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사 마코토 씨(40)는 사회운동가이자 이론가로 노숙자 자립생활지원센터 ‘모야이’ 사무국장이자 ‘반빈곤 네트워크’ 사무국장이다. 일찍이 빈민 문제에 관심을 가져 1995년 도쿄 대학 법학부를 졸업한 해부터 노숙자 지원운동에 나서 ‘푸드뱅크’ ‘모야이’ ‘아시아 노동자 네트워크’ 등을 설립했다. 2007년에는 반빈곤 네트워크를 만들었다. 2008년 12월31일부터 2009년 1월5일까지 도쿄도 히비야 공원에 해고자들의 쉼터인 파견마을(파견촌)을 세워 국내외에서 크게 주목되기도 했다. 빈민·노동 문제 이론가로도 유명한 그에게 총선을 치른 민주당과 렌고(連合·노동조합총연합회)의 전망을 물었다.  

일본의 사회운동가이자 이론가인 유아사 마코토 ‘반빈곤 네트워크’ 사무국장.

왜 올해 들어 자민당 인기가 떨어졌다고 생각하나? 지난해 후생노동청 국민생활조사에서 ‘지금 생활이 어렵다’고 대답한 국민이 56.3%에 달했다. 여유가 있다는 응답은 4.8%에 불과했다. 고이즈미 전 총리가 주창했던 규제 완화는 기업을 위해 진행됐다. 즉 사람들의 생활보다 기업이 우선되었다. 자민당 구조개혁 추진자들은 “경제가 성장하면 모두가 풍요로워진다”라고 선전했다. 특히 고이즈미는 “지금 아픔을 견디면 앞으로 꼭 좋아진다”라고 약속했다. 그런데 그런 희망이 미국 금융위기로 꺾여버렸다. 국민 생활이 개선되기는커녕 고통만 남은 셈이다. 이번 선거에서 국민이 정권 교체를 요구한 것은 그런 고통에 대한 저항이다.

그런 저항이 왜 오래도록 노동 문제와 빈곤 문제를 내세워오던 공산당·사회민주당으로 향하지 않고 민주당 지지로 이어졌나? 현실주의 때문이다. 자민당이 오래도록 집권해온 일본 상황을 고려하면 사회구조 자체가 큰 전환을 일으킬 수는 없으니 공산당이나 사회민주당에 투표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생각이다. 즉 민주당을 지지한다기보다는 달리 대안이 없다는 생각에서 민주당을 찍는 것이다. 이것은 매우 무서운 현상이다.

‘무섭다’는 말은 무슨 뜻인가? 4년 전인 2005년 총선은 우정국 민영화 찬반을 묻는 선거였다. 그래서 ‘한 구절 정치(one phrase politic)’라는 말이 나왔다. 이번에는 정권교체를 하느냐 마느냐 하는 선거였는데 이것도 따지고 보면 ‘한 구절 정치’라고 말할 수 있다. 변화의 본질보다 구호만 앞선다. 과거 고이즈미의 개혁을 반대하는 민주당 후보는 많았지만 당 차원에서 그런 비판을 한 적은 드물다. 민주당은 그동안 일본 관료 정치를 비판하면서 ‘관(官) 대 민(民)’이라는 말을 자주 썼는데 사실 이것은 고이즈미가 강조해오던 것이다. 고이즈미가 말한 ‘민’은 ‘민간기업’이고 민주당이 말하는 ‘민’은 ‘국민 생활’일 것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이 점이 명백하게 공론화된 적이 없다. 이처럼 여러 가지 초점이 모호한 채 정권교체의 구호만 외치는 것이다.

민주당이 이번 선거에서 내건 공약들을 어떻게 평가하나?

자민당하고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사회민주당에 가깝다. 민주당은 자민당, 특히 고이즈미 정권이 내세운 ‘구조 개혁’ 가운데 부의 불균형 문제를 계속 지적했다. 노동 계층의 분배율이 낮아지고 있다든가, 저소득층이 급증하고, 연간 자살자가 3만명에 달하는 따위 문제점을 지적했다. 민주당이 이번 선거기간에 내건 공약을 봐도 파견 노동자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노동자파견법 개정, 최저시급을 1000엔으로 올려야 한다는 내용 등이 담겨 있는데 이것들은 다 우리 운동가들이 주장해온 내용과 거의 같다. 자민당보다 노동자들의 편에 선 내용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비정규직 인구는 30%나 되므로 큰 표밭이다. 

민주당에게 어떤 조언을 하고 싶나?  국민의 실생활을 반영하는 지표를 새로 만들어야 한다. 지금은 경제성장을 한다고 해서 바로 국민 생활이 향상되는 시대가 아니다. 예를 들어, 경제성장률이 올라갔는데도 빈곤율이 상승하면 정치가 잘못된 것이고 반대로 경제성장이 떨어져도 빈곤율이 줄어들면 정책이 잘 돌아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자유무역협정(FTA)도 신중해야 한다. 민주당은 한때 미국과의 FTA를 추진한다는 공약을 명기했는데, 국내 소비자·노동자들을 지키기 위한 규제는 필요하다고 본다.

민주당 정책에 노동자 단체인 렌고가 영향을 주고 있나?  총선 이후에는 총선 전보다 영향력이 커질 것이다. 하지만 비록 렌고가 민주당의 최대 지지 단체라 하더라도 렌고의 생각이 민주당의 정책을 크게 좌우하지는 못할 것이다. 현재 렌고에 가입한 노동자는 18%에 지나지 않고, 렌고 조합원 모두가 한목소리로 민주당을 지지하는 것도 아니다. 민주당 쪽에서도 마에바라 세이지(前原 誠司) 부대표가 당수를 하던 때에 “민주당은 앞으로 노동조합과 거리를 두어야 한다”라는 발언을 한 적이 있다. 민주당 내에도 렌고를 좋게 보는 사람만 있는 것은 아니다.

도쿄 히비야 공원 파견마을에 모인 해고 노동자들이 야외 저녁식사 보급대 앞에 줄을 서 있다.

렌고가 지금까지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서 충분히 활동했다고 보나. 최근에 조금씩 움직임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2007년 10월 비정규직자들을 위한 ‘비정규노동자센터’를 창설했다. 하지만 여전히 내부 문제가 많은 것 같다. 렌고 중앙 간부는 더 이상 비정규직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을 안다. 하지만 하부 단체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듯하다. ‘노조는 노조원의 이익을 생각하는 단체다. 비조합원은 다음 문제다’하는 식이다. 지난해 3월에 우리 ‘모야이’가 중심이 되어 ‘반빈곤 페스티벌’을 진행했는데 그때 렌고의 회장 다카키 쓰요시(高木剛)가 “격차 사회(양극화 사회)의 범인은 1차적으로 경영자이지만 보는 척 만 한 노동조합도 공범이다”라고 말했다. 즉 노동조합들이 자기들(정규직)의 기득권을 지키는 데만 급급해 사회 전반의 노동 문제나 빈곤 문제를 무시해왔다는 지적이다. 그런데 이런 자성조차 렌고 내부에서 큰 반발을 일으켰다. 심지어 우리 모임에 참가 안 하는 게 좋다는 말까지 나왔다고 들었다.

하부 단체(단위 노동조합)가 보수적인 이유는? 단위 노조는 노사 일치가 되어 해당 기업의 의향에 어긋나는 일을 거의 하지 않는다. 일본은 이른바 ‘기업사회’라고 불리듯 대중의 모든 생활이 기업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물론 가족주의도 있지만 그 가족을 지키는 것은 아버지이고, 그 아버지는 기업에서 월급을 받고, 그래서 가족이 살 수 있다는 식이다. 그러므로 비정규직 보호 운동을 벌이다가도 기업이 “그러면 회사가 망해도 되느냐?”라고 말하면 꼬리를 내린다.

 

 

기자명 도쿄·김향청 (자유 기고가)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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