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방법이 있는 줄 미처 몰랐다.” 지난 7월16일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운영하는 삼성테스코를 상대로 사업조정을 신청한 김경배 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사업조정제’가 기업형 슈퍼마켓 규제를 둘러싼 공방에서 핫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16일 인천 연수구 옥련동에 새로 입점할 예정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막아달라며 중소기업청에 사업조정 신청서를 제출한 김 회장은, 조만간 안양 중앙시장 인근에 입점할 안양동점을 상대로도 사업조정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소 슈퍼마켓들이 대형 유통업체의 기업형 슈퍼마켓을 상대로 사업조정을 신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업조정제란 대기업이 중소기업 시장에 뛰어들어 경영에 피해를 주거나 줄 우려가 있을 때 정부기관 심의를 거쳐 대기업의 시장 참여를 최장 6년간 제한할 수 있게 한 제도이다. 지난 5년간 중소기업청에 접수된 사업조정 신청 건수는 모두 12건. 이중 9건은 조정에 들어가기 전 업체 간 자율 조정으로 갈등이 해결됐다. 이를테면 지난 2006년 롯데칠성이 자판기 사업에 뛰어들자 영세 자판기 업자들이 사업조정을 신청했다. 롯데칠성은 그뒤 2년간 자판기 입찰에 참여하지 않는 조건 등으로 영세 자판기 업자들과 합의를 이끌어냈다.

ⓒ전문수인천 연수구 옥련동에서 상인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기업형 슈퍼마켓 입점 저지 농성을 벌이고 있다.
기업형 슈퍼마켓을 두고 어떤 결론이 나올지는 불투명하다. 일단 기업형 슈퍼마켓이 사업조정 대상이 되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청 기업협력과 양희봉 서기관은 “삼성테스코가 유통 분야를 대표하는 대기업이고, 슈퍼마켓은 대표적 중소상인 시장인 만큼 사업조정 대상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조정의 필요성 또한 충분히 입증 가능하다고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강지형 국장은 주장했다. 기업형 슈퍼마켓이 중소 유통업에 얼마나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중소기업중앙회가 이미 여러 차례 실태조사를 벌였기 때문이다.

물론 사업조정제가 궁극의 해결책은 아니다. 김경배 회장은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으로 기업형 슈퍼마켓과 중소 슈퍼마켓이 공존할 수 있게끔 최소한의 룰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단 법 개정이 당장 어렵다면 사업조정 같은 응급 처방을 동원해 대기업의 진출을 잠시나마 유예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대형 유통업체들이 회원사로 있는 한국체인스토어협회 측은 사업조정 신청에 대해 “당혹스럽다. 알아보고 대응하겠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기자명 김은남 기자 다른기사 보기 ke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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