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8년 교회를 개척한 옥한흠 목사는 일반 성도가 목회적 동역자라며 한 사람 한 사람을 독립적 신앙인으로 세우는 이른바 ‘제자훈련’을 시행했다. 이는 목사에 의한 사제적 권위주의가 팽배한 한국 교회에 신선한 충격이었다. 또 목회자 갱신 모임을 구성하고 본격적인 ‘교회 갱신 운동’을 주도했으며, 지성주의를 표방하는 ‘기독교 세계관 운동’을 지원했다. 이 같은 옥 목사의 목회는 사랑의교회에 ‘지성 있는 건강한 교회’라는 이미지를 갖게 만들었다. 이런 옥 목사의 목회철학은 사랑의교회를 4만여 명이 모이는 교회로 만들었다.

2009년 5월 교회 당회(장로들로 구성된 대의기구)는 전격적으로 서울 서초동 대법원 맞은편에 초대형 교회 건축을 결정했다. 땅값만 1174억원이 들고, 600억원을 은행으로부터 대출받았다. 성도들에게 1400억원의 헌금약정서를 받았는데 이 모든 과정을 불과 6개월 만에 진행했다. 교인들의 의사를 묻는 공동의회(총회)는 생략됐다. 문제가 제기되자 2010년 1월 공동의회를 개최해 모든 과정을 추후 일괄 승인받았다. 또 행정절차와 은행 대출 등에 사용된 정관이 문제가 되자, 지난 1월 모든 재산 취득 및 처분 권한을 당회에 위임하도록 하는 정관을 새로 만들었다.

ⓒ교회개혁실천연대 제공지난 2월 이진오 전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사무처장(오른쪽)이 사랑의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이런 행위는 사제적 권위주의를 전면에 내세우는 다른 대형 교회들과 조금도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사랑의교회는 고사 위기에 처한 지역 교회들이 협의회를 구성해 기존 강남역 예배당과의 분리 운영 및 수평이동하는 교인들을 금지해달라는 최소한의 요구도 묵살했다.

이제 사랑의교회는 더 이상 특별함이 있는 그 사랑의교회가 아니다. 더 안타까운 것은 사랑의교회가 열어놓은 수천억원짜리 초대형 교회 건축이라는 ‘판도라 상자’로 인해 그동안 눈치만 보고 있던 대형 교회들이 무한 건축 경쟁에 뛰어들게 된 것이다. 또 사랑의교회를 모델로 삼아 나름대로 건강함을 추구하던 교회들도 그 뒤를 따를 것이다.

한국 교회, 중세 교황청 모습으로 회귀

중세 교황청이 베드로 성당을 지으며 ‘영광의 신학’ ‘번영의 신학’을 설파한 바 있다. 이에 맞서 ‘십자가의 신학’ ‘고난의 신학’ ‘약함의 신학’으로 나아갔던 개혁적 기독교의 역사가 있었다. 지금 한국 교회는 다시 중세 교황청의 모습으로 회귀하고 있다. 사랑의교회 건축은 교회를 신축하는 정도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 교회 전체가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성경의 본질적 가치를 잃어버리고 ‘맘몬’에 휘둘려 부패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는 교회사적 의미가 있는 ‘사건’이다. 이를 인식하지 못하고 저항하지 않는다면 한국 교회가 이 세상에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성남시청이 수천억원을 들여 호화 청사를 만들고, 대형 마트들이 슈퍼 슈퍼마켓(SSM)으로 동네 골목 상권을 장악하고, 서울대가 법인화를 통해 수익 창출에 골몰하고, 이명박 정권이 토건 국가로 회귀하더라도… 한국 교회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맘몬의 지배 아래 돈·권력·명예라는 모든 욕망이 뒤엉킨 초대형 교회 건축의 판도라 상자가 열리고 있다. 수많은 성도가 눈물을 흘리며 애통해한다.

기자명 이진오 (전도사·전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사무처장)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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