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가 이미 알고 있는 상황이었다”
  • 김은지 기자
  • 호수 130
  • 승인 2010.03.16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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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이 법정에서 계속 진술을 바꾸고 있다. 15일 진술에서는 자신이 한 전 총리에게 돈을 줬다고 말하기 전에 검찰에서 먼저 한 전 총리의 뇌물 수수 사실을 알고 추궁했다고 털어놨다. 곽 전 사장이 먼저 한 전 총리 건을 털어놔서 수사를 시작했다는 검찰의 설명과 다른 부분이다. 검찰의 표적 수사 논란이 일 수 있는 대목이다. 또 한 전 총리가 인사에 힘을 써준 근거를 변호인단이 묻자, 곽 전 사장은 “그런 필링(feeling)이 왔다”고도 했다.  검찰로서는 적지않게 당황하는 분위기이다. 15일 공판에서도 곽 전 사장의 오락가락 진술은 계속됐다.

-2010. 3.15 4차 공판 시작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 김형두 부장판사(이하 판)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에 대한 한 전 총리 측 변호인 신문(이하 변)
-권오성 부장검사 출석(이하 검)

   
법정에 들어서는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
변 : (12월8일 조서를 보여준다. 조서에는 ‘검찰이 “곽영길 수첩을 보면, 곽영길을 통해 정치인을 많이 만난 기록이 있다. 취직을 위한 노력을 많이 했던 건 사실인가?”라고 물었고, 곽 전 사장은 “집에 누워있으니 부인이 자리를 알아보라고 하고, 저도 오래 쉬니깐 적적해서 아는 사람에게 요새 쉬고 있다고 은근히 말했다. 한 전 총리에게도 아마 그랬을텐데. 언제 그랬는지는 기억이 안 난다. 제가 부탁하지 않았으면 한 전 총리가 정세균 전 장관에게 저를 도와주라고 했겠습니까’라고 쓰여있다.) 조서에서 그랬는데, 이렇게 말했나?

곽 : 이게 제 조서예요? (방청객 웃음) 앞에는 맞는데, 뒤에는. 한 전 총리가 먼저 놀고 있으니깐 어떤지라고 물었지 제가 먼저 이야기한 적 없다.

변 : 조서에는 이렇게 되어 있다. 증인이 먼저 놀고 있으니 은근히 부탁한 게 아니라, 한 전 총리가 먼저 답답하지 않냐라고 그랬다고 방금 말했는데 이제 맞나?

곽 : 네.

검 : 증인이 먼저 청탁한 것처럼 진술했는데, 오히려 한 전 총리가 먼저 답답하지 않느냐고 한 것처럼 방금 말했다. 뭐가 맞나?

곽 : 제가 청탁을 했겠습니까. 총리님이 알아서 해줬으면 해줬지. 내가 청탁을 요거해주세요, 저거 해주세요, 말할 위치도 아니었고 필요성도 없었다. 그러니깐 (한 전 총리가) 답답한 거 아니깐, 알아서 해주시는구나했다. 이렇게 검찰 조사에서 받은 것 같은데.

변 : 그럼 증인은 산자부에서 연락을 받았을 때, 무슨 근거로 한 전 총리가 지시했다고 판단했나?

곽 : (한 전 총리가) 이름 석자라도 알고 계시니깐, 제가 잘못 생각 했을지는 모르나, 그런 필링(feeling)이 그때 왔다.

변 : 산자부 관료나 직원 누구로부터 한 전 총리가 추천했다는 말을 들은 건 아니네요.

곽 : 네.

변 : 최초 진술을 보면, 총리 공관 가서 돈을 줬다는 게 남동발전 사장이 되고 난 뒤다. 어느 진술이 맞나?

곽 : 진술을 잘못한 것 같다. 어떻게 저렇게 말했지? 하여튼 정신이 없네요.

변 : 한 전 총리로부터 석탄공사 내정 소식을 직접 들었나.

곽 : 그게 불분명한데. 나는 은연 중에 총리님한테 들은 것 같은데, 그래서 그런 것 같아요.

변 : (다시 조서를 보여주며, 조서에는 곽 전 사장이 “석탄 공사 공모 탈락을 한 전 총리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서 들었다”라고 말했다) 이 말 맞나?

곽 : 탈락 소식을 한 전 총리에게 들었는지 청와대 사람에게 들었는지 헷갈린다.

변 : 곽 전 사장은 심장병, 당뇨병, 췌장염, 왼쪽 눈 녹내장 등을 앓고 있고 건강이 매우 안 좋아 보인다. 남동발전 사장 재직시절 업무 수행에 차질이 없었나?

곽 : 그땐 편하더라고요. 할 일도 없고, 출근했다 나오면 되니깐(방청객 웃음).

변 : 처음에 (한 전 총리에게) 3만불 줬다고 진술하고 다음에 없다고 하고 다시 5만불이라고 했죠? 그런데 3만불 주었다는 최초 진술은 검찰 조사에 안 남아 있다.

판 : 그게 무슨 말인가? 검찰이 설명해 달라.

검 : 11월6일 구속, 9일 첫 조사를 했다. 처음에 한 전 총리에게 3만 달러 줬다고 했지만, 보시다시피 증인은 날짜, 선후 관계, 사람이름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 피내사자가 전직 총리니깐 확인해보고 (조서를) 쓰자는 생각에 안 썼다. 그런데 한국일보에서 J, K, H 보도가 났고. 11월19일 곽 전 사장에게 사실관계 해명해야하니깐 확실하게 말해달라고 했다. 곽 전 사장이 계속 진술을 안 해서 거짓말 한 걸로 남겨 놨다.

변 : J, K, H 돈 주었다고 최초 진술 때 말했나?

   
15일 법정에 들어서는 한명숙 전 총리
곽 : 물어보는데, 사실 J가 누군지 K가 누군지 몰랐고. 그 당시 한 전 총리 (내용은) 특수부에서 가지고 있었다. 특수부담당이 조사하고 열심히 하시고 있는데, 그거 이야기하다가 J, K, H가 나왔다고. 신문에 나와서 이야기를 안거죠.

변 : 전주고 이야기는 누가 먼저 했나?

곽 : 당연히 검사님이 물어봐서 했죠.

변 : 한 전 총리도 검사가 먼저 말했나? 

곽 : 이미 (검사가) 알고 있는 상황이었고, 한전이나 이국동(전 대한통운 사장) 통해서 정보를 알고 있었다. 내가 한 전 총리 이쁨 받으려고 이렇게 말하는 거 아니다, 죽어가는 마당에.

변 : 한 전 총리에게 돈 준거 먼저 이야기한 거 아닌가?

곽 : 내가 미쳤다고 먼저 이야기하겠어요. 내가 자꾸 거짓말해서 검찰 속을 썩였죠, 이랬다 저랬다.

변 : 검찰이 먼저 알고 있었다고요?

곽 : 검찰은 다 알고 있죠.

변 : 10만달러 줬다고 말한 적도 있나?

곽 : 눈을 막 이렇게 뜨니깐, 그땐 무서워서 그랬다. 나중에 거짓말해서 죄송하다고 그랬다. 그게 언제인지는 모르겠다.

검 : 10만 달러는 총리공관에서 줬다는 이야기로 한 게 아니라, 계좌 추적하니, 사모님 이름으로 뉴욕에 있는 누군가에게 송금을 했더라. 그때 한 전 총리가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를 방문했던 시점이랑 겹쳐서 10만달러 준 거 아니냐고 물은 거다. 그때 곽 전 사장이 처음에는 한 전 총리에게 준 게 아니랬다가, 그런 것 같다고 했다.

곽 : 무서워서 그랬어요. 한 전 총리에게 안줬는데 줬다고 할 수 없는데, 원체 다그치니깐, 검사님이 무서워서... 나중에 부장님에게 거짓말 했다고, 안 줬다고 했어요.

변 : 10만불을 줬다고 말했나?

곽 : 검사님이 죄를 맞추잖아요. 죄를 만들잖아요. 내가 보니깐, 다 수사한 거 잖아요. 내가 미국에 10만불을 보냈는데, 하필이면 한 전 총리가 미국에 간 시점에 줬냐고 물어서 난 절대 안 줬으니깐. 그런데 (검찰이) 줬다고 하니깐 줬다고 했죠. 양심이 있으니깐 나중에...(말을 바꿨지만). 내 돈을 맞춰 가지고.

검 : 민주당 의원 여러 명 나갔다고, 한 전 총리만 지정해서 물은 게 아니지 않느냐?

곽 : 네, 같이 물어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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