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16일, 카카오 ‘다음 뉴스’에서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의 요청으로 관련 기사의 댓글 서비스를 닫습니다’라는 제목의 공지사항을 올렸다. 10·29 이태원 참사 49재로 시민추모제가 열리는 날이었다. 이날 오전, 유가족협의회는 ‘추모제 관련 댓글창을 닫아달라’는 알림을 띄웠고, 시민대책회의는 국내 뉴스 유통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두 포털 사업자 네이버와 카카오에 공문을 보냈다. 재난보도준칙 제18조(피해자 보호)에 ‘취재 보도 과정에서 사망자와 부상자 등 피해자와 그 가족, 주변 사람들의 의견이나 희망사항을 존중하고, 그들의 명예나 사생활, 심리적 안정 등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되어 있다는 말을 전했다. 다음 뉴스는 댓글 서비스 중지를 알렸는데, 시민들의 요청을 무시하지 않고 공개적으로 답변을 남겨주었다는 것 자체가 놀라웠다. 네이버에선 아무런 응답도 없었다.
더욱 놀라운 점은 일부 언론사에서 ‘댓글창 닫기’에 동참해주었다는 사실이다. 다음 뉴스에서야 언론사를 불문하고 시민추모제 기사 댓글창 대부분이 닫혀 있었지만, 네이버 뉴스에도 댓글창이 닫힌 기사가 몇 있었다. ‘드루킹 댓글 여론조작 사건’ 이후 네이버는 2018년 10월부터 뉴스 댓글창 운영을 언론사에 맡기고 있다. 댓글창 유무부터 댓글을 최신순으로 정렬할지 공감순으로 정렬할지 등을 언론사가 고를 수 있다. 기사에 현장 영상이 쓰이는 방송사 KBS·MBC·SBS·TV조선·채널A·JTBC·MBN·YTN·연합뉴스TV가 추모 현장을 전하는 기사에서 댓글창을 닫아둔 게 눈에 띄었다. 한편 ‘조중동(조선·중앙·동아일보)’과 〈한국일보〉, 통신사 중 뉴스1과 뉴시스 등은 댓글창을 열어두고 있었다.
국민 10명 중 7명, 댓글에서 혐오 표현 접한다
아무런 답이 없는 네이버와 댓글창을 닫지 않은 언론사의 생각이 궁금하다. 댓글창, 넓게는 온라인상 커뮤니티의 폐해와 그 대책을 이야기하다 보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반대 논리가 표현의 자유다. 미국 수정헌법 제1조나 ‘민주주의에서 다른 무엇보다도 우선하는 자유’ 같은 근거가 따라붙는다. 맞다. 누가 표현의 자유 보장 그 자체에 반대하겠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댓글창을 닫아달라 호소하는 이유는 혐오의 온상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21년 9월 발표한 ‘온라인 혐오표현 인식조사 2021’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7명은 뉴스 기사와 악성 댓글에서 혐오 표현을 접한다고 답했으며, 지난해 12월 〈국민일보〉의 댓글 관련 기획보도 ‘혐오 발전소, 댓글창’에 따르면 이태원 참사 당일부터 열흘 뒤까지 ‘이태원’ 내용이 들어간 기사에 달린 댓글 123만여 개 가운데 58.27%에서 혐오 표현이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이로부터 고통받는 사람이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연예·스포츠 뉴스에서 댓글 서비스를 중단한 이유다. 배구선수 고유민씨의 죽음 이후 2020년 8월 두 포털 모두 스포츠 뉴스 댓글 서비스 종료를 알렸고, 가수 겸 배우 설리씨 죽음 직후인 2019년 10월에는 카카오가, 2020년 3월엔 네이버가 연예 뉴스 댓글을 폐지했다. 지난해 12월12일, 이태원 참사 10대 생존자가 숨진 채 발견됐다. 악성 댓글로 고통받았다고 알려졌다. 2차 가해 방지를 위해 한국 사회가 무엇을 할 것인지 논의해야 한다. 댓글창을 닫는 게 근본 해답이 아니라는 주장도, 댓글창을 폐지했을 때 현실적으로 부딪히는 어려움에 대한 의견도 좋다. 제발 논의를 시작하자. 특히 네이버와 언론사의 의견을 구한다.
※이태원 참사 2차 피해 우려가 있어 이 기사의 댓글 창을 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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