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첫 기사가 나간 뒤 몇몇 독자가 이런 질문을 주셨다. “그래서 대안이 뭔데?” 내 고민도 그거다. 그런데 머리 굴려봐야 방법이 없다. 수돗물을 마실밖에. 아, 수돗물. 잠시 고민에 빠진다.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생수는 아니다’ 결단을 내렸건만, 수돗물을 마시려니 왜 이렇게 심란해지는 거지? 돌아보니 나만이 아니다. 서울시가 최근 조사한 걸 보니 ‘막연한 불안감’ 때문에 수돗물을 못 마시겠다는 사람이 가장 많다. 그 다음이 ‘물탱크나 낡은 수도관에 문제가 있을 것 같아서’ ‘냄새 등 물맛이 없어서’다. 이거 완전 내 마음이잖아?

그래서 결심했다. 수돗물을 과연 믿어도 되는 건지 직접 알아보기로. 그 결과 내린 결론이 이렇다. 수돗물에 관한 한 서울시민인 나는 복받은 편이다. 우선 수돗물 수질검사 정보를 인터넷(arisu.seoul.go.kr)에서 실시간으로 검색할 수 있다. 서울시내 6개 정수센터 중 우리 집과 가까운 영등포정수센터를 클릭하니 바로 두 시간 전 수질검사 정보가 화면에 뜬다. 안병옥 기후변화행동연구소장은 “국내 수돗물 기준은 생수보다 더 엄격하다”라고 말한다. 생수는 47개 기준만 통과하면 되지만 수돗물은 염소 기준치 등이 추가돼 57개 기준을 만족시켜야 한다는 것이다(서울은 이 기준이 더 까다로워 145개다). 환경부나 서울시 공무원 아닌 환경운동가가 이런 얘기를 하니 좀 새롭다.

단, 지방 몇 곳은 사정이 다르다. 지난봄 미국이 발칵 뒤집힌 일이 있다. 시판되는 분유 대부분에서 로켓 연료로 사용된다는 퍼크로레이트라는 물질이 검출됐기 때문이다. 그때 재미 병리학자인 황윤엽씨가 포스팅한 글을 보고, 나는 수돗물에서도 이 성분이 검출된다는 걸 처음 알았다. 정부 정책포털(korea.kr)에서 관련 자료를 검색해보고는 더 놀랐다. 대구 등 일부 지역에서 퍼크로레이트가 상당히 높은 농도로 검출됐기 때문이다. 황윤엽씨 말마따나, 좋은 수돗물 마시려면 시민들이 깨어 자기 동네 단체장을 밀착 감시·견제할 수밖에 없다.

수돗물 수질, 지역 간 편차 있어

다음 문제는 수도관이다. 수돗물이 아무리 깨끗하면 뭐 하나? 수도관이 낡으면 허사다. 더구나 우리 집은 지은 지 20년 된 아파트. 고민하다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에서 무료 수질검사를 해준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고백건대 기자라는 족속은 실용 정보에 취약하다). 홈페이지(water.seoul.go.kr)에 나와 있는 관할 사업본부에 전화를 걸어 수질검사를 신청하니 사흘 뒤 퇴근시간에 맞춰 검사원이 왔다. 우리 집과 아파트 바로 옆 동에 사는 어머니 집 검사를 함께 했다. 검사 자체는 5분도 걸리지 않았다. 수도꼭지에서 받은 수돗물에 특정 시료를 넣을 때마다 색깔이 변했다. 레몬빛으로 변한 건 철 성분, 연분홍색은 잔류 염소량, 초록색은 산도를 측정하는 거란다. 검출된 성분이 모두 기준치 이하다. “오래된 아파트이지만 수도관 상태가 양호하다”라고 검사원이 말했다.

그때 눈에 띈 게 어머니 집 정수기. 호기심이 생겨 정수기 물도 검사해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잠시 망설이더니 비공식으로 해주겠단다. 자칫하면 정수기 업체에서 항의가 들어온다고. 검사 결과, 이럴 수가. 염소량이나 산도는 괜찮은데 문제는 탁도다. 정수기 물 탁도가 0.44NTU로 수돗물(0.30NTU)보다 오히려 높게 나왔다. 기준치(0.5NTU) 아래라지만 찜찜하다. 필터를 오랫동안 교체하지 않았거나 정수기 내부를 청소하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고 검사원이 설명한다. 이유가 무엇이건 허탈한 건 허탈한 거다(다음 호에 계속).

기자명 김은남 기자 다른기사 보기 ke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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