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의 불평등
캐서린 매코맥 지음, 하지은 옮김, 아트북스 펴냄

“이 그림들은 누구의 권력으로, 또 누구의 희생으로 이 자리에 있는가?”

비너스는 어디에나 있다. 체모 하나 없이 백옥 같은 피부로. 성모마리아도 마찬가지다. 그것이 상징하는 ‘고결함’은 어머니의 기준을 내면화한다. 미술사의 여성들은 “젊고 연약한 여자의 몸”으로, “때로 잠들어 있고 때로 아프고 죽었거나 붙잡”힌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 반대편에 메두사와 마녀가 있다. 여성에게 기대하는 사회규범을 따르지 않는 여자들은 ‘괴물’의 이미지로 드러난다.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여성 이미지를 분석했다. 미술사학자이자 독립 큐레이터인 저자는 이러한 이미지들이 대중의 정체성을 형성하며, 중요하게 검토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요나단의 목소리 1~3
정해나 지음, 놀 펴냄

“난 그냥 내가 너에게 해줄 수 있는 걸 하고 싶은 거야.”

아버지가 목회자인 선우는 기독교재단이 운영하는 고등학교 기숙사에서 생활한다. 평소엔 표정도, 감정도 없는 사람 같다. 하지만 채플 시간엔 아름다운 목소리로 찬송가를 부른다. 룸메이트 의영은 영원을 약속하는 가사가 선우의 목소리를 거쳐 노래가 되는 순간을 사랑하게 된다. 한때 선우가 사랑했던 아이 역시 ‘네 목소리로 들으면 그 가사들이 꼭 진짜 같다’라고 말하곤 했다. 그래서 선우는 이제 찬송가를 부르고 싶지 않다. 더 이상 믿고 싶지 않다. 그저 멈추는 방법을 알지 못해 계속할 뿐이다. 오픈 플랫폼에서 연재를 시작해 크라우드 펀딩까지 이어지며 독자들의 사랑을 받은 작품이다.

 

 

 

 

 

백신은 똑똑해
마르크 판란스트·헤이르트 바우카에르트 지음, 신동경 옮김, 너머학교 펴냄

“한 나라 사람의 80퍼센트에서 90퍼센트가 백신을 맞으면, 바이러스를 제어할 수 있어요.”

어린이 눈높이에서 쉽게 풀어쓴 ‘백신 설명서’다. 백신을 맞으면 우리 몸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화이자나 모더나 같은 mRNA 백신은 무엇이 다른지 등등 어렴풋이 알지만 명확히 설명하기 어려운 궁금증이 있다. 이 책은 집단면역 개념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백신을 접종한 18명이 접종하지 않은 두 명을 둥그렇게 감싸면 어떻게 될까요?” 미생물의 매력에 빠져 산다는 벨기에 루뱅 대학병원의 바이러스학 연구소 소장의 원서를 이재갑 한림대학교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가 한국 실정에 맞게 감수했다.

 

 

 

 

 

도서관은 살아 있다
도서관여행자 지음, 마티 펴냄

“도서관을 지원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도서관을 이용하는 것이다.”

팬데믹 시기, 미국 성인들이 화장지를 사재기할 때 한 어린이는 책 81권을 빌렸다. 플로리다주 한 공공도서관 사서가 휴관 직전 방문한 어린이 이용자에게 대출 한도를 두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공공도서관의 역할을 생각하게 하는 일화다. 캘리포니아 공공도서관에서 사서로 일했던 저자가 ‘시끄럽게 살아 있는 도서관’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곳엔 사서와 이용자라는 ‘사람’이 있다(고양이와 개도 있다). 공공도서관에 연체료가 있었다. 대공황 당시에는 수익 때문에 도서 연체를 권장했을 정도다. 이용에 장벽이 된다고 판단한 미국도서관협회 주도로 변화가 시작됐다.

 

 

 

 

 

 

법정 B컷
김중호·정다운·김재완 지음, 한언 펴냄

“판사, 검사, 피고인과 변호인이 굳이 꺼내 보이고 싶어 하지 않는 장면들.”

법정 기사는 잘 안 읽힌다.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때처럼 나라를 뒤흔든 이슈가 아니라면 법정에서 나오는 기사는 어렵다. 무엇보다 기사가 대놓고 불친절하다. 혹여 전달 과정에서 법리 해석에 대한 왜곡이 발생할까 두려워 어려운 법적 용어를 그대로 옮겨 쓴다. CBS 기자 세 명이 쓴 이 책은 친절하다. 문체만 그런 게 아니다. 자신들이 지켜본 사건을 독자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전달했다. 정경심 전 교수 공판, 숙명여고 쌍둥이의 법정싸움, ‘호날두 노쇼’ 소송 등 사회적 이슈가 됐던 사건의 법정 기록을 되돌아봤다. 판사가 피고인의 형량을 줄여주는 ‘작량감경’ 제도의 문제점도 깊게 파헤친다.

 

 

 

 

 

어른에게도 놀이터가 필요하다
주은경 지음, 궁리 펴냄

“시민들의 삶의 변화를 돕는 시민교육이 필요하다.”

공동체 구성원이 입시와 수험 경쟁을 압축적·집단적으로 경험한 탓일까. 한국 사회에서 성인을 위한 교육은 설 곳이 마땅찮다. 척박한 현장에서 저자는 30여 년 동안 시민교육을 기획·운영했다. 2020년 은퇴 후 그동안 현장에서 쌓아 올린 다양한 경험을 모아 책으로 펴냈다. 저자가 현장에서 시도한 ‘교육’의 방식이 흥미롭다. 집단 창작 시를 쓰고, 연극을 올리고, 그림을 그린다. 책에 소개된 저자의 시민교육은 어쩌면 공부보다는 놀이에 가깝다. 저자는 ‘놀이터’를 만들고, 이곳을 찾는 어른들의 놀이를 서로 연결해준다. 현장에서 겪은 시민교육 지원 시스템에 대한 고민도 함께 담겨 있다.

기자명 시사IN 편집국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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