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과 통합위를 구성하게 된 배경은?
정당의 기본적인 목표는 집권이다. 하지만 민주당의 현재 힘만으로는 어렵기 때문에 함께 할 수 있는 모든 세력을 끌어모을 필요가 있다. 그러나 ‘통합’은 저절로 되지 않는다. 민주당이 문을 열었음을, 제 살을 깎고 있다는 희생적인 자세를 보여주어야 한다. 그래서 ‘혁신’이라는 과제 역시 함께 추진하게 된 것이다.

민주대연합이 낡은 개념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그렇지 않다고 본다. 대변인 시절 ‘민주주의 퇴행’이나 ‘민간 독재 부활’이란 말을 쓰면서 이거 내가 낡은 표현을 쓰고 있는 것 아닌가 잠시 고민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명박 정권의 본질을 가장 정확히 규정하는, 현 시기를 실질적으로 관통하는 키워드는 분명 ‘민주주의’다. 폭력적인 정권 운영을 하고 있는 권위주의 정권에 맞서기 위한 민주·개혁세력의 공통 분모 역시 민주주의일 수밖에 없다.

‘민생대연합’ ‘진보대연합’이란 표현도 등장하고 있는데.
솔직할 필요가 있다. 그럼 민생이나 진보는 새로운 말인가? ‘민주주의’란 말 속에 경제․사회․문화는 물론이고 미래가 다 달려 있는데 너무 기계적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지난해 촛불 시위부터 미디어법 처리 국면까지 민주·진보진영은 다양한 형태의 연대 활동을 해왔다. 평가를 해본다면.
뭉쳐서 싸우는 건 잘했지만, 국민들의 요구를 정치적 에너지로 모아내거나 우리 진영이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의 논의는 진척시키지 못했다. 원인을 찾아본다면 각 정치세력이 힘은 합쳤지만 저마다 차별성을 부각하는 데 더 주력한 탓이 크지 않나 싶다. 차이를 접고, 근본적인 문제에 대응해 나갔어야 하는데 자기 정당의 이해와 목표에 너무 집착한 결과다.
 

민주당 ‘혁신과 통합위’ 간사인 최재성 의원.

 

진보정당 등 다른 정치세력은 지난 10년 동안 정권을 운영해온 민주당에 더 큰 책임을 묻는 것 같던데.물론 책임이 많다. 1차적 책임을 인정하며 회피해서도 안된다고 본다. 하지만 진보정당 쪽도 대선 이후 분열하지 않았나? 그것도 반성해야 할 문제가 아닌가? 모든 책임을 민주당에 돌리는 건 옳지 않다. 이제는 그런 방관자적 자세나 자기 정당의 존립을 위해 비판을 반복하는 행태에서 벗어나 ‘공동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 개혁 진영이 집권할 수 있는 연대의 틀에 동참하고 헌신하지 않으면 안된다.

민주당의 혁신이 먼저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그런 말을 하긴 하나? 안하는 것 같던데? 정당이라면 그런 말에 책임을 져야 한다. 만일 그런 생각이라면, 그게 대연합의 조건이라면 우리도 과연 어느 부분이 바뀌어야 하는지, 바뀌기 위해선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노력을 다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구체적인 방침 없이 뒤에서만 그런 말을 하니 무책임하게 보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당의 정체성과 관련해 혁신을 고민하고 있는 부분은 없나.
통합이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어떤 세력이 함께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문제다. 조금 개혁적으로 갈 수도 있고 아니면 중도개혁 쪽으로 갈 수도 있다. 집권을 위해 중도개혁 노선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논거가 없는 게 아니다. 한나라당과 1대1 구도에서는 집권할 수 없기 때문에 중도 쪽으로 한 클릭 이동해야 한다는 시각도 유의미한 부분이 있다. 이걸 ‘반개혁’으로 평가절하할 수는 없다고 본다.

이명박 정권도 ‘중도’를 표방하고 있는데 차별성이 있을까?
전혀 고민이 안된다. 물론 주의깊게 봐야 할 부분이지만 우리가 훨씬 더 진정성 있는, 더 서민적인 정당임을 보여주면 된다고 본다. 이명박 정권의 친서민 행보는 오래 못간다. 단거리 선수가 갑자기 마라톤 하겠다고 하는 꼴이다. 감세 정책과 재정 적자 때문에 결국 서민한테 엄청난 부담으로 다가올 것이다. 

 

기자명 고동우 기자 다른기사 보기 intereds@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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