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8년 창립된 사랑의교회는 종전의 교회와 다른 길을 걸었다. 교인 수를 늘리기보다 한 교인을 예수의 제자로 훈련시키는 일에 집중했다. 봉사와 동원의 대상이던 평신도가 교회 운영의 주체가 됐다.

다른 교회가 대형 교회를 지을 때 사랑의교회는 교회가 커지면 제자 훈련에 방해가 된다고 걱정했다. 사랑의교회 옥한흠 목사는 “제교회론에 부합된 교회는 너무 비대해져 버리면 그 정신을 살리기가 굉장히 어렵다”라고 말했다. 사랑의교회는 1983년 평신도가 주축이 되어 서울 강남역에 교회를 지었는데 예배당을 땅속에 넣었다. 대신 지상은 공원으로 꾸며 주민에게 내주었다.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 건축될 사랑의교회 조감도.

대형 교회가 세습에 몰두하던 2003년 사랑의교회 옥한흠 당시 담임목사는 자리를 오정현 목사에 넘겼다. 정년을 5년 앞두고 젊고 건강한 교회로 거듭나게 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그래서 대형 교회 중 가장 건강한 교회로 평가받았다. 교회는 자연스럽게 성장했다. 특히 젊은 신도 비율이 다른 대형 교회에 비해 월등히 높다고 한다.

사랑의교회가 서초역 부근에 교회를 짓기로 했다. 3월 말 착공 예정인 ‘사랑 글로벌 미니스트리 센터’(Sarang Global Ministry Center)는 지상 12층 규모. 땅값 1174억원을 포함해 약 2100억원이 소요될 예정이다. 사랑의교회 오정현 담임목사(54)는 기자간담회에서 “500명이 출석할 수 있는 교회에 100배의 인원을 수용하는 실정이다. 본당이 너무 좁아 고민 끝에 신축을 결정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비난 여론을 감안해 오 목사는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겠다”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앞으로 3년간 건축헌금의 십일조에 해당하는 120억원을 사회에 내놓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와 함께 지진 피해를 입은 아이티에도 100만 달러를 내놓았다.

교회 건축 과연 교회적인가?

그러나 여론은 싸늘하다. 박득훈 교회개혁실천연대 공동대표는 “교회가 강남의 성공한 사람들과 똑같은 가치와 이념을 갖고 살면서 어떻게 그들을 변화시키겠는가. 하나님의 이름을 빙자한 세속적 가치와 영역의 확산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88만원 세대〉 저자인 경제학자 우석훈 박사는 “건물을 지어 돈을 더 벌려는 것 아닌가. 사랑의교회라는 간판을 토건 마케팅 교회로 바꾸라”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교회개혁실천연대 제공지난 2월 교회 신축을 반대하는 종교인들이 서울 강남역 인근 ‘사랑의교회’ 앞에서 기자 회견을 하고 있다.

우선 사랑의교회의 의사결정과정이 교회적이지도 민주적이지도 못했다는 것이 도마에 올랐다. 사랑의교회가 건축을 결정하고, 대지를 매입하고, 헌금을 약정한 그간의 과정이 극소수 목회자에 의해 진행됐다. 강문대 변호사는 “사랑의교회는 토지를 매입한 후 공동의회의 추인을 받았다. 절차세탁을 한 셈이다”라고 말했다. 또 사랑의교회가 소수 의견, 특히 반대 자체를 용납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사랑의교회 신도 유 아무개씨가 자신의 블로그에 교회 건축의 문제점을 지적하자, 오 목사는 예배시간에 “블로그에 가면 예배당 건축을 비난하는 사람이 있다. 여러분이 백기사가 되어달라”고 설교했다. 유씨의 블로그는 사이버 폭력성 항의 메일과 댓글로 공격당했고, 결국 블로그를 닫아야 했다. 한 청년 신도는 “반대하는 신도에게 ‘갸롯 유다’ '믿음이 부족하다‘ ’어려서 모른다’라고 말한다. 비판할 수 있는 토양이 없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신도는 “교회 신도 가운데 교회 신축을 반대하는 목소리는 거의 없거나 아주 작다”라고 말했다.

사랑의교회 지역 교회 고사시키나?

1990년대 들어 기독교의 성장세는 멈추었다.(통계청 조사 결과 천주교 인구는 늘고, 불교 인구는 제자리걸음이지만, 개신교 인구는 줄고 있다. 2005년 개신교 인구는 지난 10년 동안 1.6% 줄었다. 신도가 줄었지만 교회는 해마다 1000개 이상 늘고 있다. 2008년 교회 수는 5만3851개로 2000년에 비해 1만 개 이상 증가했다.) 이런 현실을 감안하면 신도가 늘어나 교회를 증축한다는 사랑의교회는 은총을 받았다고 할 만하다. 하지만 ‘성공 신화’는 한국 교회의 논쟁거리로 떠올랐다.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 사랑의교회 부지

먼저 사랑의교회가 들어서는 서초동·방배동·반포동 인근의 중소형 교회들은 자신들이 고사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동네 서점이 멸종했고, 동네 구멍가게가 벼랑 끝 상황이다. 동네 교회들도 비슷한 처지에 내몰릴 것이라고 우려한다. 황영익 목사(사랑의교회 건축대책지역교회협의회 사무총장)는 “현 교회를 유지한 채 교통의 요충지에 초대형 교회를 짓는 것은 성장과 확장을 목표한 마케팅 건축이다. 건축을 통한 성장정책은 가장 노골적이고 공격적인 전략이다”라고 말했다. 서초동의 한 교회 목사는 “이명박 정부 들어 신도의 이탈이 심해 전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믿음이 좋은 신도들도 소망교회 같은 큰 교회로 옮겨 가기도 했다. 사랑의교회가 오면 대형 마트가 구멍가게를 고사시키듯 우리 교회를 비롯해 수많은 작은 교회가 문을 닫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지난 3월9일 서초역 부근에서 교회 전단지를 나눠주던 한 지역 교인은 “강북이나 양재동에 땅이 많은데 하필 이 동네로 파고들어 오는지 모르겠다. 우리는 힘이 없는 작은 공동체다. 대기업이 오면 망하게 되어 있다”라고 말했다. 다른 신도는 “사랑의교회가 오면 아이들은 체육관이 있는 곳으로 교회를 옮기겠다고 한다. 예수 믿는 사람끼리 오지 말라고도 못하겠고, 우리 목사님이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서초동 새 건축대지에는 사랑의교회 신도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한 여성 신도는 “얼마든지 지역 교회와의 공존이 가능하다. 통일시대를 대비해 역할을 할 랜드마크는 반드시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한 중년 남성 신도는 “신도들이 강남 수준에 걸맞은 복지시설을 갖춘 교회를 원하고 있다. 유흥시설도 아닌데 교회를 크게 짓는 것은 비난할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초대형 교회 건축 경쟁 촉발하나

두 번째로 사랑의교회 신축 문제는 한국 대형 교회의 세 확장으로 해석되면서 파장이 더욱 커져가고 있다. 부의 양극화, 빈익빈부익부 현상은 한국 교회에 그대로 적용된다. 한국 교회는 위기를 말하지만 대형 교회는 사정이 다르다. 몰리는 신자들 때문에 예배당이 부족하고 심각한 주차난을 호소하고 있다. 대형 교회는 인맥·육아·교육 등의 서비스를 바탕으로 교회의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교회 신축은 대형 교회의 지상 과제이기도 했다. 때문에 사랑의교회 신축이 기존 대형 교회의 초대형 교회 건축과 강남 입성에 첫 단추를 끼웠다는 우려가 팽배해 있다. 강남 ㅅ교회 목사는 “예배당이 부족한 것은 감내할 수 있지만 주차 문제는 심각하다. 교회 이웃의 불편함은 감내할 수준을 넘었다. 사랑의교회 건축 문제를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ㅇ교회 장로는 “교회 신축은 사랑의교회보다 우리 교회가 더 시급하다. 예배를 보지 못해 교인들을 다른 교회로 보내고 있는 실정이다”라고 말했다.

교회가 신축된 후에도 서울 강남역 인근 사랑의교회(오른쪽)는 그대로 존속된다.

일부 대형 교회가 교회의 정신과 가치에서 멀어져 성장·성공 신화에 집착한다는 지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교회를 키우겠다, 교인 수를 늘리겠다는 생각에 매몰되어 교회가 정말 해야 할 일을 뒤로 미룬다는 것이다. ‘예수 천당, 불신 지옥’ ‘예수 믿으면 성공하고 부자 된다’는 말은 대형 교회 성장의 근간이었다. 2007년 성령 강림 100주년 기념 예배에서 옥한흠 사랑의교회 원로목사는 “말씀에 순종하는 행위는 빼놓고 믿기만 하면 천국에 간다고 설교하면 교회는 성장하게 마련이다. 우리(목사) 중에 그렇게 편파적으로 변질된 복음을 설교해 오지 않은 사람이 몇이나 되나”라고 고백했다. 기독교 문제에 정통한 이만열 전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은 “언제부턴가 예수를 믿으면 영혼을 구원하고 건강을 얻고 부자가 된다는 만사형통론이 풍미했다. 이렇게 성장한 대형 교회들이 자아도취에 빠져 있다”라고 말했다.

경제계의 대마불사(大馬不死) 논리는 교회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일부 대형 교회는 규모를 키우는 것에 치중한다. 해외선교·학교사업·복지사업 등에서 아무래도 큰 교회가 큰일을 하기 편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교회 개혁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대형 교회가 눈에 보이는 지표, 특히 사람들은 대형 교회가 눈에 보이는 지표, 특히 큰 교회를 세우는 것이 교회 성공의 최대치로 생각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대기업의 집적·집중을 닮아 있다. 교회의 양극화 현상과 독과점 현상은 불가피하다. 김동춘 교수(국제신학대학교 조직신학)는 “한국 교회에는 두 개의 교회가 있는데 ‘이미 큰 건물을 가진 교회’와 ‘어서 큰 건물을 가질 교회’다”라고 꼬집었다. 중소형 교회는 대형 교회의 성장을 두려워하고 있다. 월간 〈목회와 신학〉은 목회자들이 10년 후 한국 교회의 가장 큰 문제로 ‘교회의 양극화’를 꼽았다.

재벌을 닮아가는 일부 대형 교회

성공주의로 무장한 대형 교회는 재벌을 닮아가기도 한다. 대형 교회들이 지교회를 세워 ‘영상 설교’를 하는 것은 재벌의 문어발식 경영을 그대로 닮았다. 또 교회 세습은 재벌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다. 일부 대형교회 목사는 재벌가의 어두운 구석마저 닮아 있다. 일부 목사는 재벌 회장과 비슷한 생활을 하고 있다. 보디가드를 거느리고, 대형 승용차는 물론이고 평일에는 외제 스포츠카를 타는 목사도 있다. 교회 재산을 사유 재산처럼 제멋대로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목사는 국민일보 등 자회사를 세우면서 교회 재산을 사유화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국내 최대 폭력조직을 이끌었던 김 아무개씨는 “목사님들이 가장 큰 고객이다. 아무래도 드러낼 수 없는 사생활이 많아 주먹들을 많이 찾는다”라고 말했다.

〈메가처치 논박〉을 저술한 신광은 목사(열음터교회)는 “한국 교회의 죄악 중 가장 심각한 것이 대형 교회 현상이다. 무한성장 광풍에 매몰된 한국 대형 교회는 건강을 해치고 곧 비만한 교회가 되는 것은 자명하다”라고 말했다. 청어람아카데미 양희송 대표기획자는 “대형 교회에서 가질 수 있는 인맥·복지·교육 때문에 신도가 집중되고 있다. 대형 교회는 규모에 집착해 ‘모여라, 돈 내라, 집 짓자’를 반복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만약 대법원 앞에 절을 짓는다면?

사랑의교회 신축문제를 보는 다른 종교계의 시선은 미묘하다. 다른 종교 일이라며 직접적인 언급은 피했다. 한 원로신부는 “신부나 목사나 예수 팔아 장사하는 처지고 장사가 잘돼서 넓혀가겠다는 데 막을 수 없는 일 아니냐. 바티칸도 그랬다. 물질 위주로 흘러가는 세상에서 종교가 가치를 세우지 못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 원로스님은 “만약 대법원 앞에 절을 짓겠다고 한다면 난리가 났을 것이다. 교회가 좁아서 넓힌다고 하고, 내 돈이니까 내 마음대로 쓴다고 하는데…. 요즈음은 중도 재벌도 이런 식으로 하지 않는다. 기독교의 위세가 참으로 대단하다”라고 말했다.

기자명 주진우 기자 다른기사 보기 ac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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