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K 핵폭탄 안전핀 뽑혔다" 여야 대선 캠프 비상사태 돌입
  • 안철흥 기자
  • 호수 10
  • 승인 2007.11.19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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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K 정국이 현실화됐다. 여야 모든 대선 캠프에 비상이 걸렸다. 이들이 대선 정국을 강타한 마지막 변수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 공격수와 소방수로 누가 뛰는지 살펴봤다.

   
 
ⓒ연합뉴스
11월16일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어두운 표정으로 당사를 나서고 있다.
 
 
김경준씨가 귀국하면서, 여의도 정가가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BBK 의혹은 오래전부터 올해 대선의 마지막 변수로 불려왔다. 검찰이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BBK 주가 조작 연루 의혹을 신속히 파헤치겠다고 밝혔기 때문에 수사 결과 여부에 따라서 정국에 엄청난 회오리가 몰아칠 전망이다.

여야 각 후보 캠프는 시시각각 전개되는 사태에 대응하기위해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한나라당은 BBK 불끄기에 당 전체가 나섰다. 반전의 계기를 만들기 위한 대통합민주신당의 움직임과 보수 세력의 대안임을 이번에 확실히 부각시켜야 하는 이회창 캠프의 전략도 주목거리다. 군소 후보들로서는 대선판 자체가 흔들리면서 입지를 새롭게 다질 수 있는 기회이다.

정동영 캠프 “최소 목표는 이명박 기소”

김경준씨가 비행기로 호송되던 시각, 정동영 후보는 대구를 방문 중이었다. 대구는 사실상 집권당 후보인 그에게 최대의 적진이다. 평소 대구 방문 때마다 조심스럽게 구애 멘트를 날리던 정 후보가 이날은 작심한 듯 말문을 열었다. “한나라당이 검찰을 협박하는 데 물불을 가리지 않고 있다. 진실은 한 점 의혹 없이 밝혀져야 한다.”

대통합민주신당은 ‘BBK 띄우기’에 총력전을 펴고 있다. 당내에는 최소한 검찰이 BBK 사건을 김경준의 단독 범행으로 종결짓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흐른다. 겉으로는 ‘이명박 구속’을 외치지만, 이들은 이명박 후보가 불구속 기소만 되더라도 대선판에 지각변동이 생긴다고 믿고 있다. 대통합민주신당은 시민들에게 ‘BBK 가이드북’을 배포하고 있다.

당내의 BBK 공격수들도 출전할 채비를 갖췄다. 대통합민주신당의 BBK 대책 사령부 격인 진실규명대책위원회는 정봉주·정성호 의원이 공동 대책단장을 맡고 있다. 두 정 의원은 검찰과 한나라당 동향을 수시로 체크하면서 대응책을 마련하는 일을 한다.

원내 팀으로는 서혜석·박영선·우윤근·최재성 의원이 선봉이다. 재경위 소속의 경제통인 박영선 의원은 지난 6월 이명박 후보의 BBK 연루 의혹을 당내에서 처음 제기했다. 국제 변호사 출신 서혜석 의원은 복잡한 BBK 자료들을 꼼꼼하게 분석하는 능력을 발휘했다. 이들 두 여성 의원은 법률 검토와 원내 대책을 나눠 맡고 있다.

대통합민주신당 내에서는 검찰 수사를 강하게 압박하면서도 검찰을 너무 자극하지 말자는 분위기도 공존하고 있다. 캠프 관계자들은 검찰 수사만 철저히 한다면 수도권의 30, 40대 중도 세력이 정 후보 쪽으로 유턴할 수 있다고 본다. 거기에 더해서 민주당과의 합당으로 전통적 지지세까지 회복한다면 한번 해볼 만하다는 것이다.

이명박 캠프 “모든 방법 총동원해 불 끈다”

“뭐 그리 대단한 귀국이라고····, 범인 송환하는 것 아닌가.”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김경준 씨가 귀국하던 날 오전 당사에서 기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는 애써 미소를 지었지만 긴장한 표정까지 숨기지는 못했다. 한나라당의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잊지 말자 김대업, 속지 말자 김경준’이라는 표어가 정면에 걸려 있다. 홈페이지는 온통 BBK 관련 해명 글로 도배되어 있다.

   
 
ⓒ뉴시스
11월16일 대구 단군성전을 방문한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가 만세삼창을 외치고 있다(왼쪽 사진).11월14일 부산에서 민심 탐방 중인 무소속 이회창 후보가 주민들의 인사에 화답하고 있다(오른쪽 사진).
 
 
한나라당 내부의 긴장감은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는다. 당 수뇌부까지 총 출동한 모습이다. 이방호 사무총장이 ‘전국적 민란 수준의 저항’을 언급한 지 닷새 만인 11월14일에는 평소 말을 아끼던 강재섭 대표까지 “검찰이 정치 공작을 하려 한다면 내가 광화문에 드러눕겠다”라며 거들고 나섰다. 정형근·박계동 의원 등 중진도 여권과 검찰을 압박하는 데 힘을 모으고 있다.

한나라당 내에서 ‘공식 BBK 소방수’는 클린정치위원회가 맡고 있다. 홍준표 의원이 위원장이다. 홍 의원은 김경준 측의 협상 요구설을 흘리는 한편으로 검찰에 수사 중단을 촉구하는 등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실무 투 톱’은 은진수·고승덕 변호사가 맡고 있다. BBK 팀장인 은 변호사는 주로 대응 논리 개발을 맡고 있다. 11월 초에 BBK 소방수로 긴급 투입된 고 변호사는 개인적 스타성과 주식 전문가로서 특기를 내세워 검찰과 언론을 주로 상대하고 있다.

클린정치위원회가 법률 대응과 언론 대처에 주력한다면, 박계동 의원이 맡고 있는 공작정치분쇄범국민투쟁위원회는 BBK 폭풍이 현실화될 가능성에 대비하면서 위력 시위를 준비 중이다.

박근혜 측 “세상 뒤집히는 일 일어난다면···”

한나라당 내의 BBK 대처 움직임과 관련해서 빠뜨려서는 안 될 곳이 박근혜 전 대표 주변이다. BBK 의혹은 지난봄 한나라당 경선 때 박 전 대표 측의 최경환 의원이 이명박 후보에게 해명을 요구하면서 처음으로 불거졌다. 당내에서 BBK와 관련해 가장 많은 자료를 수집한 곳도 박 전 대표 측이다.

박 전 대표는 “이회창 출마는 정도가 아니다”라며 일단 이명박 후보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아직까지 ‘올인’은 미루면서 정국의 향배를 주시하는 분위기다. 박 전 대표의 침묵 모드는 당분간 계속 될 듯싶다. 하지만 측근들은 비상대기 상태다. 한 측근 의원은 “세상이 뒤집히는 일이 발생한다 해도 박 전 대표가 어떻게 행동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이회창 캠프, 전면 공세 준비하며 입단속

이회창 후보는 지난주 내내 민심 탐방 전국 투어를 계속했다. 김경준씨가 귀국하던 날 그는 충북을 방문 중이었다. “검찰은 정치적 고려나 정략적 의도에 좌우되지 말고 공정하고 철저하게 진실을 밝혀라.” 그는 단호히 말했다.

정치 분석가들은 BBK 뇌관이 터질 경우 여권보다 이회창 후보 쪽이 수혜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이 후보 쪽이 출마 명분으로 삼았던 ‘스페어 후보론’ 또한 이런 가능성을 염두에 둔 표현이었다. 정가에서는 이회창 후보가 이 가능성에 실제로 대비하고 있다고 본다. 이혜연 캠프 대변인은 “우리는 BBK 문제를 잘 모른다. 검찰이 조사할 테니 별도 대응은 하지 않을 것이다”라며 한발 뺐다. 캠프 내부에도 입단속을 하는 기류가 역력하다.

하지만 한나라당 경선 당시 당의 검증위원으로 활동했던 이헌·정주교 변호사가 이회창 캠프의 법률지원단에 합류했고, BBK 전문가를 자임하는 정인봉 전 의원 또한 칼을 갈고 있느니만큼 캠프 차원의 전면 공세는 언제든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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