 그는 납득할 수 없었다. “이런 엉터리가 어디 있느냐? 먹고살 능력 없는 이웃을 돕는 게 어떻게 증여냐?”라며 항변했다. 세무서도 너무했다 싶었는지 슬며시 ‘이빨’을 감추었다.

며칠 지나지 않아 세무서는 다시 이빨을 드러냈다. 이번에는 발명가의 기본권(특허 전용 통상 실시권)을 물고 늘어졌다. 그래미 대표이사를 지낸 유 아무개씨를 내세워 남 회장이 직무발명(사용자에게 고용되어 있는 발명자가 자신의 직무와 관련하여 완성한 발명)을 무시하고 이득을 독점했다며, 세금 32억2345만9850원을 부과한 것이다. ‘나 홀로’ 기술을 개발한 남 회장 처지에서는 허위 진술 조서를 작성케 하여 내린 말도 안 되는 처사였다.

그는 불복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세무서의 압력을 받았는지 납품업체들이 그래미 제품을 피했다. 매출이 급감했다. 결국 그래미는 도산 위기에 몰렸고, 그는 어쩔 수 없이 여기저기에서 돈을 빌려 세금을 냈다. 군 단위 농공단지에 있는 중소기업으로서는 부담하기 버거운 금액이었다. 자칫 잘못하면 유망 기업에서 도산 기업으로 전락할 위기여서 더 이상 버틸 재간이 없었다. 정부로부터 금탑산업훈장을 받고 서너 달 만에 그 같은 일을 겪고 나니, 이 나라에서는 정직하고 청렴해서는 살 수 없는 건가 하는 회의마저 들었다.

   
ⓒ시사IN 안희태
(주)그래미는 1주일에 ‘여명808’을 20만 깡통 이상 생산하는 중견 기업이다.

많은 발명가가 그렇듯이 그도 끈기와 집중력이 대단한 사람이다. 그 집요함으로 그는 헌법과 국세기본법 등을 뒤져가며 세무서를 공박하고, 억울하게 낸 세금을 되찾을 방법을 찾았다. 그리고 조세재판소에 억울하게 낸 세금을 돌려달라고 과세전적부심을 요청해 마침내 지난 2월10일, 과세가 잘못되었다는 심판 결정 통보를 받았다. 억울하게 낸 세금을 돌려받게 되었지만, 그는 싸움이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자신이 탈세한 흔적이 전혀 없는데도 법과 힘을 앞세워 불법적으로 자신의 명예를 짓밟은 공무원 8명을 고소할 예정이다. “많은 사람이 괜한 싸움 한다며 말린다. 그러나 내가 싸워 이겨야 후배 발명가와 기업인들이 고생하지 않는다”라고 그는 말했다. 그는 이 싸움에 이기려 사회에 환원하려던 재산을 소송에 모두 쏟아붓기로 마음먹었다.

‘거대 권력’과의 외로운 싸움은 어떻게 끝이 날까. 과정만 놓고 보면 쉽지만은 않을 듯하다. 16개월 전에 압수수색에 나선 세무 공무원들이 “그날 세무조사는 절차적으로 문제가 없다”(조사원 양 아무개씨)라고 주장하는 데다, 그의 심신이 극도로 약해져 있기 때문이다(그는 세무조사 후유증으로 위암 수술을 받고 신경정신과 치료까지 받았다). 그러나 발명가는 어려운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뛰어넘을 때 맛보는 즐거움을 그 누구보다 잘 안다. 남 회장이 그 같은 즐거움을 또 한번 맛볼 수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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