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MB) 정부 들어 승승장구하는 검사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대부분 과거 이명박 대통령이나 주변 친인척의 부정비리 의혹사건 수사를 맡아 무혐의 처리해준 인연이 있거나 권력 핵심의 복심에 맞춰 무리한 수사를 했다는 비판을 받았던 사건 담당 검사이다.

그런 사건과 관련해 가장 오랫동안 주목받는 이는 김기동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그에게는 약방의 감초처럼 MB 관련 사건이 따라붙었다. BBK 사건, 도곡동 땅 차명보유 의혹 사건, 효성그룹 비자금 사건 수사 등. 하지만 번번이 무혐의 처리해 MB와 관련자들에게 면죄부를 줬다. 최근 ‘한상률 게이트’로 비화한 서울지방국세청 안원구 세원관리국장의 폭로를 차단하고자 긴급 체포 구속한 곳도 그가 맡은 특수1부다. 특수 1부 소속 검찰 수사관 4명은 지난 11월18일 밤 안 국장을 미행한 끝에 전격 체포했다.

지난 2007년 김홍일 3차장검사가 BBK 사건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특수1부는 MB 의혹 사건 수비대인가

안 국장은 자기가 한상률 전 국세청장의 청장 유임을 도왔으나 억울하게 팽당했다는 점을 호소하는 과정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도곡동 땅 소유 관련 문서 이야기를 끄집어냈다. 그가 대구지방국세청장으로 있던 2007년 여름, 포스코 상대 정기 세무조사 과정에서 도곡동 땅이 이명박 대통령 소유라는 내용이 적힌 문건(전표)를 보고 덮었다는 점을 거론한 것. 이 과정에서 국세청 한상률 전 청장과 이상득 의원 측은 마치 안 국장이 MB 뒷조사를 한 것처럼 뒤집어씌워 국세청에서 몰아내려 했다는 것이다. 안 국장이 이렇게 공개적으로 반발하고 나서자 그의 입을 틀어막고자 국세청과 국정원, 청와대가 총출동해 움직이다가 여의치 않자 급기야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가 ‘소방수’로 투입된 꼴이었다. 

특수1부가 안 국장을 구속한 뒤 민주당은 김기동 특수1부장의 자격을 문제 삼고 나섰다. 이미 BBK 사건  및 도곡동 땅 관련 수사에서 MB에게 무혐의를 준 전력이 있기 때문에 수사에서 손을 떼야 한다고 요구한 것이다. 안 국장이 제기한 ‘도곡동 땅’ 문제는 MB의 도덕성에 치명상을 줄 수도 있는 뜨거운 이슈다.  더구나 김기동 특수1부장은 지난 9월 말 MB 사돈 기업인 효성그룹 비자금 의혹사건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고 무혐의 처분하기도 했다.

김기동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이처럼 BBK 사건 수사팀 검사들은 이후의 경력에서 두고두고 ‘MB 면죄부’라는 꼬리표가 붙어 다닌다. BBK 사건 수사팀 관련자들은 그 후 어떤 길을 밟았을까. 서울중앙지검의 한 검사는 “검찰 안에서는 BBK 사건 수사팀이 걸어온 길을 보면서 대선 전에 정치적 사건을 맡아서 대체 무슨 역할을 했기에 저런 보은을 받느냐고 수군거릴 정도로 잘나가는 편이다”라고 말했다. MB가 무척 고마워할 그 무언가가 있지 않고서는 쉽사리 납득하기 어려운 승진과 영전이 많다는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BBK 수사 라인 검사 대부분은 현 정부 들어 승승장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우선 당시 정상명 검찰총장 밑에 있던 정동기 대검 차장은 BBK 사건 무혐의 결론을 낸 뒤 곧바로 이명박 당선자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합류했다. 이어 MB 정부 초대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들어갔다. 현재 그는 정부법무공단 이사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전 정권의 대검 차장이라는 점에서 그가 이명박 정권과 운명을 같이하며 승승장구하게 된 배경을 놓고 검찰 내에서는 적잖은 뒷말이 오간다.

BBK 사건 수사를 실무지휘했던 김홍일 당시 서울중앙지검 3차장과 최재경 특수1부장, 그리고 특수1부 김기동 부부장은 ‘BBK 사건 면죄부 삼총사’로 꼽힌다. 현 정부 들어 이들의 진출 역시 화려하다. 김홍일 당시 3차장은 사법연수원 부원장을 거쳐 현재 대검 중수부장을 맡고 있다.

대통령 사돈 기업 수사는 부실덩어리

최재경 당시 특수1부장은 대검 수사기획관을 거쳐서 중앙지검 3차장을 지냈다. 지난해 대검수사기획관 시절에는 박연차 사건 수사에 깊숙이 관여하면서 이인규 중수부장과 함께 노무현 대통령 서거를 부른 무리한 수사의 한 주체였다는 평가도 받는다. 지난 8월 인사에서는 검사장으로 승진해 현재 법무부 기획조정실장을 맡고 있다.

BBK 수사 당시 특수1부 부부장이었던 김기동 검사는 이후 특수3부장을 거쳐 현재 특수1부장을 맡고 있다. 특수부에서 부부장을 지내다 곧바로 특수부장을 맡는 전례가 드물다는 점에서 검찰 안에서도 그의 승진은 파격으로 받아들여진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동료 검사는 김기동 특수1부장의 승승장구를 이렇게 해석했다. “BBK 사건을 무혐의 처리하면서 보여준 그의 ‘듬직한’ 모습을 보고 MB 정권 내에서 한 배를 탄 사람으로 간주한 것으로 보인다.”

최재경 법무부 기획조정실장
특수1부는 정권의 그런 보은에 화답이라도 하듯 이명박 대통령 사돈기업인 효성그룹 비자금 의혹사건 수사를 맡아 지난 9월 말 비자금 조성을 무혐의 처분하고 일부 임원의 개인 비리로 처리했다. 이에 앞서 그의 상급자였던 최재경 전 3차장도 효성그룹 비자금 사건을 맡았으나 역시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최재경·김기동 검사의 BBK 사건 수사 전력과 MB 사돈 봐주기 수사에 대한 야당의 질타가 이어지자 이귀남 법무부 장관은 효성그룹 비자금 사건 수사에 부실이 있었다는 점을 인정했다. 현재 이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외사부에서 재수사하고 있다.

BBK 사건 수사에 참여한 일선 검사들도 대체로 MB 정권으로부터 ‘보은’을 입었다는 평이다. 당시 이명박 후보 친인척 정보유출 사건 수사를 담당했던 김후곤 검사는 부부장으로 승진한 뒤 방송통신위원회에 파견됐다. 그는 현 정권에서 막강한 파워를 자랑하는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의 법률 자문을 담당하고 있다.
비단 MB와 친인척의 부정비리 의혹사건을 맡아 면죄부를 준 검사들만 잘나간 것은 아니다. 현 정부 들어 정권 실세의 복심에 맞춰 무리한 수사를 벌인 이들도 승승장구하긴 마찬가지다. 특히 수사와 기소 단계에서 일반 국민뿐 아니라 대다수 법조인과 법학자들이 검찰의 잘못을 지적한 사건을 기소 강행한 이들은 예외 없이 정권의 ‘보은’을 입었다.

대표적인 경우로는 정연주 전 KBS 사장의 배임죄 처벌을 주도했던 당시 최교일 서울중앙지검 1차장과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박대성씨를 체포해 구속한 당시 김수남 서울중앙지검 3차장을 꼽을 수 있다. 최교일 1차장은 정연주 전 사장에 게 무리한 검찰권을 행사해 구속한 뒤 법무부 검찰국장으로 승진했다. 검찰 예산을 주무르는 검찰국장은 대검중수부장·대검공안부장·서울중앙지검장과 함께 검찰 내 빅4로 꼽히는 요직이다. 그가 권력의 복심에 따라 무리하게 기소한 정연주 전 사장은 최근 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아 검찰 수사의 정치성을 여지없이 드러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해 말 세계 금융위기 국면에서 인터넷을 통해 일련의 정부 경제정책을 비판한 박대성씨를 ‘허위사실 유포죄’로 구속한 김수남 서울중앙지검 3차장의 승승장구를 놓고서도 뒷말이 많다. 그가 구속한 박씨는 지난 1월 법원으로부터 무죄판결을 받고 석방됐다. 하지만 이 사건을 지휘한 김수남 3차장은 올해 초 검사장급인 법무부 기획조정실장으로 승진했다. 이어 지난 8월에는 청주지검장으로 나갔다. 통상 법무부에서는 검사별로 인사평정을 내리면서 무죄율을 반영한다.

무죄 판결 나와도 책임 안 져

하지만 MB 정권의 복심에 따른 사건들은 아무리 무죄가 나와도 검찰권을 잘못 행사한 데 대한 책임을 지는 법이 없다. 이런 지적에 대해 법무부의 한 관계자는 “두 사건 모두 검찰에서 항소해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므로 무죄율을 적용하는 게 적절치 않다”라고 말했다.

지난 1월20일 발생한 용산참사의 수사본부장을 맡아 경찰 특공대의 강경 진압작전을 무혐의 처리하고, 대신 농성 철거민들을 ‘도심 테러리스트’ 취급해 처벌한 정병두 전 서울중앙지검 1차장도 대표적인 MB 보은 인사로 꼽힌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본부을 맡은 정병두 본부장이 지난 2월 서울중앙지검에서 용산참사 수사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정병두 검사는 이미 2006년부터  MB 관련 사건을 맡아 무혐의 처리한 경력도 있다.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을 둘러싸고 이른바 ‘황제테니스 사건’이 세상을 시끄럽게 했다. 황제테니스 사건이란 ‘이명박 시장이 공공시설인 남산 테니스장을 독점으로 사용했으며 그 과정에서 여러 해 동안 서울시 산하 체육기관의 후원으로 700만원대 접대 테니스를 즐겼다’는 내용으로 고소된 사건이었다. 이 사건을 맡은 주임검사가 바로 정병두 검사였다. 그는 당시 황제테니스 사건을 무혐의 처리해 일찌감치 MB의 보은 대상으로 꼽혔다.

현정부에서 서울중앙지검 1차장으로 발탁된 그는 용산 참사 수사는 물론이고 MBC 〈PD 수첩〉의 미국산 쇠고기 관련 보도에 대한 수사를 지휘했다. 검찰 내부의 무리한 기소라는 의견에도 불구하고 그는 재수사를 벌여 MBC PD와 작가 5명을 명예훼손 및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했다. 이 과정에서 김은희 작가의 전자메일을 만천하에 공개해 ‘검찰이 정치적 목적으로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그는 지난 8월 검사장으로 승진해 현재 춘천지검장을 맡고 있다.

기자명 정희상 기자 다른기사 보기 minju518@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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