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12일, 여의도에 있는 민주당 안희정 최고위원의 사무실에 친노 핵심인사 몇 사람이 모였다. 이해찬 전 국무총리를 필두로 민주당 백원우 의원, 17대 국회의원을 지낸 유기홍·김태년·김형주 전 의원,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비서관을 지낸 황인성 전 시민사회 비서관, 황이수 전 행사기획비서관, 정윤재 전 의전비서관 등이 참석했다. ‘한명숙 서울시장 만들기 캠프’의 예비모임 성격이었다.
한 참석자는 “한명숙 캠프가 꾸려지는데 참여하라는 얘기를 듣고 불려왔다”라고 했고, 다른 한 참석자는 “‘시민주권모임’에 관련된 사람들 중에서 서울시장 캠프에서 일할 만한 사람을 모은 것이다. 공식화하기에는 이르지만 정식 캠프가 꾸려지면 핵심 역할을 맡을 사람들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참석자들 사이에서는 어느 정도 역할 분담에 대한 공감대도 이뤄진 모양새다. 2007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때 한명숙 캠프에서 일했던 백원우 의원은 민주당 의원들과의 연결고리 구실을 하고, 역시 한명숙 캠프의 대변인이었던 김형주 전 의원은 홍보를, 유기홍 전 의원은 민주당 원외 위원장들을, 황인성 전 비서관은 시민사회를 담당하는 식이다. 이화영·유승희 전 의원 등도 참여할 예정이다.
이날 모임의 주된 화자는 이해찬 전 총리였다.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검찰 수사에 맞서 ‘한명숙 정치공작 분쇄’ 공동대책위원장을 맡고 있고, 시민주권모임 대표 자격으로 야 5당과 4개 시민사회단체가 만든 이른바 ‘5+4 지방선거 연대회의’에 참여하는 이 전 총리는 ‘검찰 수사’와 ‘서울시장 선거’ 두 차원에서 돌아가고 있는 상황을 세세히 설명했다.
검찰 수사와 관련해 이 전 총리는 ‘법정 승리’를 자신했다. 그는 “재판을 앞두고 우리 쪽 변호인들이 잘하고 있다. 검찰 조서 등을 샅샅이 검토하고 관련 사실도 다 확인 중이다. 검찰의 공소 사실에 허점이 많다. 재판이 시작되면 구체적인 팩트를 앞세워 검찰 수사의 허구성을 낱낱이 밝히겠다”라고 말했다. 한 참석자는 “이 전 총리가 검찰에 알려지면 안 된다며 ‘오프’를 전제로 몇 가지 사례를 들었다. 재판 직전에 언론에 조목조목 설명할 예정이라고도 했다. 꽤 치밀하게 준비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유시민, “큰 누님이 나오신다면야”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해서는 ‘잡음 없이 신속하게’라는 목표를 제시했다. “5+4 모임에 나가보면 한 전 총리를 서울시장 후보로 내세우는 데 누구도 이의가 없다. 문제는 (이미 출마선언을 한 김성순·이계안 의원 같은) 민주당 내 경선파다. 따라서 민주당 경선을 거쳐 추대된 후보를 5+4 모임이 추인하는 식이 아니라, 5+4 모임에서 합의된 후보를 민주당이 추인하는 식으로 순서를 바꿔서라도 잡음 없이 단일 후보를 추대해야 한다. 민주진영 전체가 똘똘 뭉쳐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라는 요지였다. 역시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의 관계 설정에 대해서는 한 참석자가 “‘큰누님이 나오신다면 당연히 접어야지’라고 유 전 장관이 술자리에서 말했다”라고 전했다.
예비 캠프가 가동되기 시작했지만, 정작 한 전 총리는 조용하다. 한 측근은 “단일 후보가 되든, 단일후보 산파역을 하든 반MB 단일 전선을 만드는 데 투신한다는 건 분명하다. 재판 상황을 지켜보면서 행보를 결정할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