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 동부에서 대형 찜질방을 운영하는 한인 알렉스 조씨는 캘리포니아 60번 고속도로 변에 지난 1월15일부터 독도 사진과 함께 ‘독도는 한국 땅(Dokdo Island Belongs to KOREA)’이라는 대형 옥외 광고판을 제작해서 부착했다. 이에 대해서 로스앤젤레스 주재 일본 총영사관 측은 4월5일 광고주인 알렉스 씨에게 편지를 보내 일본 외무성의 견해라면서 ‘다케시마는 역사적 사실의 관점에서 국제법상 분명히 일본의 영토’라고 주장하면서 독도 광고를 떼라고 요구했다.

이와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한인 동포사회가 즉각 나섰다. ‘일본의 생떼 주장에 단호하게 대처한다’면서 일본 영사관 앞에서 규탄대회를 열기로 했다. 한국 정부도 나섰다. 로스앤젤레스 주재 한국 총영사관은 “독도 영유권을 훼손하려는 어떠한 도발에 대해서도 우리 정부는 강력하고 단호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다”라고 밝히면서 한인단체들과 협의해서 공동 대응하겠다고 했다. 

미국 정부, ‘한국의 독도 지배’ 인정

ⓒ연합뉴스재미동포가 캘리포니아에 세운 ‘독도는 한국 땅’ 광고판.

‘독도’와 관련해 올 것이 왔다. 제3국에서 분쟁이 노골화되었고 일본과의 구체적인 전선이 생겼다. 독도가 우리 영토라는 것에 확신이 없어서 이를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다. 미국에서 독도 관련 준비가 덜 된 상황인데 공개적인 분쟁을 벌이는 것은 결코 우리에게 득이 없기 때문이다. 그냥 가만히 있는 지금의 상황은 100% 우리의 것이다. 언급 자체가 우리에게는 결코 유리하지 않기 때문이다. 국제사회에서 미국 정부는 독도를 한국의 지배 아래 있는 섬으로 인정한다. 왜냐하면 현재 실질적으로 한국이 지배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에서 우리(한인들)가 해야 할 핵심 역할은 미국이 독도를 한국의 영토로 인정하도록 하는 것이다.

2008년 7월 어느 날, 갑자기 워싱턴 의회도서관에서 독도를 분쟁지역으로 규정해 명칭을 바꾸겠다는 공고가 났다. 정부 관리가 독도 광고를 보고 그렇게 한 것이다. 문제는 쉽게 터졌는데 수습은 정말로 힘들었다. 눈을 씻고 찾아도 부근에 일본은 없었다. 당시 로스앤젤레스와 뉴욕에서는 연일 일본을 규탄하는 동포들의 목소리가 하늘을 찔렀고 일본 영사관 앞의 시위로 이어졌다. 한국에서는 독도수비대가 생겨났고 국회에서는 독도특별위원회가 조직됐다. 워싱턴 주재 일본 특파원들은 오히려 무슨 일이 왜 생겼는지 문의해 왔다. 정말로 어처구니없었다.

미국에서 독도는 시민의 이슈가 아니고 외교 문제다. 광고로 미국 전역을 뒤덮어도 독도가 국내 시민 이슈로 변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 한인동포는 한국인임이 분명하지만 동시에 미국 시민이다. 미국 정부가 시민의 요구를 무시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독도를 시민의 사활적인(외교정책에 영향을 줄 정도의) 이슈로 볼 가능성은 전혀 없다. 2008년 독도 명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독도 이슈를 시민의 논리로 바꾼 것은 억지였다. “독도 문제가 터지니까 한인들이 일본의 침략주의 공포증 때문에 일을 못한다. 이렇기 때문에 지금 이 문제가 미국의 국익에 도움이 안 된다”라는 논리였다. 미국에서 분쟁에 이기려면 준비가 필요하다. 미국 정부가 한국의 지배로 인정하는 동안 오히려 우리가 조용히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할 일이다. 광고가 무익한 것은 아니다. 다만, 목표를 이루기 위한 전략(순서)의 문제라는 것이다.

로스앤젤레스 총영사관은 동포들과 협의해서 공동 대응하겠다고 했다. 민감한 문제다. 총영사관은 한국 정부기관이고 한인동포(단체)는 미국 시민이다. 다른 나라 정부가 미국 시민과 협력해서 미국의 외교정책과 관련한 의견을 낸다는 것은 진정 민감한 일이다. 무슨 일이든 행동을 취한다면 한인동포(한국계 미국 시민)들 스스로 판단하고 실행할 일이다. 냉정하게 대처해야 할 일이다. 이전과 다르게 이번에는 일본이 있다.

기자명 김동석 (뉴욕·뉴저지 한인유권자센터 소장)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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