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책은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책이 아니다. 노 전 대통령 서거에 즈음해 그에 대한 평가를 배경으로 새로운 변혁의 방향을 제시하고자 하는 책이다.
신자유주의는 시장과 국가가 균형을 이루고 있던 케인스주의 및 사회민주주의하 자본주의 국가들이 동유럽권의 몰락과 함께 경쟁체제가 없어지자 국가의 역할을 축소하고 사회복지를 해체했던 흐름을 지칭하는 정치 사조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안타깝게도 신자유주의 흐름을 걱정할 정도로 의미 있는 사회복지 제도는 존재하지 않는다. 2009년 현재 한국 사회에서 ‘신자유주의 반대’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시장이 공정하게 작동하도록 하는 일이다.
소득이나 빈부의 차이 자체가 사람들을 절망에 빠뜨리지는 않는다. 그 차이가 부당한 원인에서 유래할 때 사람들은 절망한다. 더 중요한 것은 이 절망이 시민으로서의 주인 의식과 참여 의식을 압살한다는 점이다. ‘유전무죄’를 믿는 국민이 왜 법을 지킬 것이며, 정경유착과 기업 특혜에 맞서 경쟁하는 사람들이 뭘 믿고 조세율 인상에 찬성하겠는가. 또 합법적으로 투쟁해도 처벌받는 사회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투쟁하려 하겠는가. 결국 공정성의 부재는 정치적 이상으로서의 참여 민주주의와 공공성의 상실로, 그리고 결국 사회안전망의 붕괴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신자유주의’ 담론은 공정성 확립에 필요한 개방과 경쟁을 향한 모든 움직임에 ‘신자유주의’라는 딱지를 붙여 전선을 흐린다. 자유지향적 제도들의 해방적 기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반면 신자유주의에 대한 반대로 지켜내야 할 평등지향적 제도들은 그다지 많지 않은 우리나라의 역사 발전 단계에서 ‘신자유주의’ 담론은 도리어 해가 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용산참사도 분배의 문제가 아니라 공정성의 문제로 볼 수 있다. 용산 재개발을 지탱하는 땅값은 상권을 유지해온 상인들이 쌓은 노력의 결과물임에도 재개발 혜택은 땅 주인에게만 돌아갈 뿐 상인에게는 돌아가지 않는다. 이것은 경제학자라면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 외부성이며 이것이 시장 내부에서 정산되지 않는 한 비극은 계속될 것이다(참고로 미국은 상가 세입자들이 이룩한 ‘상권’에 대해 의미 있는 보상을 한다). 용산참사의 원인은 신자유주의나 ‘너무 많은 시장’이 아니라 ‘너무 적은 시장’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국민이 진정으로 참여하도록 하는 일이며 이를 위해서는 정치·경제·사회 모든 면에서 게임의 규칙을 공정하게 만들어줘야 한다. 때로는 개방과 경쟁이 필요하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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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행복한 책꽂이’를 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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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편집국
‘독서 십일조’를 한다는 사람이 있다. 그는 매달 급여의 10분의 1을 책 사는 데 쓴다. 나이 들면 전원 대신 공공도서관이 가까운 데서 살고 싶다는 사람도 있다. ‘도서관은 신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