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5월 교회 당회(장로들로 구성된 대의기구)는 전격적으로 서울 서초동 대법원 맞은편에 초대형 교회 건축을 결정했다. 땅값만 1174억원이 들고, 600억원을 은행으로부터 대출받았다. 성도들에게 1400억원의 헌금약정서를 받았는데 이 모든 과정을 불과 6개월 만에 진행했다. 교인들의 의사를 묻는 공동의회(총회)는 생략됐다. 문제가 제기되자 2010년 1월 공동의회를 개최해 모든 과정을 추후 일괄 승인받았다. 또 행정절차와 은행 대출 등에 사용된 정관이 문제가 되자, 지난 1월 모든 재산 취득 및 처분 권한을 당회에 위임하도록 하는 정관을 새로 만들었다.
이제 사랑의교회는 더 이상 특별함이 있는 그 사랑의교회가 아니다. 더 안타까운 것은 사랑의교회가 열어놓은 수천억원짜리 초대형 교회 건축이라는 ‘판도라 상자’로 인해 그동안 눈치만 보고 있던 대형 교회들이 무한 건축 경쟁에 뛰어들게 된 것이다. 또 사랑의교회를 모델로 삼아 나름대로 건강함을 추구하던 교회들도 그 뒤를 따를 것이다.
한국 교회, 중세 교황청 모습으로 회귀
중세 교황청이 베드로 성당을 지으며 ‘영광의 신학’ ‘번영의 신학’을 설파한 바 있다. 이에 맞서 ‘십자가의 신학’ ‘고난의 신학’ ‘약함의 신학’으로 나아갔던 개혁적 기독교의 역사가 있었다. 지금 한국 교회는 다시 중세 교황청의 모습으로 회귀하고 있다. 사랑의교회 건축은 교회를 신축하는 정도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 교회 전체가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성경의 본질적 가치를 잃어버리고 ‘맘몬’에 휘둘려 부패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는 교회사적 의미가 있는 ‘사건’이다. 이를 인식하지 못하고 저항하지 않는다면 한국 교회가 이 세상에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성남시청이 수천억원을 들여 호화 청사를 만들고, 대형 마트들이 슈퍼 슈퍼마켓(SSM)으로 동네 골목 상권을 장악하고, 서울대가 법인화를 통해 수익 창출에 골몰하고, 이명박 정권이 토건 국가로 회귀하더라도… 한국 교회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맘몬의 지배 아래 돈·권력·명예라는 모든 욕망이 뒤엉킨 초대형 교회 건축의 판도라 상자가 열리고 있다. 수많은 성도가 눈물을 흘리며 애통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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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건 마케팅’‘문어발 확장’ 재벌 닮은 대형교회
‘토건 마케팅’‘문어발 확장’ 재벌 닮은 대형교회
주진우 기자
1978년 창립된 사랑의교회는 종전의 교회와 다른 길을 걸었다. 교인 수를 늘리기보다 한 교인을 예수의 제자로 훈련시키는 일에 집중했다. 봉사와 동원의 대상이던 평신도가 교회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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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시끄러운 ‘지하교회’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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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원 기자
8년간 계속된 법적 다툼에 대법원이 마침표를 찍었다. 서울 서초역 사거리에 있는 사랑의교회 신축 예배당 문제다. 10월17일 대법원은 ‘서초구청장의 도로점용 허가 처분은 재량권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