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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이 안 난다” “없다” “잊어버렸다”

김은지 기자 smile@sisain.co.kr 2010년 03월 17일 수요일 제13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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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은 왜 말을 바꾼 것일까? 검찰 조사에서 돈을 직접 건넸다던 곽 전 사장은 법정에서는 “돈을 의자에 놓고 나왔다”라고 했다. 뇌물 수수 재판의 핵심인 돈을 건넨 경위 자체가 바뀐 것이다. 게다가 15일 공판에서는 한명숙 전 총리에게 청탁한 적도 없다고 했다.

돈을 건넨 경위 뿐 아니라 청탁 자체가 없었다고 곽 전 사장이 실토한 것이다. 뇌물수수죄는 공무원(한명숙 전 총리)이 그 직무에 관하여 뇌물을 수수 요구 또는 약속한 때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하게 되어 있다. 그런데 공판이 거듭되면서 진술 외에는 증거가 없는 뇌물죄 사건에서 통상적으로 요구되는 진술의 일관성과 구체성이 무너진 것이다. 그것도 돈을 준 핵심 피의자가 말을 바꾼 것이다. 게다가 15일 오후 공판에서는 검찰이 구속집행정지일 당일 뒤늦게 조서에 날인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2010. 3.15 4차 오후 공판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에 대한 검찰 측 재 신문과 변호인 측 재 신문, 강동석 전 건교부 장관, 김OO씨(곽 전 사장 아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 김형두 부장판사(이하 판)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에 대한 한 전 총리 측 변호인 신문(이하 변)
-권오성 특수2부장 검사 등 수사 검사(이하 검)

   
15일 공판을 마치고 구치소로 돌아가는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
검 : 검찰에서 마지막 조사 받으면서, (돈을) 어디다 올려 놓을 만한 데가 없어서 한 전 총리에게 바로 줬다고 말했는데 그때 기억이 그랬나?
곽 : 아픈 상황에서 조사 받다보니... 그때는 눈감고 조사받은 게 한 두 번이 아니었잖아요.
검 : 언론에서 곽 전 사장이 말을 번복했다고 나오는데, 3월7일 수사 받을 때 곽 전 사장은 검사에게 의자에 돈을 뒀다고 이야기했다. 법원에 오기 전에 검사에게 이야기했나?
곽 : (법원에 오기) 얼마 전에, 며칠 전에 했어요.
검 : 한 전 총리 측 변호인은 오찬장에 다른 가구가 없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 돈을 둘 수 없다고 주장하지만, (총리 공관 사진을 제시하며) 사진을 보면 서랍이 있는 장식장이 있다. 총리 오찬장 바로 옆에 드레스 룸도 있다. 당시 TV도 있었는데 곽 전 사장은 이걸 본 적이 있나?
곽 : 그건 못 봤어요.

검 : 골프채 관련해서 묻겠다. 골프샵 갈 때 자기 차 타고 갔나?
곽 : 네.
검 : 한 전 총리는 같은 차 타고 갔나?
곽 : 어떻게 같이 가나. 따로 갔을 거다.
검 : 가서 만나려면, 어디로 오시라고 해야 갈텐데...
곽 : 그 분야 기억을 못해서 검사님한테 혼난 거 아닌가.
검 : 무조건 따라오라고 했나?
곽 : 그런 적은 없다. 골프샵에서 만나자고 했겠죠.
검 : 골프샵에서 만난 건, 미리 이야기가 된 거다?
곽 : 그게 기억을 진짜 못하겠는데, 이야기해주니깐, 만난 게 기억이 나는 거지. 만난 것만 사실인데 상세한 게 기억이 안 난다.
검 : 골프채 사러가기로 이야기가 되고, 골프샵에 간거냐?
곽 : 만난 건 틀림없이 만났는데 어떻게 가게 되었는지 생각이 안난다.
검 : 한 전 총리가 골프 안 배우겠다고 한 이야기 들었나?
곽 : 그랬다면 900만원짜리 (골프채) 샀겠나.
검 : 골프채 사가지고 갔다 줄 수 있는데 같이 간 이유는?
곽 : 내가 실었는지, 누가 실어줬는지, 그 분야는 기억을 못한다. (한 전 총리) 집이 어딘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어디 장관실로 가져가나? 사놓고 어떻게 했겠지. 내가 안 갔다 줬어. 골프채 사러 간 거지 뭐.
검 : 왜 둘이 같이 갔나?
곽 : 식사 갔는지도 기억이 안 나고, 골프 샵에서 만난 것만 기억난다.
검 : 돈은 골프채 사서 갈 때 주는 거죠?
곽 : 네.
검 : 골프채 대금 다 줬잖아요.
곽 : (검찰이 제시한 대금표) 보고 알았어요.
검 : 한 전 총리가 (골프채를) 안 가져가겠다고 했으면 돈 치를 이유가 있나?
곽 : 줬으니깐. (아니면) 거기서 다른 걸로 가져 갔던가 돈을 바꾸던가 했겠죠.
검 : 돈 환불 받은 기억 있나?
곽 : 없다.
검 : 한 전 총리가 자신은 골프채는 가져가지 않고 모자만 가져갔다고 하기 전까지 골프채 선물을 한 사실을 의심한 적이 있나? 이제까지 골프채 선물한 거 기억했나?
곽 : 잊어버렸죠. 그 말 못해서 혼났잖아요. 검사님이 이야기해서, 그 이야기 들으니깐 기억이 났죠.

   
15일 공판 증인으로 출석한 강동석 전 건설교통부 장관
검찰의 강동석 전 장관 신문
검 : 강 전 장관은 2006년 12월 총리공관에서 한 전 총리, 정세균 당시 산자부 장관, 곽 전 사장과 오찬을 했다. 이때 나가는 순서가 어떻게 되나? 재판 전 검찰에게 순서를 정확하게 말했다.
강 : 제 진술에 착오가 있다. 오찬 끝나고 나온 시점에서 나온 순서는 전혀 기억이 없다. 다만 내가 말 한 건, 현관에서 차를 탄 순서다. 정세균 당시 산자부 장관에게 “현직이니 바쁘시고 먼저 가라”고 했는데, 정 장관이 겸양의 덕을 보이며 사양했다. 여러 차례 서로 양보하다 내가 먼저 차를 타고 갔다. 그 때 말한 순서는 이 뜻이다. 결과적으로 표현이 저렇게 되었다. 
검 : 면담보고서에 따르면, 12월28일에 저랑 면담할 때는 정 장관과 처음에 현관까지 나왔다고 했다.
강 : 정확한 기억이 없다.
변 : 재판 전, 검찰에게 수사기록으로 제출되거나, 공개가 안 되는, 소지한 자료가 있냐고 물었을 때 없다고 했다.
검 : 자체 상부 보고 자료다.
판 : 아무리 내부보고라도, (재판정에서) 사용하셨다. 변호인의 항의는 당연해 보인다. 증거로 내라. 

변 : 한 전 총리가 오찬장에서 “잘 부탁한다”라고 했다는데.
강 : 기억이 없다. 총리가 왜 아랫사람에게 그리 말하겠냐.
변 : 식사 후 나올 때는 몇 걸음 정도 떨어져 있었나?
강 : 동시에 나온 것으로 생각된다.
변 : 곽 전 사장이 (한 전 총리에게) 돈을 준 낌새를 챘나?
강 : 없다.
변 : 시간적 공백 기억은?
강 : 전혀 기억에 없다.
변 : 한 전 총리가 곽 전 사장의 남동발전 사장 공모 때 도와준 것에 대해 들은 바가 있나?
강 : 평생 공무원을 했는데, 총리는 인사권이 없다. 공기업 사장은 전권이 청와대에 있다. 인사권에 총리가 관여할 수 없는 시스템이다.

증인 김OO씨(곽 전 사장의 아내) 신문
검 : (석탄공사 사장에 응모하라고 권하는) 산자부 직원이 다녀간 후에 한 전 총리랑 통화했다고 했다. 그 상황을 설명해 달라.
김 : 밤 9시 넘어서 (남편이) 어디로 전화하는 것 같았다. 10분 있다 한 전 총리에게서 전화가 왔다.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는 모른다.
검 : 한 전 총리가 추천해서 공기업 사장이 되었다고 생각하나?
김 : (한 전 총리가 남편을) 아니깐, 한 전 총리가 추천하지 않았겠나.
검 : 남편의 건강은 얼마나 안 좋나?
김 : 심장병 앓고, 당뇨로 오른쪽 발가락이 썩고 있다. 정신과 치료도 받았다.

변 : 남편이 골프채를 한 전 총리에게 선물했다는 걸 들었다고?
김 : 분명히.
변 : 그게 언제인가?
김 : 정확하게 몇 년도인지는 기억이 안난다.
변 : 계절은 언제인가?
김 : 기억이 안 난다.
변 : 들은 장소는?
김 : 집이다.
변 : 어떤 대화를 하다가?
김 : 부부간의 이야기.
변 : 맥락이 기억 안나나?
김 : 네.

변 : 한 전 총리가 곽 전 사장을 추천했다는 게, 본인의 추측이냐 들은 내용이냐?
김 : 그런 생각이 들었다.
변 : 총리공관 가서 돈 줬다는 것도 추측인가?
김 : 네, 제 생각이다.
변 : 공기업 사장으로 가면서, 남편에게 (한 전 총리에게) 돈을 줬다는 말을 직접 들은 적이 있나?
김 : 없습니다.
변 : 소문에 따르면, 남편이 한 전 총리에게 돈을 준 적이 없다고 진술을 바꾸자 가족이 설득했다던데?
김 : 구속되고 나서, 약을 사는데, 약사가 이렇게 약을 (많이) 먹고 영창에 있냐고 그러더라. 면회 때 마다 말이 아니었다. 그래서 내가 “왜 혼자만 고통받냐”라며 (진술을) 권유했습니다.

판 : (조서를 가리키며) 영상조사 조서는 11월25일자이다. 그런데 날인은 12월31일이다. 변호사는 언제 언제 입회했었나?
김 : 11월25일에는 있었고, 12월31일은 변호사가 바쁘다고 아무 때나 가서 도장 찍겠다고 했다.
판 : 11월25일에는 변호사 도장이 없다.
검 : (조서를) 기록 점검하면서 뒤늦게 만들었다.
판 : (조서는) 조사한 날, 당신이 이야기한 게 맞느냐고 물어보고, (도장을) 받아야 하는 거 아닌가?
검 : 그러고 보니 변호인이 당일 날 없었고, 딸이 (조서를 확인하기 위해) 읽어준 게 기억난다.
변 : 12월31일, 검찰로 출두한 남편은 어디에서 왔나?
김 : 구치소에서 왔다.
변 : 그날이 구속집행정지 된 날인가? 날인하고 석방된 건가?
김 : 네. 오전에 날인하고 오후에 구속집행정지 되었다.
검 : 영상녹화물의 경우, CD를 보고 초안을 잡는 경우가 있다. 조사 마치면 영상녹화물 보면서 초안작업하는데  깜빡했다.  원래 (영상녹화 조서를) 증거로 안 쓸 생각이었다. 
판 : (남편이) 검찰에서는 돈을 직접 줬다고 하고, 법정에서는 의자에 놓고 왔다고 했다. 부인이 보기에는 왜 이야기가 바뀌었나?
김 : (남편이) 몸이 너무 아팠다. 검찰에서 조사 받을 때, 그때 너무 아프고, 정신이 혼동이 되어서 그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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