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보즈워스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오바마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평양을 방문했다. 북한과의 직접 대화를 통한 북핵문제 해결을 내세운 오바마 행정부 출범 이후 11개월 만이다. 보즈워스 특별대표는 2박3일의 방북을 마치고 돌아와서 북한과 “6자회담 재개의 필요성과 ‘9·19 공동성명’ 이행의 중요성에 대해 공동 인식에 도달했다”라고 밝혔다.

북한도 외무성 대변인을 통해 “실무적이고 솔직한 논의를 통해 상호 이해를 깊이 했으며 서로의 견해상에 차이를 좁히고 공통점도 적지 않게 찾게 되었고, 남아 있는 차이점을 좁히기 위해 앞으로 계속 협력하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그리고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방북 결과에 대해 “매우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는 보즈워스 특별대표가 방북 직후 “유용한 대화였다”라고 소감을 밝힌 것보다 한 걸음 더 나간 것이다. 현재까지의 언급으로 미루어볼 때 양측 모두 이번 방북 결과에 만족하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북·미 대화의 키워드는 ‘9·19 공동성명’으로의 복귀

비록 북한의 6자회담 복귀 시점 등 구체적인 합의는 없었지만 합의가 가능한 기초는 마련했다고 평가된다. 보즈워스 특별대표는 이번 방북에서 “비핵화뿐만 아니라 (북한의 관심사라고 할 수 있는) 평화체제, 북·미 관계 정상화, 경제 및 에너지 지원 등 ‘9·19 공동성명’에 포함된 모든 요소의 완전 이행에 대한 미국 정부의 분명한 의지를 전달했다”라고 밝힌 바 있다. 2005년에 합의한 ‘9·19 공동성명’에는 북한의 비핵화 목표 달성과정에 상응하게 △6자회담 당사국들 간의 관계 정상화 △에너지 및 경제 지원 △평화체제에 관한 협상 등이 담겨 있다.

이번 보즈워스 특별대표의 방북은 그동안 미국이 요구해온 북한의 6자회담 복귀와 북한이 주장해온 평화체제 우선 논의 입장을 ‘9·19 공동성명’ 이행 과정의 문제로 인식함으로써 상호 접점을 찾고 ‘6자회담의 틀 속에서 북·미 양자 간의 대화’라는 북·미 대화의 성격을 재확인했다. 무엇보다 장거리 로켓 발사와 2차 핵실험, 그리고 이에 대한 유엔의 대북 제재 결의 등으로 훼손된 북한 비핵화 프로세스가 재가동될 만한 모멘텀이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다.

이번 북·미 대화의 키워드는 ‘9·19 공동성명’으로의 복귀이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평화체제 문제이다. 이번 방북에서 이 문제가 중점 논의 사항 중 하나였을 것임은 쉽게 추론이 가능하다. 김정일 위원장은 지난 10월 원자바오 중국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북·미 회담을 통해 양쪽의 적대관계가 평화적 관계로 전환되어야 하며, 북·미 회담 결과를 보고 6자회담을 비롯한 다자회담을 진행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보즈워스 특별대표는 기자회견에서 “6자회담 재개와 비핵화 논의의 추진력이 생기면 한반도 평화체제를 논의할 준비가 될 것이다”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문제는 이와 관련해 우리가 어떤 시각과 전략을 가질 것인가이다.

평화체제 문제와 관련해서 북한은 두 가지 메시지를 동시에 보내고 있다. 하나는 한반도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는 문제에 관한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북·미 간 적대관계를 해소하는 문제에 중점을 두는 것이다. 북한은 지난 11월 서해교전이 벌어진 다음에는 전자를 주장했고, 보즈워스 특별대표의 방북을 앞두고는 후자를 강조하는 태도를 보였다. 이 문제 또한 ‘9·19 공동성명’ 틀 속에서 접점 모색이 가능하다고 보고 우리가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다.

평화문제를 다룰 때 비핵화 과정을 촉진하기 위한 북·미 적대관계 해소 차원의 조처와, 정전협정의 평화협정으로의 전환을 구분해 접근하는 것이다. 여기에 대한 우리의 청사진이 마련되어야 남북대화나 6자회담을 위한 준비가 되었다고 할 것이다. 더욱이 새해에는 북·중 간 협력이 심화되는 가운데 북·미 후속 대화가 열리고, 북·일 대화도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남북 정상회담이나 다자 정상회담에 대한 관심도 높아질 것이다.

보즈워스 특별대표의 방북이 6자회담 재개와 9·19 공동성명의 이행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인 우리가 지금 어떤 전략과 태도를 갖는가가 관건이 될 것이다. 어렵게 마련된 한반도 비핵화 과정을 되살리기 위해 ‘전략적 전환’이 요구된다. 정세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면서 원칙을 지키는 지혜가 필요하다. 우선 이번 방북에서 제기된 과제에 대한 대응책을 찾고 현재의 협상 국면을 주도할 수 있는 전략 마련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2010년 ‘대전환의 해’를 눈앞에 두고 있다.

기자명 이봉조 (전 통일부 차관)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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