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사장을 선임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안다. 그런데 좋은 사장이 들어오면 상황이 좀 달라질 수 있는 건가?
희망이 없으면 사장 선임을 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독립 언론 선언 후 10여 년 동안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단련된 게 있다. 휴직자가 좀 있기는 하지만 임금 삭감 등 경영상 어려움으로 그만두는 사람도 거의 없다. 모두 힘을 합쳐 위기를 잘 이겨내고 있다고 본다.

한겨레 등 다른 언론처럼 뭔가 새로운 모색이 보이지 않는다.
방송 진출, 뉴미디어 사업 진출 등이 경영에 도움이 될까? 내가 보기에는 그렇지 않다. 조·중·동도 겉으로는 안달하는 듯하지만 확신이 안 서니까 어정쩡한 태도를 취하는 것 같다. 물론 우리도 여력이 생기면 여러 생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른 무엇보다 경영 안정화가 급선무다.

 

 

ⓒ전문수경향신문 이동현 사원주주회장(위)은 주변의 염려와는 달리 경향이 진보적 정체성을 계속 지켜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광고는 얼마나 줄어든 건가. 이명박 정부와의 관계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는가.
지난해 동기 대비 20~30%가 줄었는데 중앙정부나 공기업 광고는 이보다 훨씬 더 큰 폭으로 감소했다. 딱히 ‘광고하지 마라’고 누가 말을 안 해도 광고주 스스로 움츠러드는 것 같다. “아직도 경향에 광고 계속해?”라는 식으로 직·간접적인 압박을 가한다는 이야기도 계속 들린다. 정부 광고는 원래 기업 광고보다 골고루 주는 게 관행이었는데 이전과 확연히 달라진 게 사실이다.

한겨레와 비교하면 경향은 경영위기 때 노사 갈등이 좀 심하게 나타나는 듯하다. 경영 정보의 공유도 잘 안 되는 것 같고. 어떤 조직 문화의 차이가 있는 건가.
아무래도 한겨레는 ‘진보’를 중심으로 뭉친 조직이고 우리는 나중에 진보적 지향을 갖게 된 조직이니까 직원들의 성향, 내부 응집력, 조직 문화에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우리는 뭔가 완성되지 않은 ‘과정’에 있다고 보면 된다. 일장일단이 있는데, 덜 견고하기는 하겠지만 개방성과 다양성은 우리가 더 낫다고 본다.

대기업 등 특정 기업이 다시 경향을 인수해주기를 바라는 정서는 없나.
과거에 몇 번 그런 움직임이 있긴 했지만 별 성과가 없었고, 현 정부 아래서는 더욱 어려워졌다고 봐야 한다. 누가 이런 분위기에서 신문 산업에, 그것도 경향신문에 뛰어들려고 하겠나? 일부 생각이 있더라도 이제는 가능성 자체가 희박하다.

혹 경영상 위기 때문에 진보 언론이라는 지향에 회의가 퍼지고 있지는 않나.
그렇진 않다.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일부 있지만 우리가 논조 때문에 어려워졌다는 시각에는 동의하기 힘들다. 독립 언론 선언 후 지속적으로 누적되어온 문제가 계속 나타나고 있을 뿐이다. 오히려 진보적인 지향을 분명히 함으로써 주목도가 높아지고 구독자도 늘어난 게 사실이다. 시장 질서대로라면 그만큼 광고가 따라줘야 하는데, 뭔가 지금 잘못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오로지 광고 상황이 나아지기를 기대할 수밖에 없는 건가? 다른 대안은 없는가?
지금은 기대만큼 안 되고 있지만 경제 사정이 나아지면 상림원 분양도 성과를 낼 수 있으리라 본다. 또한 정동 본관 건물 리모델링 사업도 추진 중이다. 아주 절망적인 건 아니다. 여전히 희망이 있고 주변 여건이 나아지면 곧 제자리를 찾게 될 것이다.

 

 

기자명 고동우 기자 다른기사 보기 intereds@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