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녹아내린 핵연료를 지금까지도 물로 계속 식히고 있다. 이 과정에서 세슘, 스트론튬 등 고농도 방사성 물질을 포함한 오염수가 생긴다. 일본 정부는 다핵종 제거 설비(ALPS)로 이 오염수를 처리해 이르면 7월 바다로 내보낼 예정인데, 처리한 오염수(일본은 이를 ‘처리수’라고 부른다)의 방사선 영향이 연간 1밀리시버트(mSv)보다 훨씬 낮아서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연간 1mSv는 위험성을 판단하는 절대적 기준은 아니지만, 적어도 과학적으로 확립된 규제 한도다. 일반인이 평생 매년 1mSv만큼 피폭되어도 그로 인한 위험이 용인 가능한 수준이라는 의미다. 그렇다면 왜 논란이 계속되는 걸까? 이는 ALPS가 ‘삼중수소’라는 물질을 제거하지 못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도쿄전력에 따르면, ALPS는 삼중수소 이외 핵종의 방사선 영향을 규제 기준치(연간 1mSv)의 2406배(처리 전)에서 0.35배(처리 후)까지 낮출 수 있다. 그러나 삼중수소는 물과 비슷한 성질을 가지고 있어서 제거하기 어렵다.
삼중수소 규제 기준치는 1L당 6만 베크렐(Bq)이다. 이 농도의 삼중수소 물을 매일 2L씩 마시면 연간 1mSv 피폭이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일본 정부는 ALPS로 삼중수소 이외의 방사선 핵종 농도를 기준치의 0.35배까지 낮추고, 삼중수소는 바닷물을 섞어서 L당 1500베크렐로 낮추어 내보낼 거라고 한다. 이는 기준치의 40분의 1이며, 세계보건기구(WHO) 음용수 기준의 7분의 1이다. 이렇게 처리한 오염수를 1년 동안 한꺼번에 방출한다고 가정해도, 삼중수소를 포함한 방사선 영향이 연간 0.000071~0.00081mSv 수준이라는 게 일본 쪽 계산이다. 실제로는 최소 30년에 걸쳐 내보내므로, 방사선 영향은 연간 0.0000018~0.0000207mSv로 더 낮아진다. 일본인이 1년간 자연계에서 받는 방사선(연간 2.1mSv)의 10만 분의 1에서 1000분의 1인 만큼, 사실상 영향이 미미하다는 논리다.
삼중수소가 인체나 물고기 등 생물 안에 남아서 영향을 주는 일은 없을까? 물 상태의 삼중수소는 체내에 들어와도 10일 정도면 대부분 배출된다고 알려져 있다. 5~6% 정도가 단백질 등 유기물과 결합해 ‘유기결합형 삼중수소’로 남지만, 이 역시 40일에서 1년이면 배출되며, 이 경우에도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대표적 방사성 물질인 ‘세슘-137’의 300분의 1 이하라고 일본 경제산업성은 설명한다.
그러나 삼중수소의 영향이 과소평가되었다는 견해도 있다. 방사성 물질이 자연계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생물학자인 티머시 무소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대학 교수는, 삼중수소의 생물학적 영향을 다룬 논문 250건을 분석했다. 그는 “삼중수소가 인간 암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발표된 연구는 없으며, 자연계에서의 삼중수소 영향에 대한 연구도 거의 없다. 존재하는 연구들은 삼중수소가 유전독성과 발암성을 가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물론 어느 정도의 농도에 노출되느냐가 관건이지만, 적어도 과학자들 사이에서 삼중수소의 생물학적 영향을 둘러싸고 논란이 존재하는 것이다.
한국 정부의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제한 조치에 대한 일본의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당시 승소를 이끌어낸 송진호 한양대 원자력공학과 연구교수(전 한국원자력연구원 영년직 연구원)는 “과장은 경계해야겠지만, 시민들의 공포가 비과학적이라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연간 1mSv가 법적인 허용치라고 해도 시민들은 더 높은 수준의 안전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 특히 한국이 볼 때 일본이 오염수를 방류하지 않으면 가장 좋고, 되도록 천천히 하는 게 더 좋다. 일본은 ‘다른 나라들도 원전에서 삼중수소를 내보내고, 기준치 이하로 방류한다는데 왜 시비를 거느냐’는 식의 태도를 보이지만, 후쿠시마 원전의 불안정한 상황을 고려할 때 단순 비교는 어렵다. 삼중수소의 반감기(방사성 물질이 반으로 줄어들 때까지 걸리는 시간)가 12년이므로 몇 년이라도 더 (육지 탱크에) 보관하면 삼중수소 양이 줄어드는 건 사실이다. 결국 일본 입장에서 싸고 편하기 때문에 해양 방류를 선택한 것 아닌가.”
일본은 현재 하루 약 130t 발생하는 오염수를 ALPS로 처리해 1000여 개가 넘는 탱크에 보관해왔다. 도쿄돔을 한 번 채우고 남을 만큼 오염수가 모였고, 탱크 용량이 97%까지 찬 상황이다. 2024년 2~6월에 가득 찬다. 원전 부지 안에 탱크를 더 지어 보관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하면 2041~2051년에 진행할 ‘폐로’ 작업에 필요한 공간이 부족해진다고 일본은 판단했다(일본은 후쿠시마의 부흥을 위해서는 사고 원자로를 서둘러 폐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염수를 부지 외 장소로 보내려면, 다른 지방정부의 이해를 얻어야 하고 이송 수단도 마땅치 않으며 이송 과정에서 또 다른 리스크가 있다고 봤다.
삼중수소 논란보다 더 중요한 것
오염수를 특수 설비로 증발시킬 경우 설계와 건설을 포함해 349억 엔(약 3383억원)이 들고 9년7개월이 걸린다고 전망됐다. 콘크리트 용기에 넣어 땅속에 묻을 경우 가장 높은 2431억 엔(약 2조3568억원)이 들고 8년2개월이 소요될 것이었다. 해양 방출이 34억 엔(약 330억원)으로 가장 저렴하고 소요 시간도 7년4개월로 가장 짧다고 추산되었다. 여러 기술적 난점도 고려되었지만, 결국 시간과 비용이 큰 이유였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같은 중대 사고를 연구해온 송진호 연구교수는 현재 오염수 논란이 지나치게 삼중수소에 집중되어 있다고 본다. 그보다 중요한 논점들이 있다. 첫째, 일본의 오염수 방류 계획은 ALPS가 제대로 작동한다는 전제하에 성립하는데, 원전 사고 초기에는 ALPS가 고장이 나는 경우가 많았다. 그 결과 현재 탱크에 쌓여 있는 오염수의 약 70%는 세슘 등 방사성 물질이 기준치를 초과하는 상태다. 일본 정부는 이를 처리해 내보내므로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30년에서 길게는 60년까지 예상되는 방류 기간에 세슘 등 방사성 물질이 적절하게 처리되는지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예컨대 방류 전 해당 70% 오염수에 대해 샘플링 조사를 한다든지, 일본 정부가 5년마다 한국 정부에 관련 리포트를 하도록 하는 식이다. 둘째, 일본 정부가 원전 사고 직후인 2011년 4월, 오염수가 새는 것을 발견하고 고농도 방사성 물질이 섞인 오염수를 보관하기 위해 비교적 저농도 오염수를 바다로 대량 방출한 적이 있다. 당시 방출한 방사성 물질이 이번 방류 양보다 훨씬 많으며, 세슘이 가장 많이 포함됐다. 세슘의 반감기는 30년인데 아직 12년밖에 지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한 생물학적 영향을 주의 깊게 추적 관찰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미 모든 수산물이 오염되어 있다는 뜻은 아니다. 한반도가 일본과 가까이 있지만, 바닷물은 동쪽으로 흐르기에 태평양이 먼저 영향을 받는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한국 인근 해역에서 세슘 등 방사성 물질을 측정한 결과 유의미한 변화를 발견할 수 없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과 한국원자력연구원 공동연구팀은, 이번에 방류될 후쿠시마 오염수에 포함된 삼중수소가 한국의 제주 해역에 오는 데까지 4~5년 걸리며, 방출 10년 뒤 농도는 자연 상태의 바닷물 속 삼중수소 농도의 10만 분의 1이라고 발표했다.
이런 점들을 고려하면, 이번 방류가 수산물에 미칠 영향은 한국이든 일본이든 지난번보다는 높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오염수 방류 이후 일본 정부가 한국 정부의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제한 조치를 해제해달라고 요청할 가능성이 있다. 과거 일본이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제한 조치로 한국을 WTO에 제소했을 때, 한국 정부는 ‘방사성 물질 기준치가 1mSv라도, 우리는 그보다 더 낮은 수산물을 원한다’고 방어 논리를 펴서 승소했다. 만약 이번에 기준치 이하라는 이유로 오염수 방류를 허용할 경우, 당시의 방어 논리도 흔들릴 수 있다.
오염수 방류는 일본 시민들의 문제이기도 하다. 2015년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후쿠시마현 어업협동조합연합회에 ‘관계자의 이해 없이는 어떤 처분도 하지 않겠다’고 문서로 답변한 바 있다. 후쿠시마현 어민들은 이번 방류가 후쿠시마산 수산물을 꺼리게 만드는 ‘풍평(세간의 평판·소문) 피해’로 이어진다며 반대하고 있다. 후쿠시마 현민들로 구성된 ‘더 이상 바다를 더럽히지 마라! 시민회의’와 ‘안녕 원전 1000만 인 액션 실행위원회’는 5월16일 도쿄에서 방류 반대 시위를 벌였다. 송진호 연구교수는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믿을 만하지만 어디까지나 제3자다. 시찰단을 보낸다는데, 가서 뭘 하겠다는 건지는 분명하지 않다. 한국 정부가 시민들의 우려에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대응할 책임이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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