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부 기자가 가장 답하기 어려운 질문은 “누가 대통령에 당선된다고 보느냐”이다.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은 대개 정해져 있다. 보통의 정치부 기자라면 “정치는 생물이라 답하기 힘들다”라고 말할 것이다. 정치 컨설턴트의 대답도 비슷하다. 대통령 당선자를 알아맞힐 수 있는 예지력이 있는 기자라면 이미 기사로 썼거나 아니면 펜을 내려놓고 대선 캠프에 합류했을 것이다.

그런데 고도의 정치공학을 필요로 하는 이 ‘당선자 맞히기’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주식 투자자이다. 요즘 증시에서는 ‘대선 테마주’가 한창 인기를 끌고 있다. 당선이 유력한 후보의 공약과 관계 있다고 알려진 주식이 급등하고 있다. ‘한반도 대운하 수혜주’니 ‘대륙 철도 수혜주’라고 이름 붙은 주식들이 후보 지지율의 부침에 따라 함께 요동치고 있다.

투자자들은 증시 전문가에게 앞다퉈 대선 테마주를 추천받는다고 한다. 그러나 이것은 역술가에게 대통령 당선자를 묻는 것만큼이나 어리석은 짓이다. 누가 당선될지를 맞히는 것이 쉽지 않거니와 당선되어도 그 정책을 펼칠지 확신할 수 없고, 설령 정책이 시행되더라도 해당 기업이 진짜 수혜를 받을지는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이런 위험성 때문에 기자들도 기사 말미에 대선 테마주가 갖는 위험성을 경고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대선 테마주는 후보가 당선되어도 수익 실현이 불확실한 반면 위험은 확실하다. 관련 있는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지 못하면 단박에 쪽박주가 되기 때문이다. 이익은 지극히 불확실하고, 위험은 떼논 당상이라는 것이 바로 대선 테마주의 실체다. 위험이 크다는 점에서 대선 테마주는 ‘대선 도박주’라고 부르는 것이 훨씬 더 정확할 것이다.

‘대선 도박주’들은 그때그때 정세에 따라 춤을 춘다. BBK 주가조작 사건 장본인 김경준씨가 송환되었을 때는 ‘이명박 도박주’가 하락하고 ‘이회창 도박주’가 상승한다. 이회창씨가 출마선언을 했을 때는 박근혜 전 대표의 지지 여부가 관심을 모으면서 내림세였던 ‘박근혜 도박주’가 다시 살아나기도 한다.

대선이 가까워지고 정치가 혼미해지면서 대선 테마주 역시 혼미해지고 있다. 통상 대선 테마주는 대선 후보의 정책과 관련된 것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대선 후보의 인맥과 관련된 것들로까지 확장되고 있는데, 그 내용이 어이없는 것들 일색이다.

‘대주주가 이명박 후보와 대학 동문인 기업’ ‘회장이 이 후보가 졸업한 고려대 교우회 회장인 기업’ ‘이 후보의 사위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까지도 대선 테마주로 꼽히고 있다. ‘이회창 후보 사돈의 조카가 운영하는 회사’와 ‘박근혜 전 대표의 동생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도 대선 테마주로 특수를 누리고 있다. 이런 회사가 대선 테마주로 묶이는 것은 ‘당선될 경우 특혜가 있을 것이다’라는 점을 전제한 것인데 지극히 위험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기자명 고재열 기자 다른기사 보기 scoop@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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