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덕대게는 영덕 1미에 불과하다. 바다와 산이 깊은 영덕에는 모두 9미가 있는데, 황금은어·모둠회·성게알비빔밥·물회·해물탕·송이버섯전골·메밀묵·미주구리회가 그것이다. 그중 한 가지, 바로 미주구리(물가자미)회를 맛보기로 했다(이름부터 입맛을 당기지 않는가?). 그런데 170여 개의 식당 가운데 어디로 가야 제대로 그 맛을 곱씹을 수 있을까. 가만히 눈치를 보니 경매사와 선원들이 드나드는 음식점이 있었다. 수협 근처 유림식당.

ⓒ시사IN 오윤현물가자미를 쓱쓱 썰어 넣은 뒤, 그 위에 오이채와 배채 그리고 으깬 마늘과 쪽파를 넣고 고추장으로 비빈 물가자미 물회는 그 맛이 끝내준다.
아니나 다를까. 허름한 분위기에 입맛을 당기게 하는 ‘포스’가 가득했다. 메뉴는 대게찜과 미주구리회 등 대여섯 가지에 불과했는데, 그중 미주구리 물회를 시켰다. 잠시 뒤 고명으로 오이채·으깬 마늘·배채를 올린 물회와 양념장이 나왔다. 어라, 그런데 양념장이 된장이 아니라 고추장이다. ‘웬 고추장?’ 하는 얼굴로 쳐다보고 있는데, 50대 후반 주인이 “우리 집은 고추장으로 양념합니데이” 한다. “아, 예~.”

새벽녘에 경매장에서 입찰해 왔다는 물가자미에 그 고추장을 넣고 쓱쓱 비볐더니, 금방 고소한 향과 바닷내음이 코끝에 닿았다. 뼈째 씹는 회는 쫀득하고 찰지고 고소했다. 그래, 이 맛이야 싶었다. 허름하고 메뉴가 한정되어서 외지 손님이 잘 오지 않겠다고 했더니 “그래도 한번 드신 손님은 꼭 다시 오십니더” 한다. 맞는 말이다. 다시 강구에 가면 그 식당에서 꼭 물회를 시키리라.

ⓒ시사IN 오윤현

기자명 오윤현 기자 다른기사 보기 nom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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