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진보 언론이지만 한겨레와 경향은 편집 방향에서 적잖은 차별성을 보인다. 단순화해서 말하면 경향은 뭔가 좀 ‘세게’ 치고 나가는 맛이 있는 반면, 한겨레는 균형감과 신중함을 중시하는 태도를 보인다. 가령 지난해 8월 여간첩 사건이 터졌을 때 경향은 1면 머리기사로 ‘때아닌 매카시 공포 조성’이라는 ‘눈에 확 띄는’ 제목을 달아 이명박 정부를 비판했지만, 한겨레는 비교적 차분하게 사실 보도에 치중했다.

일장일단이 있겠으나, 한겨레의 젊은 기자들은 ‘강렬한 메시지’에 대한 아쉬움을 크게 느끼는 듯하다. 편집국 한 기자는 최근 노조에서 발행한 기관지를 통해 “‘신문에 힘이 없다. 너무 빤하다’는 말이 예사로 들린다. 사회적 의제를 선도할 신선함과 치열함을 찾아보기 힘들다. 매일 아침 타사 신문을 볼 때면 자괴감마저 들곤 한다”라고 비판을 던지기도 했다.

한겨레 노조는 지난 8월19일자 기관지에 현 편집 체제를 비판하는 한 기자의 글을 실었다.
물론 경향도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강렬함’도 좋지만 때로 ‘좀 많이 나간다’는 지적이 안팎에서 나온다. 지난해 촛불 정국 때 노조가 내부 보고서에서 “차분함과 냉정함을 잃어버렸다”라는 쓴소리를 던진 게 한 예다. 이는 한겨레 역시 예외는 아닌데, “너무 많은 사안을 이분법적 구도에서 바라본다” “실제를 바탕으로 하지 않고 관념으로 쉽게 기사를 만든다”라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균형 감각과 관련해, 최근 오마이뉴스에서 논란을 일으킨 기사는 오연호 대표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직후인 5월25일에 쓴 “이명박의 정치 보복이 노무현을 죽였다”였다. 그러나 고종석 한국일보 객원논설위원의 말마따나 “이 말은 좀 이상하다. 노무현은 이명박을 정치적으로 박해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저, 이명박은 제 실정(失政)을 가리기 위해, 전임자를 희생양으로 삼기로 한 것 같다”라는 해석이 좀 더 옳지 않을까.

오연호 대표는 이에 대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분명히 내 시각은 그랬고, 또 중요한 것은 오마이뉴스의 여러 기사 중 하나였을 뿐이라는 것이다. 기사가 메인에 오르는 등 주목을 받은 것은, 그만큼 독자들이 공감했기 때문이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기자명 고동우 기자 다른기사 보기 intereds@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